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파이낸셜뉴스 2006-12-12 17:15]
술 마신 다음 날 유독 배고픔을 느낀 적이 있을 것이다. 술을 마시면서 안주도 많이 먹었는데 왜 그럴까. 또 낮술을 마시면 보통 저녁보다 취하는 기분이 든다. 낮에 술을 마시면 원래 더 취하는 것일까. 이처럼 술 마시면서 궁금했던 점들을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유준현 교수에게 들어본다.
■술깨는 약 효과가 있나
약간의 효과는 있다. 하지만 과신하는 것은 금물이다. 이를 믿고 평소보다 많은 양의 술을 섭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숙취방지약이 여러 종류 있는데 이들 성분도 제각각 다르다. 이중 대표적인 것은 아스파라긴산으로 알코올 분해를 촉진시키고 독성물질의 농도를 낮춘다고 알려져 있으나 실제 임상에서 명확히 입증되지는 않은 상태다.
또 숙취의 원인은 알코올 절대량과 함께 저혈당, 탈수현상 등 여러 원인이 복합적이므로 이 음료를 먹더라도 기본적인 알코올 흡수량이 줄지 않는다면 조금은 취하는 속도를 늦추고 숙취해소에 약간 도움이 되는 정도다.
■술 깨기위한 찬바람은
술을 마시다보면 얼굴이 달아오르고 몸도 후끈후끈해진다. 이 때문에 술을 깨려고 밖으로 나가 찬바람을 쐬는 사람이 많다. 밖에 나가 찬바람을 쐬면 정신이 들고 술이 깨는 것 같지만 이는 일시적 현상이다.
추운 날씨 탓에 수축된 혈관이 따뜻한 실내에서 갑자기 이완돼 혈액이 몰려들기 때문에 더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술자리에서 오래 버티려면 차가운 바람보다 화장실을 한 번 더 다녀오는 게 오히려 낫다.
■다음날 왜 배 고플까
술먹은 다음 날 속은 쓰리고 미식거려도 이상하게도 밥맛이 땡기는 경우가 많다. 이는 일시적 저혈당 증세 때문이다. 알코올이 포도당 합성을 방해하기 때문에 혈당수치가 낮아져 마치 식사를 거른 상태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특히 안주 없이 술만 지나치게 먹었을 때 심하게 나타난다.
저혈당 상태인 경우, 공복감은 물론 식은땀, 어지러움, 손끝저림, 집중력 감퇴 등 여러 증상이 나타난다. 술을 마시면 혈당 수치가 일시적으로 낮아지므로 속이 아프다고 해서 아침 식사를 거르게 되면 점심무렵까지 온 몸이 피로하고 의욕이 떨어지는 상태가 되므로 반드시 식사를 하는 것이 좋다. 밥을 먹는 것이 제일 좋지만 과도한 음주로 위가 제 기능을 못한다면 설탕물이나 꿀물, 청량음료처럼 당이 많은 음료수를 먹는 것도 효과가 있다.
술로 인한 저혈당은 일시적 증상이므로 정상적인 식사를 하면 곧 회복된다. 하지만 밥맛이 땡긴다고 과식하면 그렇지 않아도 전날 먹은 술로 인해 기능이 떨어진 위에 큰 부담을 줄 뿐 아니라 과도한 열량 섭취는 건강에도 해롭다.
■낮술이 더 취하나
그렇다. 그 이유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체는 일정 시간에 따라 몸이 반응하는 시간이 다르다. 예를들면 음식을 먹어도 잘 소화가 되는 시간, 소화가 안되는 시간이 따로 있다. 음식을 포함하여 입으로 섭취되는 모든 것들은 피속에 흡수되면 일정한 과정을 밟아서 신체의 구성성분으로도 변하고 에너지원으로도 바뀌는데 이러한 과정은 효소에 의해 빠르게 또는 느리게 진행된다.
이처럼 주로 효소에 의해서 결정되는 신체내 반응속도를 의학적으로는 ‘대사속도’라고 한다. 측정이 가능한 객관적인 지표인 혈압, 맥박, 호르몬들의 일중변화를 살펴보면 아침, 오후, 저녁시간에 따라서 뚜렷한 차이가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혈압은 밤에는 낮고, 오후에는 높으며 성장호르몬은 밤중에 높고 낮에는 낮다. 또 남성의 성적흥분이 아침에 생기는 현상도 호르몬의 일중변동과 관계가 있다. 따라서 생체가 가진 일중변화의 특성 때문에 섭취하는 음식, 약물, 알콜 등의 대사 속도가 밤과 낮 사이에 차이가 나기 때문에 섭취하는 성분에 따라서 느릴 수도 빠를 수도 있다.
치사량을 결정하는 동물실험에서 투여하는 시간에 따라서 약물의 양이 2배 이상 차이가 나며 수면제의 수면 효과도 투여 시간에 따라서 많은 차이가 있음이 증명된 바 있다. 따라서 알코올을 처리하는 신체능력도 시간에 따라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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