출처-[경향신문 2006-11-16 09:21]
한국에 가을이 짙어가고 있는 요즈음 이곳 남반구의 뉴질랜드에는 봄이 무르익어가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든 시티, 크라이스트처치는 봄이 아름다운 도시이다. 동백꽃과 수선화로 시작되는 봄의 서곡이 온갖 수목들의 겨울 잠을 깨우면 차례로 피고 지는 꽃들의 향기로운 합창은 이 도시의 맑은 공기를 가득 채운다.
헤글리 공원의 아름드리 나무들이 그 푸르름을 더해가고 그 아래 데이지들이 하얗게 필 때면 알에서 깨어난 새끼 오리들이 어미를 따라 세상 구경을 다닌다. 이렇게 크라이스트처치가 생명으로 가득 차면 숲 속의 새들도, 꽃밭의 벌들도 또 집집마다 정원을 가꾸는 손길들도 부지런해지고 분주해진다. 크라이스트처치는 뉴질랜드 남섬의 캔터베리 평야에 자리잡고 태평양에 면해 있다.
1850년 근처의 리틀톤 항구로 들어온 792명의 영국 이민자들에 의해 세워진 도시이다. 도시의 이름도, 랜드마크인 대성당도 옥스퍼드 대학의 칼리지 중 하나인 ‘크라이스트 처치’에서 빌려온 이곳은 ‘영국 밖에서 가장 영국적인 곳’으로 알려져 있다.
주말이면 연령대로 그룹 지어진 스포츠 클럽의 경기가 지역이나 학교 대항으로 열리고 아이를 따라 나온 부모들과 응원 나온 사람들은 푸른 잔디밭에 피크닉 판을 벌린다. 펼쳐놓은 모포에 엎드려 커피를 마시며 주말 신문을 읽고 있는 모습은 거실을 그대로 공원에 옮겨 놓은 것 같기도 하다.
120살 넘는 거대한 나무들이 시시각각 피어나는 꽃들과 넓게 펼쳐진 잔디밭을 뒤로 서 있는 그림 같은 풍경이나, 그곳을 가르면 흐르는 에이본 강에 오리가 날아와 내려 앉는 모습은 너무나 평화롭고 아름답다. 시민들이 산책나오며 싸가지고 온 빵 부스러기를 던져주면 몰려드는 오리들은 사람들과 얼마나 친숙한지 빈 손인 나에게도 자꾸 다가와 괜히 미안하게 만든다.
구불구불한 산길 옆으로 늘어선 둥근 언덕들은 민둥산 풀밭이라 하늘과 만나는 선이 부드럽고 단조롭다. 하지만 언덕 아래 푸른 바다와 시간에 따라 바뀌는 색과 산 그림자, 이리 저리 뛰어다니는 토끼들. 그리고 양떼들까지. 그대로 절경이다. 게다가 세찬 바람이라도 몰아쳐 풀들이 춤을 추기 시작하면 이 절경은 거친 드라마를 연출한다.
이 북서풍이 불 때면 가정 폭력이나 자살의 수치가 높아지는 통계가 나와 있다고 하니 이 바람은 사람들의 심리와 정신 상태에도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 분명하다. 바람 때문에 목을 매거나 사람을 때리고 기물을 파괴하지는 않겠지만 그 건조한 바람이 사람을 불안정하게 하고 심사를 건드릴 수 있을 것 같기는 하다.
단지 이제 이 지구상에 이런 삶이 보장된 곳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뿐이다. 남극이 가까워 유난히도 하늘이 맑고 푸른 크라이스트처치의 수정 같은 공기를 마시며 몸살을 앓고 있는 지구 위에 이 땅이 있음을 감사한다.
가까운 쇼핑 몰이나 시내버스로 갈 수 있는 섬, 뉴브라이튼 바닷가 동네에 가서 도서관이나 카페에서 한적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자전거를 대여하여 다니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
숙박은 5만원 정도면 싼 더블룸을 구할 수 있지만 성수기에는 방을 미리 구해야 한다. 유스호스텔도 잘 되어 있고 가족 단위로 다닌다면 방 두개 정도에 부엌이 딸려 있는 모텔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
![](http://www.xn--910bm01bhpl.com/gnu/pinayarn/pinayarn-pinayarn.jpg)
'♡피나얀™♡【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금 가볼만한 철새 탐조지 (0) | 2006.11.17 |
---|---|
천수만 투어버스 타고 철새 탐조 (0) | 2006.11.17 |
늦가을에 떠난 섬 산행-전남 신안 ‘비금도’ (0) | 2006.11.17 |
바스락 ~ 낙엽 카펫… ‘晩秋의 초대’ (0) | 2006.11.16 |
정자·누각만 100여곳, 계곡엔 굽이치는 가을 (0) | 2006.11.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