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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랑대역. 등록예고 문화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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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문화재청 |
| 시간이 가면 과거의 유산은 사라지게 마련이다. 특히 한국전쟁과 급속한 경제성장을 거친 우리나라에서 그 속도는 더욱 빠르다.
밥이 나온다면 사람들은 초가집을 헐고 기와집도 헐었다. 지난 몇 십년 동안 대한민국 도시는 대부분 헌집을 주고 새집을 얻었다.
그런 흐름은 지금도 마찬가지. 뒤늦게 정부가 문화유산을 보존한다고 요란이지만, 그다지 환영받지는 못하는 것 같다.
개발을 하면 많은 혜택을 얻을 수 있는 요즘, 보존 때문에 감당해야 할 손해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식문화재로 인정되면 일정 반경 이내 건물은 신ㆍ증축 제한을 받는다. 재산권 침해를 받을 이웃주민들에게 문화재 등록이 달가울 리 없다.
문화재 보존이 치를 손해... 사라지는 건물들
지금까지 전국에서 문화재등록 예고기간에 훼손ㆍ철거된 문화유산은 박목월 선생 생가, 스카라극장 등 약 191건. 등록 예고가 발표되자마자 하루나 이틀 사이에 파괴된 곳도 있다.
1922년 경성주식현물시장 본사로 건축됐다가 국내 최초의 증권거래소로 문을 연 구 대한증권거래소는 2005년 6월 등록문화재로 예고된 뒤, 약 1달여만에 소유주가 전격 철거했다.
일제강점기 시절 지어진 전투기 대피시설, 경북 영천 격납고는 올해 3월 22일 등록 예고 뒤 이틀만에 소유주에 의해 완전히 부서졌다. 경상북도 시도유형문화재 48호인 옛 대구상업학교본관의 경우, 대구시가 아파트 개발을 이유로 문화재 지정을 취소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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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천 삼양리 옥천천주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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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문화재청 |
| 그나마 보존되는 곳들은 대부분 정부나 관련기관 소속 건물. 2005년 12월 문화재청 등록문화재 228건 중 개인 시설은 15% 미만에 불과하다.
정부 소유라고 해서 보존이 쉬운 것만은 아니다. 문화재청은 최근 화랑대역(경춘선), 청소역(장항선), 동촌역(대구선), 팔당역(중앙선) 등 전국 12개 시골 간이역의 문화재 등록을 예고했다.
그러나 철도 개량사업이 시작되면 이들 역의 보존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철도 주변 확장이나 노선 확장시 역사를 일부 바꾸거나 이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건물 속에는 100년 전 한국이 있다
개발의 시기, 근대 건축물은 이제 아련한 향수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나간 것을 돌아보고 개발과 보존의 공존을 생각해볼 만한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문화재청이 17일부터 23일까지 서울 지하철 혜화역 전시관에서 '시간으로의 여행, 근대로의 추억'이라는 주제 아래 개최하는 근대문화유산 30선 사진전시회가 그것이다.
1876년 개화기부터 1950년 한국전쟁 무렵까지 건축물 가운데 50년 이상 된 것이 전시 대상이다. 등록문화재 25곳과 문화재 등록예고 5개가 이번에 선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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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의선 장단역 증기기관차 화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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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문화재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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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덕수궁 석조전 동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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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문화재청 |
| 각 작품들은 한국 건축사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 것들이다. 남대문로 한국전력사옥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내진설계를 도입한 건축물이다. 1923년 9월 일본 동경 대지진 영향으로 내화·내진·철근콘크리트 구조가 함께 채택됐다.
태평로 구 국회의사당은 사회 고위층이 아니라, 대민(對民)을 위한 다목적 공연장으로 계획된 건물이다. 이 곳에서 제헌국회가 열려 초대 대통령을 선출하고, 1954년 6월 제3대 국회부터 국회의사당으로 사용되며 한국 정치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예산호서은행본점은 충남지역 토착지주들의 자본으로 가장 먼저 세워진 지방은행이며, 건국대학교 구 서북학회 회관은 1910년 일제강점까지 애국 계몽운동의 전진기지로 사용된 곳이다.
사회주의 사실주의 계열의 건축적 특징을 보여주는 철원 노동당사는 1946년 북한 점령 시기 지어진 지상 3층 건물이다. 국내 최초 철구조물 무연탄 산탄산업시설인 태백 철암역두 선탄시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급수탑인 연산역 급수탑 등도 여전히 건재하다.
근대유산, 현대인이 쉴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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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진 병영마을 옛 담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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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문화재청 |
| 눈에 띄는 점은 이 오래된 건축물들이 지금도 여전히 주요하게 쓰이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도 관청으로 사용 중인 서울시청(1926년), 전남도청 본관(1930년)을 비롯, 광복회 사무실로 사용중인 효목동 조양회관이 대표적이다. 1910년대 만들어진 덕수궁 석조전 동관은 전시시설, 1909년 건축물인 창경궁 대온실은 지금 온실로 이용되고 있다.
덕수궁 정관헌의 경우 지금으로부터 100년이 넘은 1900년에 만들어졌으며, 성주 한개마을 옛 담장과 강진 병영마을 옛 담장은 그보다 더 오래 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개마을은 15세기에 마을이 만들어졌으며, 병영마을은 형성시기가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 중 한개마을 병영마을을 비롯 화랑대역, 대구 동촌역, 제주송악산 해안 동굴 진지는 아직 등록문화재로 확정되지 않았다.
문화재청 근대 문화재과 관계자는 이번 전시에 대해 "100여년의 역사와 문화를 간직하고 있는 근대문화유산이 부동산 개발 이익에 대한 기대감으로 인해 허물어져 가는 상황이 안타깝다"며 "이번 전시회를 통해 조금이나마 근대문화유산을 미래의 문화자원으로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보도자료에서 밝혔다.
혼자만의 느낌을 더한다면 어린 시절 살던 동네에 십 몇년이 지난 뒤 가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집과 도랑, 놀이터가 있던 곳이 넓은 도로로 바뀌어 있었다. 다시는 그 시절의 흔적을 볼 수 없다는 생각에 잠시 안타까웠다.
근대유산을 살리는 것, 속도와 개발에 지친 현대인들이 잠시 쉴 자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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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물 목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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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애양교회 ⓒ 문화재청 |
ⓒ 문화재청 |
| 효목동 조양회관(1922년/대구), 대봉동 구 대구사범학교 본관과 강당(1923, 1925년, 대구), 옥천천주교회(1955년, 옥천), 공릉동 구 서울공과대학(1942년/서울), 이화여자대학교 파이퍼홀(1935년/서울), 전남도청 본관(1930년/광주), 철암역두 선탄시설(1935년/태백), 노동당사(1946년/철원), 승일교(1948-1958년/철원), 애양교회(1926년/여수), 노안천주교회(1927년/나주), 연산역 급수탑(1911년/논산), 서울시청 청사(1926년/서울), 건국대학교 구 서북학회 회관(1908년/서울), 죽림동 주교좌성당(1949년/춘천), 죽향초등학교 구교사(1926년/옥천), 노근리 쌍굴다리(1934년/영동), 강경초등학교 강당(1937년/논산), 김제농업기반공사 동진지부 죽산지소(1920년대/김제), 구 소록도 갱생원 감금실(1935년/고흥), 구 장단면사무소(1934년/파주), 경의선 장단역 증기기관차 화통(?/파주), 덕수궁 석조전 동관(1910년/서울), 덕수궁 정관헌(1900년/서울), 창경궁 대온실(1909년/서울), 성주 한개마을 옛 담장(마을형성 15세기/성주), 강진 병영마을 옛 담장(?/강진), 화랑대역(1939년/서울), 동촌역(1938년/대구), 제주송악산 해안 동굴 진지(?/제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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