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연합르페르 2006-11-30 10:22]
지금껏 일본 여행을 하면서 대도시만 선호했다면 아마도 지독한 쇼핑광이거나 매너리즘에 빠진 게으른 여행자일 것이다. 빠르기만 하지 재미없는 신칸센을 이용해 도쿄와 오사카를 둘러보고 나서 일본을 다 보았다고 뿌듯해 한다면 더더욱 비극이다.
여행의 원초적인 매력은 '뒷골목을 걷는 즐거움'이라고 한다. 그 뒷골목은 그렇게 멀지 않다. 열도를 횡단하는 신칸센 철로를 조금만 벗어나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일본인들도 해외여행 비용보다 비싼 경비를 치르고 찾는다는 일본의 숨겨진 '뒷골목' 세 곳을 소개한다.
찻집에서 샤미센을 듣는 즐거움
일본 지도를 펼쳐놓고 가나자와(金澤)를 한번 찾아보자. 지도를 더듬는 손가락은 틀림없이 후쿠오카나 도쿄 주변을 맴돌고 있을 것이다. 길쭉한 일본 열도 한가운데 있지만 가나자와는 오히려 찾기 힘들다. 하지만 어렵게 찾은 만큼 보람은 있다. 가나자와는 과거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현지인들도 옛날의 향수를 느끼기 위해 찾는다는 뒷골목을 한번 걸어보자.
여행을 하면서 쭈뼛쭈뼛 담 너머로 보는 소극적인 관찰자는 되지 말자. 여행지를 단순히 기념사진 배경으로 만들고 싶지 않으면 해당 지역에 대한 최소한의 상식은 알고 출발해야 한다. 따분한 상식이 아니라 정찬(正餐)에 앞서 입맛을 돋우는 애피타이저가 될 수 있다.
이시카와(石川) 현의 현청 소재지인 가나자와는 45만여 명이 거주하며 동해(東海) 연안의 가나자와 평야와 '고다쓰노 대지', '우타스 산', '데라마치다이'라고 불리는 3개의 구릉 사이에 자리 잡고 있다.
가나자와 사람들은 '도시락은 잊어버려도 우산은 챙겨라'라는 말을 많이 한다. 맑은 날이 연평균 19일에 불과하고 강수량이 1mm 이상인 날은 연 181일에 달해 1년 중 절반은 비와 눈이 내리기 때문이다.
이곳은 16세기 후반 성이 완성된 후 300여 년에 걸쳐 번성했으며 호쿠리쿠(北陸) 지방의 경제, 상업, 문화의 중심지였다. 영주들은 염색, 칠기, 견직, 도자기를 장려했고, 이로 인한 지역 경제의 활성화는 주민들이 보다 윤택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 같은 윤택함은 가나자와를 메이지유신(明治維新) 이전까지 도쿄, 교토, 오사카 등에 이어 일본 5대 도시로 만들었다.
여행지로서의 매력은 역사에 기인하지 않는다. 일본에서 가장 옛날 분위기를 접할 수 있는 곳이 가나자와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이 간토(關東), 간사이(關西), 규슈 지방에 주로 폭격을 가했기 때문에 북쪽에 위치한 가나자와는 피해를 거의 입지 않았다. 전쟁의 대가로 많은 것을 잃어버린 현지인들은 과거의 흔적이 짙게 남아 있는 가나자와 거리를 거닐면서 반추의 시간을 갖는다.
가나자와에서 첫 발걸음은 히가시차야가이(東茶屋街)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히가시차야가이는 가나자와 성 동쪽에 위치한다. 시내 찻집, 요정거리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다. 인사동이 사람들로 북적거린다면 이 거리는 심심할 정도로 소박하고 조용하다. 찻집이 몰려 있는 좁은 골목으로 들어서면 적막함이 온몸을 휘감는다.
그렇다고 한기(寒氣)까지 느껴질 정도의 고요함은 아니다. 인적이 드문 좁은 골목 사이를 걷는 발소리는 맑고 청아하게 울려 기분 좋은 음감(音感)을 제공한다. 삼나무로 만든 빛바랜 목조건물은 그동안 차가운 금속과 유리로 치장한 마천루에만 눈이 익었던 사람들에게 편안함을 준다.
이 가운데 지난 1820년부터 1945년까지 영업했었던 시마(志摩)는 과거의 모습이 완벽히 보존돼 여행객들이 제일 먼저 찾는 명소다. 찻집거리에는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장소가 많이 있어서 금박 붙이기 체험은 물론 차를 마시면서 일본 전통악기인 샤미센 연주에 도전할 수도 있다.
히가시차야가이에서 정서적 포만감을 충족시켰으면 다음은 겐로쿠엔(兼六園) 차례다. 겐로쿠엔은 가나자와를 방문하는 여행자들이 꼭 들르는 필수 코스로 일본 3대 정원 중 하나로 꼽힌다.
10만5천 평 규모의 겐로쿠엔은 1676년 영주가 정자 주변에 정원을 만들면서 조성되기 시작했는데, 무려 170년에 걸쳐 완성됐다. 대정원을 보면 일본인들의 문화가 그대로 드러난다.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절제된 조경은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한다.
나무 사이로 흐르는 수로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굽이굽이 흐르고 표고차가 낮은 물을 끌어들여 폭포까지 조성한 것은 현대 건축학에서도 수수께끼로 회자되고 있다. 겐로쿠엔은 계절마다 다양한 색감(色感)을 뿜어내지만 늦가을에 특히 화려한 모습을 자아낸다. 선홍색의 단풍은 11월 중순까지 대정원을 뒤덮으며 원내에 조명시설까지 설치돼 있어 밤에 찾은 사람들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Tip_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
가나자와에는 과거의 모습만 있는 것이 아니다. 2004년 개장한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은 현대 건축 기술과 디자인이 결합된 최첨단 미술관으로 현지에서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사람과 건물이 함께 호흡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념을 추구해 미술관은 정면과 뒷면의 구별이 없다.
미술관은 모두 14개의 전시실과 미디어 실습실, 아트 라이브러리, 시민 갤러리, 카페, 레스토랑으로 구성돼 있으며 다양한 조명을 설치해 관람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또한 관람객들은 유리로 된 외벽을 통해 360도로 펼쳐지는 파노라마 경치를 감상할 수도 있다.(오전 10시~오후 6시, 076-220-2800, 월요일 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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