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패션】

‘레깅스’화려한 외출

피나얀 2006. 12. 16. 22:22

 

출처-[헤럴드 생생뉴스 2006-12-16 10:05]



[커버스토리]추위 녹이는 젊음의 노출언어

 

미니멀리즘으로 대변되는 패션 트렌드, 그 중에서도 미니스커트를 입고 청춘들은 봄 여름 가을 ‘쭉~’ 거리를 활보했다. 술잔도 짝수로 돌려야 한다고, 청춘들은 3계절이 아쉬운 듯 미니스커트로 한겨울을 녹이고 있다. 삭풍에도 미니라니, 역시 청춘이다. 그뿐인가. 봄 여름 가을보다 더 짧아졌다.

 

미니를 넘어 이브의 주요 부위를 가린 무화과 나뭇잎 같은 20㎝대의 초미니다. 이젠 입는 게 아니라 걸친다고 한다. 그래서 올겨울 유행하는 미니스커트는 더는 치마가 아니라 액세서리다. 자연은 여름에 옷을 입고, 겨울에 옷을 벗는다고 했는데, 여름에 벗었던 여심(女心)은 겨울에 더 아슬아슬하게 자연을 따라간다.

 

불황에는 여성들의 치마 길이가 짧아진다는 믿거나 말거나 한 패션업계의 학설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2006년은 최대의 불황인 셈이다. 유난스러운 ‘추운 패션’의 원인이 진짜 불황 때문일까. 아니면 뭐란 말인가.

 

다중시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눈에 보이는 대로 볼 수 있는 지하철과 버스, 거리로 나가보자. 그동안 맨살에, 또는 스타킹을 신고 미니스커트를 입었던 여성들이 확 달라졌다.

 

왼쪽 오른쪽 양다리의 각도가 ‘제로’로 달라붙어 있던 청춘들, 머리를 좌우전후로 90~180도 체면 없이 끄덕이면서도 양다리의 각도는 그래도 10도를 넘지 않았다. 도를 닦은 듯 신기할 정도였다. 어려서부터 교육받고 스스로 지켜야 했던 자의식이 무의식을 지배했을 터.

 

그랬던 그녀들이 달라졌다. 10도, 20도, 45도…, 활기찬 여성들의 양다리는 각도가 생겼다. 불꽃이 튀는 기분 나쁜 남성들의 시선, 또는 눈을 둘 데가 없어 불안한 남성들의 눈길에 그녀들은 이렇게 변명한다. “뭘 봐! 바지 입었는데, 미니스커트 입었을 때처럼 조신해야 하냐??” 남녀 간 생각이 다른 것이다. 남자들에게 속옷으로 보이는 스타킹이 그녀들에게는 겉옷, 활동성이 뛰어난 바지였던 것이다.

 

“대한민국 여성들의 교복이 됐다”는 레깅스, “개나 소나 다 입는 쫄쫄이”라는 그 레깅스. 한여름 노출의 추억을 간직한 청춘들은 레깅스로 겨울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하지만 레깅스의 원류를 찾아가면 올겨울 패션은 좀 황당하다. 레깅스, 영어로 ‘leggings’의 백과사전 요약이다.

 

‘허리에서 발 끝까지 덮이는 유유아용(乳幼兒用) 바지.’ 어린애들이 입는 쫄바지가 레깅스다. 좀더 상세히 설명하면 ‘발등을 덮는 것, 발 끝까지 폭 싸는 것. 보온성이 뛰어나다.

 

저지와 같은 신축성이 자유로운 천이 적합한데, 천에 따라서 외출용ㆍ일상용ㆍ속옷 등으로 사용되며, 겨울옷으로서는 없어서는 안 될 옷. 군인용 피혁제 각반(脚絆)을 가리키기도 한다.’ 보온용 바지를 여성들은 노출의 아이템으로 이용했으니, 남성들이 속옷이라는 의견에도 불구하고 ‘겉옷, 또는 바지’라는 여성들의 강변이 틀리지는 않는다.

 

게다가 날개돋친 듯 팔리는 레깅스의 인기에 대해 청춘들은 “편하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실용성을 강조한다. 패션플러스의 문서원 패션트렌드팀장도 “레깅스는 신축성이 좋아 착용감이 편했고, 스타킹을 신고 미니스커트 입을 때의 아찔한 불안감을 날려버렸고, 발목에서 똑 떨어지는 라인이 발목을 가늘어 보이게 했다”면서 “많은 여성이 입는 데에는 그만큼 실용성이 입증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실용성을 따진다면 은근히 S라인을 살리면서도 편한 진이나 청바지 면바지가 수두룩한데, 왜 하필 레깅스일까.

 

남성들은 ‘내숭’이라고 한다. 그리고 속내를 들여다보면 일종의 팬덤 현상이다. 1980년대 유행했던 ‘쫄바지’가 레깅스라는 그럴듯한 이름으로 유행을 타게 된 것은 ‘트렌드 세터’라는 패션리더들의 역할이 크다. 시장갈 때, 조깅할 때, 심지어 아이를 돌볼 때에도 파파라치에 걸려 찍힌 대중스타들의 각선미 넘치는 레깅스 패션에 여심이 화끈하게 동한 것이다.

 

모델 케이트 모스, 시에나 밀러, 제시카 알바까지 할리우드의 내로라하는 패셔니스트들의 레깅스 패션이 거기에서 그쳤다면 ‘길이’가 다른 서양 스타들의 일상복 정도로 끝났을지 모른다. 그런데 이효리 정려원 등 꾸밈없고 자연스러운 패션을 추구하는 한국의 스타들이 긴 티셔츠나 니트, 미니스커트에 레깅스를 입은 모습이 매스컴에 표출됐으니, 따라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래, 나도 한 번 입어볼까. 더군다나 대세는 S라인 아니던가.” 스타로부터 받은 레깅스 영감은 S라인이라는 섹시한 트렌드와 딱 맞아떨어졌다. 패션전문가들은 “미니스커트나 긴 니트 등으로 엉덩이 라인은 가렸지만, 흘낏 보면 스타킹과 다름없는 레깅스로 속살을 드러낼 듯한 패션에는 겨울에도 라인을 살리고 싶어하는 여성심리가 작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베스띠벨리 디자인실의 박성희 실장은 “한겨울인데도 스커트가 5cm에서 15cm까지 짧아져 20cm대의 손바닥만한 미니스커트가 각광받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들은 실용성을 강조하지만, 결국 레깅스 패션도 여성의 노출심리의 연장선상에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노출심리를 크리스찬 디올은 이렇게 말했다.

 

“유혹적으로 보여야 성공적인 패션”이라고. ‘노출-유혹-패션’은 동의어인 셈이다. 실제 벨기에 루뱅대 브람 반 댄 베르그 교수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속옷을 입은 섹시한 여성의 사진 같은 ‘성적 암시’에 노출됐던 남성들은 불공정한 제의를 받아들이는 확률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노출 패션을 자주 선보이는 여자 연예인들이 군부대 등 남자들의 집단에서 최고 인기스타인 것은 이 같은 사실을 뒷받침한다.

 

1년 열두 달 달리고 달려 몸매를 다듬은 청춘들은 이성의 눈길을 사로잡기보다 ‘자기만족형’으로 레깅스의 노출 패션에 동참한다. 이들에게 날씬한 다리 라인을 힐끗 쳐다보는 남성의 시선은 때로 불쾌하다. 하지만 같은 여성의 부러운 시선은 언제나 늘 유쾌하다는 나르시스적인 여성이 많다.

 

이모(23) 씨는 “미니스커트를 입을 때마다 다리가 예쁘다며 부러워하는 여성들의 말이 남성들의 예쁘다는 말보다 훨씬 만족스럽다”며 “동성인 여성에게서의 칭찬은 인정받는 느낌이라 여자친구를 만날 때 더 신경을 쓰게 된다”고 말했다.

 

80대의 나이에도 남성들에게 여전히 매력적이었다는 프랑스의 17세기 살롱 마담 니농 드 랑크로도 “눈부실 만큼 아름다운 것이 언제나 좋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좋은 것은 언제나 아름답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레깅스에 짧은 치마를 입든, 다리가 휜히 드러나든 어쩌겠는가. 그녀가 좋다는데….

 

겨울바람을 녹이는 노출 패션에 남성들의 반응은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엇갈린다. 한쪽은 음흉스럽고, 한쪽은 내숭을 떤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교과서적이다.

 

대학생 윤모(24) 씨는 “여자친구가 손바닥만한 미니스커트에 레깅스를 입고 왔는데 눈이 뒤집혔다”고 했다. 직장인 정모(43) 씨는 “다리가 짧은 한국인 체형에도 잘 어울리고 귀엽고 섹시하다”고 좋아했다.

 

민망하다는 의견도 있다. 자영업을 하는 권모(53) 씨는 지하철에서 얼굴이 화끈거려 혼이 났다고 했다. 환승하려 계단을 오르려는데 바로 앞에서 계단을 올라가는 여성이 짧은 치마 때문에 엉덩이 라인이 훤히 보였다는 것. 그는 “눈을 둘 곳이 없더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젠 남성들도 알아차렸다. 처음에는 스타킹인 줄 알았는데, 두툼한 쫄바지라는 것을. 너도나도 교복처럼 입는 레깅스에도 질렸다. 착시 현상이 사라진 12월, 남성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노출을 즐기던 여심은 어떤 패션을 만들어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