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세계일보 2006-12-08 09:45]
# 법당 앞마당이 푸른 동해, 죽도암
동해를 굽어보는 사찰로는 강원 양양의 낙산사가 가장 유명할 터. 그러나 양양에는 이름 없는 바닷가 절집이 여럿이다. 양양군 현남면 인구리의 죽도암(竹島庵)은 우리나라에서 바다와 가장 가까운 절집일 게다. 전국의 바닷가 암자를 두루 다녀 봤다는 죽도암의 비구니 우성(36) 스님도 이같이 말한다.
관음전 앞마당 바로 뒤가 시퍼런 동해다. 태풍이라도 몰아치면 이 마당까지 바닷물이 들이친다. 마당 안쪽의 요사채 현관까지도 물방울이 튄다.
죽도는 둘레 1㎞, 높이 54m인 조그만 섬. 예전에는 뭍에서 떨어져 있었기에 섬으로 불리겠지만 지금은 잇닿아 있다. 이름대로 장죽(대지팡이)으로 쓰이는 대나무가 사시사철 울창한 섬이다.
속초에서 7번 국도를 타고 강릉 방면으로 내려오다 하조대를 지나 2㎞ 정도 달리면 ‘죽도암’이라는 작은 표지판이 나타난다. 좁은 길을 따라 들어가면 요사채가 먼저 눈에 띈다. 절벽을 끼고 세워져 길가에서 잘 보이는 관음전과 이 요사채가 암자의 전부다.
연로한 주지 도경 스님이 치료차 외부에 머물 때가 많아, 젖먹이 때부터 키웠다는 학생 3명이 학교에 가고 나면 죽도암에는 하루 종일 우성 스님 혼자다. 그도 8살에 죽도암에 들어와 28년을 예서 살았다.
새벽 예불을 마치고 죽도암 옆 ‘선녀탕’이라는 바위에 혼자 걸터앉아 자신까지도 붉게 물들이는 일출을 맞으면 마치 신선이 된 듯한 기분에 빠져든다는 우성 스님. “이제는 푸른 바다를 보면 마음이 더없이 편안해진다”는 스님도 ‘돌아서면 바다, 돌아서면 절집’인 이 암자가 자기 자리라고 생각하게 된 것은 20대 중반이 훌쩍 넘어서란다. 그는 “그나마 저 멀리 사람 사는 마을이라도 보이니 여기서 살 수 있겠지요”라며 손가락으로 육지 쪽을 가리킨다.
주변 바닷가의 기기묘묘한 바위들도 볼거리. 딱히 뭐를 닮았다고 형언하기 어려울 정도로 오묘한 형상의 바위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아 죽도암의 분위기는 한층 각별해진다.
# ‘臥佛 바위’로 유명한 휴휴암
양양에는 바닷가 암자가 또 하나 있다. 죽도암에서 7번 국도를 타고 주문진 방향으로 500m쯤 더 내려오면 표지판이 보이는 현남면 광진리의 휴휴암(休休庵). 온갖 번민을 내려놓고 쉬고 가라는 뜻이다.
죽도암이 소박하고 조용한 절집인 반면, 휴휴암은 법당만 4채로 제법 규모가 된다. 바닷가 절벽에 높은 단을 쌓고 세워진 비룡관음전 옆으로는 동해가 시원하게 펼쳐져 경관이 그만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굴 속에 차려진 법당인 ‘굴법당’의 화려한 불화도 볼거리다.
1997년 묘적전이라는 법당 하나로 창건된 휴휴암은 99년 바닷가에서 누운 부처 형상의 바위가 발견되며 불자들 사이에 명소로 부상했다. 바닷가 100평 남짓한 바위인 ‘연화법당’에 오르면 20m앞 오른쪽 해변에 보이는 기다란 바위가 해수관음상이 감로수병을 들고 연꽃 위에 누워 있는 모습이라는 게 이 절집 사람들의 설명이다. 이 기묘한 형태의 바위가 외부에 알려지며 휴휴암에는 일년 내내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널따란 주차장이 필요할 정도로 사람들이 몰리고 절집 뒤편에는 카페까지 생겨 이제는 ‘휴휴암’이라는 이름이 썩 잘 어울리지는 않지만, 그래도 겨울 바다와 절집이 합작해 내는 운치는 제법이다.
휴휴암 주변에도 누천년 세월 동안 파도와 비바람이 만들어 낸 오묘한 형상의 바위가 즐비하다. 거북바위, 발바닥바위, 발가락바위, 여의주바위, 얼굴바위, 물고기바위 등의 이름이 붙어 있다. 이름을 듣고서 살펴보면 모두 그럴 듯하다. 죽도암, 휴휴암 외에도 동해안에는 겨울 바다의 정취를 바로 눈앞에서 즐길 수 있는 절집이 적지 않다.
동해시의 감추사는 기암괴석 속에 파묻힌 암자로, 100m 앞이 바로 바다여서 1960년대에는 해일로 절집이 소실되기도 했다. 정동진역 인근의 등명낙가사에서도 산 아래로 동해를 굽어볼 수 있다.
이들 동해변 암자들은 새해 첫날이면 해맞이에 나선 인파들로 입추의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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