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건강】

‘거꾸로 식습관’ 음식도 거꾸로 올라온다…위식도 역류질환

피나얀 2006. 12. 18. 23:11

 

출처-[동아일보 2006-12-18 04:25]




사례 1

 

술과 담배를 즐기던 곽모(33) 씨. 과음 다음 날에는 가슴이 타들어가듯 아프고 코끼리가 가슴을 밟고 있는 듯 답답해 순환기내과를 찾았다. 의사는 협심증인 것 같다며 심전도, 초음파 검사를 했지만 이상이 없었다. 결국 스트레스가 원인이라며 금연하라는 진단만 받고 돌아온 곽 씨. 하지만 담배를 끊어도 통증은 계속됐다.

 

사례 2

 

맞벌이 주부 3년차 박모(29) 씨. 속이 쓰리더니 나중엔 밤잠을 제대로 못 이루는 날도 있었다. 동네 내과에서 위내시경 검사를 받았으나 위는 깨끗했다. 의사는 스트레스성 위염인 것 같다고 진단했다.》

 

얼핏 다른 병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두 사람은 사실 같은 병을 앓고 있었다. 다름 아닌 위식도 역류.

 

위산이나 위 속의 내용물이 식도로 역류함으로써 속이 거북해지거나 가슴 통증, 천식과 같은 합병증이 생기는 증세를 일컫는다. 장기간 방치할 경우 식도염이나 식도 협착, 식도암, 위궤양, 위암 등으로 발전할 수 있다. 비만하거나 임신한 사람이 속이 쓰릴 때 진단받는 역류성 식도염도 이 질환 중 하나다.

 

○ 왜 걸리고 어떻게 치료하나

 

위와 식도 사이에는 위산의 역류를 막는 근육(하부식도괄약근)이 있는데 이 근육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위식도 역류질환에 걸리게 된다.

 

술을 자주 마시거나 맵고 짠 음식을 자주 먹는 사람, 기름진 음식을 자주 섭취하는 사람이 잘 걸린다. 과식, 폭식, 늦은 저녁식사, 식사 뒤 바로 눕기 등 나쁜 생활습관도 원인이 된다.

선천적으로 위산의 분비량이 많거나 비만일 때 발병 가능성이 더 높다.

 

문제는 박 씨처럼 위식도 역류질환에 걸려 실제로 통증이 있는 데도 내시경 검사에서 아무 이상이 나타나지 않는 사람이 많다는 것.

자칫하면 박 씨가 처음 진단받은 대로 ‘스트레스성’이라고만 알기 쉽다. 실제 환자 가운데 눈에 보이는 염증이 발생하는 경우는 45%에 불과하다고 한다.

 

만약 1주일에 한 번 이상 속이 쓰리거나 위산이 역류해 입 안에서 신맛이 난다면 병원에 가서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또 가슴 통증, 후두염, 기침, 천식 등의 증상이 있는 데도 심장이나 기관지에 이상이 없다면 위식도 역류질환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이동호 교수는 “한국도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위식도 역류질환 환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 한국 환자들, 아파도 병원 잘 안 가

 

그동안 위식도 역류 증상에 대해서는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의학계에서도 똑 부러진 정의를 내리지 못했다. 역류질환과 소화불량 간 차이도 명확하지 않았고 식도 이외의 임상 소견에 대해서도 명쾌한 정의가 없었다.

 

지난달 27일 필리핀 세부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소화기질환주간(APDW·Asian Pacific Digestive Week) 총회는 18개국의 소화기질환 전문의 44명이 과학적 절차를 밟아 위식도 역류질환에 대해 국제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새로운 포괄적 정의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호주 시드니대 소화기과 피터 카텔라리스 교수는 “증상만 있고 원인에 대한 명쾌하고 정연한 자료가 없다 보니 과잉진단, 과소평가, 일관성 없는 치료가 이뤄져 왔다”며 “이번 학회를 통해 질환에 대한 치료와 예방을 위한 세계적인 단일 체계를 만듦으로써 복잡한 진단 절차가 단순해지고 환자의 입장에서 진료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학회에 따르면 특히 아시아 지역 위식도 역류질환 환자 중 3분의 2가 자신의 병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

 

한국 환자 150명을 비롯해 중국 홍콩 인도네시아 필리핀 대만 태국 등 아시아 7개국 102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환자의 절반 이상이 통증을 느낀 지 6개월이 넘어서야 병원을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응답자의 41%가 증상이 나타난 지 1년이 지나서야 병원을 방문한 것으로 드러났다.

필리핀 9%, 태국 8%, 중국 22% 등에 비해 높은 수치여서 한국인들이 이 병에 대해 상대적으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이 교수는 “한국 환자들은 속이 쓰리거나 더부룩할 때 정확한 병명을 모른 채 약국에서 위장보호제 등을 사먹으며 수년 간 방치하다 증상이 악화된 뒤에야 병원을 찾는다”며 “초기에 ‘넥시움(아스트라제네카)’ 같은 효과적인 약물로 치료하면 심각한 합병증으로 발전하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에 병원을 빨리 찾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