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스포츠조선 2006-11-16 14:55]
'억새 대신 칼바위를 만나다.' 여행의 즐거움 가운데 하나는 '우연'을 접하는 것이다. 억새 산행을 기대하며 지난 주말 찾았던 경남 울산의 신불산에서 '한국 100대 명산을 찾는 사람들'(백산찾사)는 억새 감상 대신 칼바위 능선을 타며 만추의 산행을 즐겼다.
○…"그럼 산악인들은 낮은 산에선 저소 증세를 보이나요?"
신불산 산행에 강사로 참가한 세계탐험학교 김진성 대표가 히말라야 고산 등반에 다수 참여했던 경험과 자신의 석사 논문 '고산 등반과 고소 생리 연구' 등을 이용, 고산 등반에 대한 강의를 하자 재밌는 질문이 터져나왔다.
고산 등반에 익숙한 산악인들은 오히려 히말라야를 벗어나면 고소가 아닌 저소 증세가 나타나냐는 것이 물음의 요지. 이에 김 대표는 "셀파나 고소 포터 등 네팔이나 파키스탄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높은 고도에 익숙한 현지인들은 오히려 한국 등에 오면 초반 몇일동안 고생을 한다"며 "이것이 저소 증세의 일종 아니겠는가"라고 대답, 좌중을 웃기기도.
김 대표는 "등산은 경쟁이 아닌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다. 히말라야 산행 등 고산 등반은 고소 증세에 대한 예방과 이를 극복하는 방법만 잘 숙지한다면 누구나 도전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의미있는 일"이라며 고산 등반을 권유하기도 했다.
○…신불산은 세계 최고 품질의 자수정 산지로 유명한 곳이었다. 지금은 자수정이 나지 않지만 당시 자수정 채굴 현장을 보존하기 위해 테마파크로 개발한 '자수정동굴나라'가 운영되고 있다. 산행 후 이 곳을 찾은 백산찾사들은 동굴속에 마련된 채굴 현장과 독도관, 자수정관 등 각종 관람시설을 둘러보는 시간을 가지기도.
높이는 1209m로 북서쪽의 간월산, 남쪽의 영취산과는 연속된 형제봉을 이루는데 영취산과의 약 3㎞ 구간에는 넓고 평탄한 능선이 이어지면서 억새밭이 펼쳐진다. 간월산 사이의 북서쪽 비탈면에는 기암괴석이 많고, 북동쪽 계곡의 홍류폭포가 유명하다. 영남알프스의 7개 산 가운데 가지산(1240m)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영남 사람들은 대부분 알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있는 사실이 하나 있다. 한국에도 '알프스'가 있는 것. 경남 울산과 밀양, 양산 그리고 경북 청도군 등 4개군에 걸쳐 있는 신불산과 가지산, 간월산, 영축산, 재약산, 운문산, 고헌산, 문복산 등 1000m가 넘는 웅장한 산세의 7개 산군이 눈에 덮인 모습이 알프스의 그것과 비슷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 바로 '영남 알프스'다.
하지만 3000m 이상의 고봉들로 이뤄진 알프스 산군에 비해 '귀여운' 수준이라고 해서 얕봤다가는 호된 신고식을 치르게 된다. 영남 알프스 산군 중 하나인 신불산 산행이 바로 그랬다.
억새 산행지는 정상부가 평평하고 '가을의 전령사'인 억새꽃이 하얗게 내려 앉아있는 것이 특징이다. 비교적 편한 산행이 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현지에서 신불산 산행을 안내했던 영남알프스레저의 임원인 김정규씨가 1년여전 동료들과 함께 새롭게 단장한 코스를 제안한다. 이름하여 '공룡능선'. 설악산에만 공룡능선이 있는줄 알았는데 또 새로운 것을 알게 됐다. 알프스에 공룡능선까지, '진품'과 비교해 그 규모가 얼마나 될지 은근히 구미가 당겼다.
등억온천단지를 들머리로 잡고 산행을 시작했다. 초입부터 바로 편백나무와 낙엽송이 우거진 호젓한 숲길이 이어진다. 길이 넓고 뚜렷하면서도 훼손이 덜 돼있다. 아직 사람의 발길이 적었기 때문이라 생각하니 오히려 우리의 산행이 미안하기까지 하다.
제대로 절정기를 맞지도 못한 단풍이 낙엽으로 떨어져 발 밑에서 밟힌다. 만추는 만추라는 생각이 들 찰나, 암릉이 시작됨을 알리는 표지판이 보였다.
초반 암봉을 지나자 백산찾사들의 입에서 "와"하는 장탄식이 터져나온다. 정상까지 집채만한 바위들이 잇달아 길을 막고 있는 것. 둥글둥글한 바위를 넘자 공룡능선의 하이라이트인 칼바위 능선이 앞을 가로막는다.
용틀임을 하던 공룡이 그대로 굳어버린듯 위아래로 요동치며 뾰족하게 서있는 바위들 위로 발을 올리자 왠지 작두를 타는 느낌마저 든다. 좌우는 깎아지를 듯한 낭떠러지. 구름 한점 없는 맑은 날씨라 뽀송뽀송하게 마른 바위가 발을 꼭 잡아주는 느낌이 들었지만 비나 눈이 오면 상당히 미끄러울 것 같다는 생각에 오싹한 기운이 감돌았다.
하지만 좌우를 아우르는 전망은 압권이다. 멀리 부산 해운대부터 가깝게는 경주와 울산 시내도 한 눈에 들어온다. 도중에 홍류폭포에서 올라온 산행객이 한꺼번에 암릉 위로 몰리자 정체 현상까지 일어났다.
안내 산행에 이끌려 온 사람들인듯 호루라기까지 동원해 서로 속도를 독려하며 앞으로 나갔다. '저렇게 가면 앞 사람 꽁무니만 보는 산행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안타까움마저 들었다.
1시간여의 '보람찬 고생' 끝에 정상에 오르자 곳곳에 흐드러지게 널려있는 억새는 별로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억새를 반기러 갔다가 암릉을 만난 신불산 산행. 만추는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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