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매거진t 2006-12-12 08:00]
<이가탄>과 <인사돌> 광고 속의 갈비
요즘같이 고기가 흔한 시절에도 잔칫집이나 집들이에 다녀와서는, 갈비가 있었네 없었네 얘기가 많은 것을 보면 갈비는 우리에게 어떤 풍요로운 상차림의 이미지이자 그 상차림이 괜찮은 접대였는지를 평가하는 기준이 되는 것 같다. 허긴, 그 달달한 갈비살의 맛은 입에 짝짝 달라 붙다 못해 남은 국물에 밥까지 비벼 먹게 만드니 고기가 흔한 시절이건 아니건, 참 맛있는 음식이란 것은 사실인 듯하다. 잇몸이 튼튼한 사람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갈비에 대해서 맛있는 잔치 음식의 이미지를 떠올리며 군침을 삼키고 있을 때 제약업체에서는 일제히 갈비의 질긴 이미지를 부각시켜 잇몸약 광고를 만들고 있었으니, 대표적인 잇몸약 제품인 ‘이가탄’과 ‘인사돌’의 광고에는 나란히 갈비가 등장한다.
이 광고에 등장하는 갈비의 역할은 무조건 질기게 보여서 그 약을 먹은 광고 모델들의 잇몸이 튼튼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그러나 보통 갈빗대의 2배는 족히 되어 보이는 갈비를 ‘뜯으며’ 이제 살맛이 난다고 하는 모델의 모습을 보면 ‘맛있겠다’거나 ‘이가 정말 튼튼해지겠다’보다는 ‘거 참 갈비가 되게 질긴가 보네’ 하는 생각이 먼저 드는 것은 나만 그런 것인가.
한국식으로 갈비를 요리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어서 찜을 하거나 굽는 것이 보통이다. 그리고 그것에도 간장에 양념을 한 것, 매운 양념을 한 것이 있겠고, 그냥 갈비 모양을 살려서 만드는 것과 곱게 다져서 만든 것(떡갈비) 등으로 나눌 수 있는데 그 어떤 요리건 간에 잘 요리된 갈비요리라 함은 그렇게 ‘뜯어’ 먹어야 할 정도로 질겨서는 안 된다. 자고로 갈비라 함은 적당히 씹는 맛 가운데 풍부한 육즙이 느껴져야 하며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맛을 느낄 수가 있어야 하는 법. 결국 질긴 갈비는 잘못된 음식이란 것이다. 그 비싼 갈비가 질긴 이유는 무엇일까갈비가 질겨지는 것은 충분히 익히지 못한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다. 갈비를 포함한 육류는 살짝 익히거나 아주 푹 익히는 ‘모 아니면 도’ 스타일이 가장 연하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인데, 대부분 조리시간이 그 중간 정도로 어정쩡하다 보니 질긴 고기를 먹게 되고 결국 ‘이가탄’이나 ‘인사돌’을 사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두 번째로 갈비가 질긴 이유는 그저 고기가 안 좋아서. -_-손질된 육류는 반드시 일정 기간 숙성의 시간을 거쳐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을 수도 있고, 고기를 자르는 것도 요리하는 것 만큼이나 중요한 일인데 그것 자체가 잘못되어도 고기가 질길 수 있다. 여하튼 이렇게 질긴 고기는 근본적으로는 구제가 불가능한데 키위나 파인애플, 배처럼 단백질을 분해하는 역할을 하는 과일을 요리할 때 조금 넣어주면 도움이 된다. 하지만 그것이 너무 과하면 고기의 조직 자체를 파괴하여 고기죽을 만들게 되니 주의하는 것이 좋겠다. 왕갈비, 떡갈비, 이동갈비에 매운 갈비찜까지
자, 이제 골치 아픈 조리과학 얘기 대신 장안에 맛있는 갈비 얘기를 해보자.우리나라에는 몇몇 지역별로 유명한 갈비를 하나씩 갖고 있는 것 같다.
수원의 왕갈비는 주로 소금간만 해서 먹는 스타일이고, 동두천 쪽에는 갈빗살을 다져서 갈비 양념을 한 다음 손바닥 만하게 빚어 숯불에 구워먹는 떡갈비가 아주 유명하다. 포천은 막걸리와 함께 갈빗대를 수를 늘리기 위해 갈빗대를 반 잘라 만든 이동갈비가 유명하고 배밭 근처인 홍릉과 태릉 역시 갈비집들이 많이 모여있고 또 그 맛이 무난하니 괜찮다.
그러나 가장 추천하고 싶고 독특한 갈비는 대구 동인동의 매운 갈비찜. 새빨간 고춧가루 양념을 해 쪄낸 매콤한 갈비를 다 찌그러진 양푼에 담아 내주는 대구만의 독특한 갈비찜은 꼭 맛을 보지 않으면 안 되는 특별한 갈비요리가 아닐까 싶다.
대구에 직접 내려가 그 맛을 보면 가장 좋겠지만, 시간이 여의치 않은 분들을 위해 대구의 그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레시피를 만들어보았다. 조금은 터프한 스타일의 갈비찜이지만 절대로 ‘뜯어’ 먹어야 하는 불편은 없다. 또한 갈비를 ‘뜯어’ 먹어야만 살맛이 나는 것도 아니다. 우아하게, 부드럽고 매콤한 갈비의 맛을 그대로 즐겨보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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