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매거진t 2006-11-28 08:00]
TV 드라마에서 가장 사랑받는 메뉴 ‘짜장면’
요즘 유난히 짜장면이 땡기지는 않으시는지. 그것도 밤 10시에서 11시 사이에 특히나 땡기지는 않으시는지. 짜장면이 땡기는 이유가 길어진 밤 탓에 그저 입이 궁금한가보다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그것은 당신이 <환상의 커플>이나 <연인>을 보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여하튼 밤만 되면 드라마를 보다가 짜장면을 시킬까 말까 전화통 앞을 서성거리는 우리는 이미 짜장면의 노예. 덕분에 24시간 하는 짜장면집의 매출도 급상승했다 하니 짜장면은 드라마뿐만 아니라 우리의 일상도 평정해 버렸다. MBC도 짜장면, SBS도 짜장면!
연속 2주 면발을 논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이 대세를 거스를 수는 없었다. TV만 켜면 <환상의 커플>의 짜장예슬씨는 “지나간 짜장면은 다시 돌아오지 않아!”라고 외치며 아침저녁으로 짜장면을 먹고, <연인>에서는 중국에 오면 짜장면 사준다는 남자의 말에 혹해 양산 쓰고 해남도까지 가서 짜장면 곱빼기를 내 놓으라는 여자도 있다.
그뿐인가. <거침없이 하이킥>에서는 자신들을 못살게 구는 아들손자들을 감금해 놓고 그 앞을 지키고 앉아 짜장면을 드시는 할아버지가 계신가 하면, 뉴스에서는 인천 차이나타운의 첫 번째 짜장면집인 <공화춘>을 문화재로 지정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준다.이거 참, 전국 중국집 연합회에서 방송국에 로비라도 했는지 짜장면 없이는 드라마도 안되고 뉴스도 안 되는가 보다.
연령대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짜장면이라 함은 졸업식과 이삿날의 이미지가 아닐까 싶다. 물론 성별과 성장과정에 따라 당구장이나 고스톱, 목욕탕에서 돌아오는 길을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짜장면 한 그릇을 먹으며 떠올릴 수 있는 추억은 대개 비슷한 것 같다. 라면 말고 3천원 안팎에 우리에게 그런 완벽한 만족을 주는 음식도 드물기에 가난했던 지난 우리 어린 시절의 짜장면은 그 달달하고 짭쪼름한 냄새만 맡아도 마음이 부자가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짜장면은 지금도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서민의 외식메뉴요, 세대를 넘어선 추억의 먹거리로 공유될 수 있었는데 이것이 요즘 드라마에 짜장면이 자주 등장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중국에는 없고 ‘중국집’에는 있는 짜장면의 역사짜장면의 역사는 1900년대 초 인천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중국과의 큰 교역항이었던 인천은 중국 상인들과 노동자들의 집결지였다. 예나 지금이나 중국인들이 모이는 곳이면 시끌시끌한 중국음식점이 생기는 것은 똑같은지, 인천항 근처에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면요리, 즉 짜장면을 파는 음식점이 생기게 되었다.
그 시작이 바로 1905년 공화춘이었고, 공화춘 오픈 100년이 되는 2005년에는 인천 차이나타운을 화려하게 단장하여 짜장면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큰 행사가 있기도 했다. 덕분에 인천 차이나타운이 정녕 ‘차이나타운’의 면모를 갖추는 계기가 되었으니 짜장면이 화교사회에 미친 영향도 우리 삶에서 차지하는 짜장면의 비중만큼이나 크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들 아시는 것처럼 정작 중국에는 짜장면이 없으니, 따지고 보면 짜장면을 중국요리로 넣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새삼스런 고민이 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짜장면의 소속과 분류체계가 뭐에 그리 중요할까. 어쨌거나 맛있으면 그만이니 말이다. 세월이 가도 짜장면은 영원히오늘도 이삿집에는 짜장면이 배달되고, 짜장면 한 그릇으로 뿌듯하게 점심을 해결한 직장인들은 3천원의 보람을 느끼며 사무실로 들어간다. 또한 짜장면은 여전히 당구장의 내기 메뉴에서 빠지지 않을 테고 졸업식이 끝난 학교 앞 중국집에서는 탕수육에 짜장면을 먹는 가족의 모습을 계속 볼 수 있을 것이다.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그렇게 짜장면은 TV의 드라마 속에, 우리의 삶 속에 그리고 공화춘의 200주년 오픈 기념일 까지도 계속 될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사족
그런데 이 글을 읽으며 짜장면을 표준어인 ‘자장면’으로 쓰지 않는다며 덧글을 달 준비를 마친 분들께서도 계실 듯하다. 허나 우리가 언제 닭도리탕 대신 닭매운찜을 먹었으며 오뎅 대신 어묵을 먹었던가. 우리에게 짜장면은 있을지언정 자장면은 없다. 최소한 여기서만큼은 우리 마음의 표준어 ‘짜장면’을 써도 용서해 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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