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착하고 바르게 키우고 싶은 건 이 세상 모든 엄마의 바람. 하지만 아이가 뜻한 대로 크지 않고 삐뚤거나 그르게 행동할 때면 엄마들의 마음은 타들어간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갈까 걱정스러워 바로잡긴 해야겠는데 방법을 몰라 속만 끓이고 있다고? 지금 당장 레이디경향의 문을 두드리자.
말썽꾸러기 우리 아이를 착한 아이로 만들어주는 ‘걸어 다니는 육아 박사’ 손석한 선생님이 엄마들의 육아 고민을 한 방에 해결해줄 것이다. 여든까지 갈까 걱정되는 우리 아이 세 살 버릇 길들이기!
반항아 길들이기
Q우리 아이는 초등학교 1학년인데요 심부름을 시키면 반항부터 하고 봐요. “왜 해야 되는데?” “하기 싫은데…” 되묻죠. 그럴 때면 얼마나 얄미운지 몰라요. 그렇다고 스스로 알아서 하는 편도 아니니 답답할 뿐입니다. 이럴 땐 어떻게 가르치면 좋을까요? (김은정·경기 안양시 호계3동)
A 아이가 부모에게 매번 이유를 물어보는 것이 ‘반항’처럼 느껴지는 것입니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일반적으로 옳고 그름에 대한 개념을 형성해 나가는데, 여기에는 부모와 선생님의 규칙 설정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일부 아동은 종전의 권위와 규칙을 따르는 것에 대해서 못마땅하게 여기기도 합니다. 따라서 부모는 아이에게 미리 합리적이면서도 적절한 이유를 제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령 “장난감을 치워라”라는 지시 대신에 “네가 장난감을 갖고 놀았으니까 치우는 것도 네가 해야지”라고 해보세요. 그렇게 했는데도 아이가 “하기 싫다”는 반응을 보일 수 있는데, 이 때 중요한 점은 엄마가 흥분하지 않는 것입니다. 엄마는 차분하고도 냉정하게 한 번 더 지시하세요. 만일 “엄마가 시키면 할 것이지 무슨 말대꾸야?”라는 식의 감정적인 대응을 한다면, 아이의 반항적인 행동은 고쳐지지 않을뿐더러 아이와 엄마의 힘겨루기 싸움은 더욱 잦아지고 또 오래 지속될 수 있습니다.
아이가 자꾸 똥을 만져요
Q 돌 지난 딸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말하기 사실 좀 그런 얘긴데요 아이가 똥을 만져서요. 똥을 손으로 잡고 주물럭거리는데 똥 묻은 손 제대로 씻기느라 비누칠을 얼마나 해댔는지 모르겠어요. 지금까지 두어 차례 그런 일이 있었는데 대체 왜 그런 행동을 하는 걸까요? 크면 자연스레 없어지는 현상인지, 아님 치료를 요하는 상황인지 알고 싶습니다. (임명옥·서울 서초구 서초3동)
A 현재 월령에서는 자연스러운 일이니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배설물을 아직 자신의 신체 일부로 여길 수 있기 때문에 마치 자신의 몸을 만지듯이 하는 행동입니다. 또 한편으로는 호기심이 생겨 똥을 만지기도 하는데, 이는 일종의 탐색 활동으로 여겨집니다. 주변의 신기한 장난감이나 집 안 물건을 건드리고 만지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일부 아동은 똥을 주물럭거리면서 먹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아직 ‘더럽다’는 위생 관념이 형성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엄마는 그 즉시 “안 돼”라는 말로 아이의 행동을 금지시키세요. 정확한 이유까지 제대로 이해하긴 어렵겠지만 부모의 금지 명령 정도는 알아들을 수 있는 월령임으로 아이는 점차 똥을 만지는 일이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라는 것을 인지해 나갈 것입니다. 크면서 자연스레 없어지는 현상이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우리 아이 말문 좀 터주세요~
Q 28개월 된 남자아이를 뒀는데요 말이 더뎌도 너무 더뎌요. “엄마”, “아빠”를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의 말이 옹알이하는 수준이에요. 도통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아들을 수가 없어요. 여간 고민스러운 게 아닌데 이 정도면 병원을 가봐야 하나요? (성현주·서울 강동구 명일동)
A 현재 아이가 28개월이라면 표현 언어가 어느 정도 발전하여 적어도 두 단어의 조합이 이루어져야 할 시기입니다. 구사할 수 있는 단어의 숫자도 4백~6백 개 정도이며, 옆에서 듣기에 대략 50% 이상은 알아들을 수 있어야 합니다. 이 경우 아이의 수용 언어 발달 수준, 즉 다른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 정도도 중요합니다. 수용 언어가 함께 뒤쳐져 있다면 문제가 더 심각할 수 있습니다.
현재 아이의 언어 발달 수준과 연령을 고려해볼 때 소아정신과를 방문하셔서 전문의와 상담 후 언어치료를 받으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 또 부모님은 집에서 아이와 가급적 많이 놀아주시고, 노는 가운데서 아이에게 많은 말을 들려주도록 노력하세요. 아이가 무엇인가를 말하려고 할 때는 절대 중간에 끊어선 안 됩니다. 아이의 말을 끝까지 듣고 난 뒤 엄마가 그대로 흉내를 내 아이에게 다시 들려주는 것도 효과적인 언어 촉진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14개월 된 아이가 모유만을 고집해요!
Q 늦둥이 셋째가 생후 14개월 됐는데요 모유 외에 다른 건 일체 먹으려들질 않아요. 젖병도 안 빨고, 빨대 달린 컵도 사용할 수 없어서 일하는 중간 중간 수유를 하는데 사람들이 하나같이 “젖먹이는 시기가 지났다”며 걱정합니다. 모유 수유, 어떻게 끊어야 하며, 다른 음식의 섭취를 자연스레 할 수 있는 묘안이 있으면 좀 가르쳐주세요. (이수진·부산 북구 만덕2동)
A 갑자기 모유 수유를 끊는 것은 아이에게 커다란 심리적 충격을 가져다줍니다. 왜냐하면 아이에게는 단지 음식으로 모유를 섭취하는 게 아니라 엄마와의 스킨십과 정서적 교류가 담긴 모유로 여기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엄마는 모유 수유 외의 다른 놀이 활동을 통해서 아이에게 즐거움과 안정감을 가져다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면서 서서히 모유 수유의 빈도를 줄여나가는 것이 바람직하지요. 젖병을 물릴 때도 엄마가 아이를 품에 안으면서 시도한다면 더욱 성공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엄마와의 애착 관계는 최대한 유지하면서 단지 음식물만 모유로부터 분유나 다른 이유식으로 바꾸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아이에게 접근해보세요.
기억력은 뛰어난데 창의력이 떨어지는 아이
Q 여섯 살난 우리 딸은 기억력이 비상합니다. 다섯 살 때부터 한글과 수학, 한자 등을 배우기 시작해 지금은 어느 정도 한글을 뗀 상태고 한자도 1백자 정도를 알아요. 그런데 문제는 그에 비해 융통성, 창의력, 생각 깨치기 등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돼지 삼 형제의 이름을 지어주자 하면 “돼지” 이렇게 얘기를 하고, 백화점의 상점 이름을 지어주자고 하면 신발 파는 곳은 “신발”이라고 짓고, 아이스크림을 파는 곳은 “아이스크림”이라고 이름을 짓습니다. 아직 나이가 어려서인지 아니면 원래부터 창의력이 부족해 그런 건지 잘 모르겠지만, 자신이 정해놓은 생각의 테두리에서 잘 벗어나질 못해요. 무슨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아이들 창의력 깨치기에 도움이 되는 놀이 등 다각적인 조언 부탁드려요. (이진희, 인터넷 상담 사연)
A 아이들마다 먼저 발달하거나 혹은 상대적으로 더 발달하는 영역은 제각각입니다. 기억력이 매우 우수한 대신에 창의력이 부족하다는 것도 충분히 그럴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부모가 억지로 창의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교육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아이로 하여금 ‘생각’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로 든 것을 살펴볼 때 ‘이름’의 개념이 아직 형성되어 있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부모는 아이에게 ‘이름’에 대한 예를 들어서 설명해준 다음 다시 한번 시도해보세요.
아이가 적절하게 대답을 한다면 다행이고, 만일 같은 방식을 고집한다면 아이에게는 그것이 곧 ‘이름’인 셈입니다. ‘돼지’ 이름을 가진 돼지요, ‘신발’이란 이름을 가진 신발가게지요. 더 이상 정답을 강요하지 말고 아이 스스로 깨우칠 때까지 기다려주세요. 창의력 발달에 도움이 되는 놀이는 특별하게 바로 이것이라고 하기보다는 아이에게 호기심을 자극하는 놀이(예: 블록으로 집이 아닌 동물이나 가족 만들어보기)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