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중앙일보 2006-11-20 18:33]
남의 일 같지 않다고요? KT문화재단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소년 4명 중 1명꼴인 23%가 인터넷 중독 문제를 갖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여가시간이 많은 방학이면 인터넷과 게임 중독 현상을 보이는 아이들이 부쩍 는다는군요.
이번 방학에도 컴퓨터를 앞에 놓고 아이들과의 '한 판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면 여기 임희선(39)씨 가족의 이야기에 귀기울여 보세요. 초등학교 4, 5학년인 남순씨의 두 아들 윤국민(12·가명).국성(11·국성)군은 주말에만 1시간30분씩 게임을 할 뿐, 평일에는 공부와 정보 검색을 위해서만 인터넷을 사용한답니다.
원래부터 인터넷을 잘 쓰지 않는 아이들이었느냐고요? 천만에요. 6개월 전만 해도 새벽 3시까지 게임에 매달리고 1분이라도 더 오래 인터넷을 사용하려 다투기 일쑤였다네요. 이 집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희선씨가 6개월간의 '자녀 인터넷 중독 퇴치기'를 풀어놓습니다.
# 언제부터였을까, 학교에서 돌아온 국민이와 국성이가 방문을 닫고 컴퓨터 앞에만 앉아 있기 시작한 게. 학년이 높아질수록 인터넷을 쓰는 시간이 조금씩 늘어 마음에 걸렸지만 '또래 아이들 대부분이 그러니까' 하고 그냥 넘어갔다. 가끔 밤 늦게까지 인터넷 게임에 매달리는 눈치였음에도 일찍 자라 몇 번 타이르고 말았다. 심각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 거다.
올해 초 어느 날, 잠을 설치다 새벽에 눈을 떴다. 화장실에 가려고 방문을 열었는데 아이들 방에서 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거실 시계를 보니 새벽 3시30분. '아니 얘들이 이 시간까지 뭘 하고 있는 걸까'. 살짝 아이들 방문을 열고 들여다보니 컴퓨터 앞에 앉은 두 아이의 뒷모습만 보였다. 게임에 몰두한 나머지, 내가 보고 있다는 것조차 눈치채지 못하는 듯했다.
충격이 컸다. 그동안 아침에 힘이 없고 일찍부터 피곤해하던 것이 밤늦게까지 게임을 한 때문이었나 싶었다. 큰방으로 돌아가 아이들 아빠를 깨웠다. 엄마.아빠가 함께 움직이자 인기척을 느낀 아이들이 그 새 컴퓨터를 껐나 보다. 우리가 들어서자 책상 위에 책을 펴고 보고 있는 척하는 것이었다. 아이들 아빠가 아직 뜨끈뜨끈한 컴퓨터를 만져보고는 "왜 거짓말을 하니"하고 조용히 물었다.
서로 눈치를 보던 아이들이 주뼛주뼛 입을 열었다. 제어하기가 어렵단다. "컴퓨터가 보이면 나도 모르게 손이 가고, 한번 게임을 시작하면 도저히 끝낼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날도 내가 새벽에 일어나지 않았다면 아이들은 아침까지 게임에 매달렸을지 모른다. 겁이 더럭 났다. 어쩌다 한 번 실수로 넘어갈 문제가 아닌 듯싶었다. 내 아이들이 말로만 듣던 '인터넷 중독'인 걸까.
감시는 역효과 … 컴퓨터 대신 다른 놀거리 주세요
# 다음 날부터 우선 아이들이 얼마나 인터넷에 의존하고 있는지 관찰하기 시작했다. 평소 무심히 보아 넘겼던 모습들이 심각하게 다가왔다. 국민이는 시험기간인데도 자투리 시간만 생기면 바로 컴퓨터 앞에 앉았다. 국성이도 "학원 가기 전에 30분만 게임 할게요" 하고는 정신없이 빠져들어 학원 차를 놓치곤 했다. 게임에만 열중해 일상생활에서 주의력이 흐트러진 듯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아이들이 게임 때문에 거짓말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내가 시장에 다녀와 "너희들 엄마 없는 동안 게임했지?" 하고 물으면 야무지게 도리질을 했다. 하지만 컴퓨터를 만져보면 방금 전원을 끈 듯 열기가 남아 있었다. 형제 사이도 나빠졌다.
서로 인터넷을 조금이라도 더 오래 하려고 다투는 것이다. "앞으로는 엄마가 허락하는 시간에만 인터넷을 사용하라"고 하자 "형이 오래 써서 나까지 게임을 못하게 됐다" "네가 제대로 시간을 안 지켰잖아"하며 서로 탓만 했다. 아무래도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아이 아빠와 심각하게 의논했다. 소중한 우리 아이들을 인터넷 중독의 늪에서 탈출시키기로.
# 아이 아빠가 컴퓨터에 인터넷 유해사이트 차단 프로그램을 설치했다. 인터넷 사용 시간을 제한하는 기능도 있다며 "이제는 염려 없을 것"이라고 자신만만해 했다. 그러고 나니 나도 맘이 좀 편해졌다. 이제 밤새 인터넷을 쓰는 일은 없겠지. 이렇게 사용 시간을 줄여나가다 보면 금세 나아지겠지 싶었다.
하지만 웬걸, 완전히 내 착각이었다. 아이들은 부모보다 컴퓨터에 훨씬 능숙하다. 우리가 상상도 못할 정도로 아이들은 빨리 배우고 쉽게 컴퓨터를 다룬다. 차단 프로그램의 암호를 푼 건 둘째였다. 어린 아이답게 "내가 금세 암호를 풀었다"고 자랑을 해 탄로가 났다. 차단 프로그램이 제 구실을 못하자 이제는 육탄전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컴퓨터 앞에 앉으면 내가 항상 옆에 붙어 앉았다. 숙제와 정보 검색만 하도록 시키고 게임은 아예 못하도록 감시했다. 아이들 관리를 위해 외출도 자제하고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기 전에 후다닥 바깥일을 보고 돌아왔다. 나에게도 아이들에게도 무리였다.
게임을 못하게 되자 아이들의 집중력이 오히려 떨어졌다. 공부를 하라고 하면 책상 앞에 앉아 있긴 하지만 화장실과 부엌에 들락거리기를 여러 번. 대충 시간만 떼우고 마는지 공부 양은 얼마 되지 않았다. 집에서 게임을 못하게 되자 숙제하러 간다는 핑계로 친구들 집을 전전하기 시작했다. 부모님이 맞벌이를 해 혼자 있는 친구에게 놀러가 늦게까지 돌아오지 않는 일도 생겼다. 너무 강압적으로 나가도 안 되겠구나. 방향을 바꿀 필요를 느꼈다.
# "인터넷 대신 아이들에게 놀거리를 주자"
우리 부부가 새로 세운 원칙이다. 일단은 '아이들을 야외에서 놀게 하자', 그리고 '게임 대신 독서를 하게 만들자'는 목표를 세웠다. 아이들 아빠 역할이 컸다. "내가 열 번 봐주는 것보다 당신이 한 번 놀아주는 게 더 효과적"이란 내 말에 자극을 받았는지, 남편은 주말마다 아이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온갖 종류의 공을 다 구해와 집앞 공원에서 야구.농구.축구를 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친구들을 모아오면 시합을 시키고 남편이 심판을 맡았다.
저녁이면 아빠가 먼저 책을 들고 거실에 자리를 잡았다. 원래 책읽기를 좋아했던 큰 애가 뒤따라 책을 들었다. 그러자 평소 전혀 독서에 관심이 없던 둘째도 슬며시 동화책을 펼쳤다. 이럴 때, 이왕이면 부모가 아이들과 같은 책을 읽는 것이 좋은 듯하다. 우리 부부는 '먼나라 이웃나라'나 '만화 삼국지' 등 어른도 함께 즐길 수 있는 만화책을 택해 아이와 번갈아 읽고 감상을 이야기했다. 공통 화제가 생기고, 엄마.아빠와 생각을 나누게 되자 아이들이 더 신나 했다.
한편 남편은 인터넷 사용시간을 보다 효과적으로 조절하기 위해 컴퓨터 제어장치를 구해왔다. 열쇠 형태로 돼 있어 빼놓기만 하면 비밀번호를 알아도 지정된 사이트 접속을 할 수 없는 '인터넷 자물쇠'였다. 게임이나 채팅의 사용을 차단하고 시간대별로 사용 시간을 제한할 수 있단다. 아이들에게 프로그램을 설명해 주고 "이제부터 엄마가 인터넷 열쇠를 보관할 테니, 너희가 필요할 때 엄마에게 이야기하라"고 제안했다.
# 처음에는 두 아이 모두 힘들어했다. 인터넷을 마음껏 쓰지 못하는 것이 불안했고, 독서와 운동도 지루하게 느껴졌단다. "한번 같이 참아보자"고 타일렀다. 그렇게 1개월쯤 지나자 아이들이 조금씩 안정되어 갔다. 어느 날부터인가 "게임 10분만 더 할게요" 하고 조르는 일이 없어졌다. 6개월이 지난 지금은 더 이상 평일에는 컴퓨터 앞에 앉으려 하질 않는다. 대신 친구들을 모아 축구하러 가기 바쁘다. 물총 싸움을 하느라 온 몸이 흠뻑 젖어 들어오기도 한다. 집안에만 있어 희멀겋던 얼굴이 건강한 갈색으로 변했다.
둘째 국성이는 성적도 많이 좋아졌다. 중간 정도였던 반 등수가 5등까지 올랐다. 형제가 다투는 일도 확 줄었다. 주말에만 각자 1시간30분씩 게임을 하기로 둘이 같이 의논해 정했단다. 학교에서도 더 활발하고 적극적으로 변했다고 선생님들이 칭찬을 한다.
같은 아파트 엄마들이 우리 아이들 이야길 듣고 "도대체 비결이 뭐냐"고 물어온다. 그럴 때면 "뭐 우리라고 특별한 게 있겠어"라고 하지만 이 말만은 꼭 덧붙인다. "아이들이 하고 싶은 걸 못하게 하는 것이니, 다른 재미를 찾아주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아. 혼자서만 느끼는 재미가 아니라, 가족.친구들과 함께 즐기는 재미가 더 크다는 걸 알 수 있게 말이야."
*** 나도 인터넷 중독?
(1) 원래 하려고 했던 것보다 더 오랫동안 인터넷을 사용하게 되나?
(2) 인터넷 때문에 집안 일(또는 학업, 업무)을 미룬 적이 있나?
(3) 가족이나 친구들과 있는 것보다 인터넷에서 더 흥미를 느끼나?
(4) 온라인상의 친구를 만들어 본 적이 있나?
(6) 인터넷 사용시간 때문에 학교나 직장에 지장이 있나?
(7) 해야 할 일을 미루고 인터넷에 접속부터 하나?
(8) 인터넷 때문에 학교성적이나 업무 생산성이 떨어지나?
(9) 누가 인터넷에서 무엇을 했느냐고 물었을 때 숨기거나 변명을 하며 얼버무린 경험이 있나?
(10) 일상생활의 괴로운 문제를 피하기 위해 인터넷을 한 적이 있나?
(11) 인터넷을 사용하고 나서도 다시 인터넷을 사용할 때를 기다리나?
(12) 인터넷이 없다면 따분하고 재미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나?
(13) 인터넷을 할 때 방해 받으면 소리를 지르거나 화를 내거나 귀찮은 듯이 행동하나?
(14) 밤늦게까지 접속하느라 잠을 제대로 못 자나?
(15) 인터넷을 하지 않을 때에도 접속할 생각에 몰두해 있거나 접속해 있는 듯한 공상을 하나?
(16) 인터넷을 할 때 "조금만 더 해야지"하면서 계속 하게 되나?
(17) 온라인 접속 시간을 줄이려고 노력하지만 번번이 실패하나?
(18) 온라인 접속 시간을 다른 사람에게 줄여서 말하거나 숨기나?
(19) 다른 사람과 밖으로 나가 어울리기보다 인터넷을 사용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더 좋은가?
(20) 접속해 있지 않을 때에는 우울하고 불안했다가도 접속하면 마음이 편안해지나?
■ 자녀 인터넷중독 예방법
'신철희아동청소년상담센터'의 신철희 소장은 "자녀의 인터넷 중독이 의심되면 일단 아이 방에 있는 컴퓨터를 거실 등 개방된 공간으로 꺼내 오라"고 충고한다. 가족이 모이는 장소에 두고 사용하게 하면 자연스럽게 인터넷 중독을 막을 수 있다는 것. 또 "아이와 대화를 통해 컴퓨터 사용 시간을 일정하게 제한하고 지켜나가도록 유도하라"고 강조한다. 신 소장이 자녀의 인터넷 중독 예방을 위해 부모가 기억해야 할 수칙 다섯 가지를 제시했다.
(1) 게임과 현실의 차이점을 분명히 알려줘라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성적이 다소 떨어지는 아이일수록 PC방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며 게임과 인터넷에 중독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 생활에서 얻지 못한 성취감을 게임을 통해 채우려는 마음이 큰 것. 게임 레벨이 올라가더라도 실제 생활에서 만족감이 커지지는 않는다는 걸 알려준다.
(2) 충분히 놀 시간을 줘라 과외나 학원을 여러 군데 다니는 아이들은 시간이 없어 인터넷 중독이 될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충분히 놀 시간이 없어 스트레스가 많이 쌓이면 오히려 중독 위험이 높아진다. 온라인 게임에서 친구들을 만나기도 하고 게임을 통해 스트레스를 풀려 하기 때문이다.
(3)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을 늘려줘라
친구 관계가 원활하지 못한 아이는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늘 혼자이게 마련이다. 외롭고 소외된 감정을 달래기 위해 게임이나 채팅에 빠지게 된다.
(4) 아이들과 충분한 대화 시간을 가져라
부모가 무관심하거나 잘못만 지적한다면 아이는 자신감이 없고 불안한 정서 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다. 집에서 원활한 의사소통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혼자서 하는 활동인 게임 속에서 외로움을 달래려 하기 때문이다.
(5) 스트레스 풀 통로를 함께 마련하라
아이들이 컴퓨터 게임에 빠지는 가장 큰 이유는 스트레스 해소. 부모가 나서 운동이며 취미 활동을 함께 하거나, 친구들과 야외 활동을 하도록 권한다. 인터넷 이외의 통로로 감정 발산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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