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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오마이뉴스 2006-12-1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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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식증에 걸리기 전(오른쪽)과 걸린 뒤(왼쪽). 사진작가 로렌 그린필드가 연출하고 거식증, 폭식증으로 고통 받는 여자들을 그린 다큐멘터리 < Thin >의 한 장면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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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www.laurengreenfield.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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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을 보던 김지연(가명, 18살)씨는 얼굴을 찌푸렸다. 거울에 비친 자신은 아직도 뚱뚱했다. 통통해 보이는 배도 가슴도 싫었다. 체중계에 올라가봤다. 키가 160cm이 좀 넘는 그의 체중이 42㎏을 가리켰다. 오늘 뭘 먹었지? 그는 먹은 걸 떠올려봤다. 먹은 거라곤 당근 반 개와 사과 반 쪽이 전부였다.
어떤 이는 그더러 너무 말랐다고 했다. "부럽다. 다이어트 안 해도 되고."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뿌듯했다. 기뻤다. 하지만 사람들 만나는 게 싫었다. 밥 먹으러 가자고 할까봐 두려웠다. 배가 고팠다. 하지만 먹기 싫었다. 하루 종일 음식과 살 뺄 생각 밖에 안 났다.
김지연씨는 신경성 식욕부진증, 일명 거식증(anorexia nervosa) 환자이다. 신경성 식욕대식증(일명 폭식증, bulimia)과 함께 섭식장애 가운데 하나다. 최근 사망한 브라질 모델 아나 카롤리나가 이 거식증이었다. 그 모델은 174cm에 40kg이었다. 평균치를 훌쩍 밑도는 심각한 저체중이었다. 하지만 죽을 때까지도 그는 자신이 뚱뚱하다고 생각했다.
이런 섭식장애는 남의 나라 이야기만이 아니다. 우리나라도 식이장애 클리닉 상담실마다 식이장애를 호소하는 글로 넘친다.
"먹고 토하고를 반복하고 그나마 몸매 유지하면서 살겠다고 먹고 토하고를 무려 5년…. 요즘은 그냥 죽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에 별 상상을 다 합니다", "아무도 뚱뚱하지 않다고 하는데 말랐다고도 하는데 계속 믿을 수가 없어요. 그저 더 날씬해지고 싶고 먹은 게 살이 될까 두려워요"….
혹시 나도 거식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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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체중으로 병원을 찾은 거식증 환자가 미술 치료시간 초기에 그린 그림. 지금 자신을 사과로, 자기가 되고 싶은 모습을 바나나로 그렸다. 그는 자신이 뚱뚱하다고 믿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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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정해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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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찌는 게 두렵다. 배가 고파도 식사를 하지 않는다. 음식을 작은 조각으로 나누어 먹는다. 먹고 난 다음 토한다. 먹고 난 다음 심한 죄책감을 느낀다. 내가 좀 더 날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음식에 대해 많은 시간과 정력을 투자한다."
'나눔신경정신과'가 제시한 거식증 자가진단 체크리스트다. 대부분 내 이야기라고 느낀다면 얼른 섭식장애 치료 전문의가 있는 병원에 가보는 게 좋다. 거식증을 경고하는 신호다.
체질량지수(BMI) 측정도 기준이다. 체질량지수는 몸무게(㎏)를 키(m)의 제곱으로 나눈 수치다. 정상은 18.5에서 24.99다. 18.5미만은 저체중이다. 사망한 브라질 모델 BMI는 16.4였다.
거식증 환자들은 척 보기에도 삐쩍 말랐는데도, 자신은 말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살쪘다고 생각한다. 그 생각만 한다. 중·고등학생은 학교 가면 급식 걱정부터 한다. 누가 뭐 먹자고 하면 어떡하지? 그 생각만 한다. 조금만 살이 찌면 당장 지구가 멸망할 듯한 기분에 빠진다. 의기소침해진다. 이뇨제나 변비약을 먹어서라도 체중을 줄이려든다.
그림을 통한 심리치료를 하는 정해영 미술치료사는 거식증 환자는 그림부터 다르다고 했다.
"자신의 바디 이미지를 그려봐라. 그럼 신체가 먹는 거로 표현된다. 사과·호박, 그런 걸로 표현 된다. 그럼 너의 모습 표현해봐라. 그러면 자기가 뚱뚱했을 때와 날씬했을 때를 표현한다. 160에 27㎏인데 자기는 호박이라고 생각한다. 호박을 그린다."
나는 먹지 않는다, 고로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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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렌 그린필드가 찍고 거식증, 폭식증에 시달리는 여자들을 그린 다큐멘터리 < Thin >의 한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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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www.laurengreenfield.com |
미국 주치의 학회(American Academy of Family Physicians, AAFP)는 다음 증상을 꼽았다.
"피부는 건조하고 추위를 잘 탄다. 종종 우울하다. 음식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허약하다. 체중이 준다. 생리가 멈춘다. 거식증은 배고프지 않을 거라 생각하지만, 반대다. 실제론 항상 배고프다. 배고픔을 참으며 자기 인생과 자기 몸을 컨트롤하고 있다고 느낀다."
거식증 환자는 "내가 먹지 않을 때, 나는 나를 컨트롤할 수 있다. 내가 말랐을 때, 나는 안심한다"는 것이다. "나는 먹지 않는다, 고로 존재한다"랄까? 정해영 미술치료사는 심리적인 문제가 문제라고 말했다.
"마르면 자신감도 많이 생기고, 사람들이 자길 좋아할 거라 착각한다. 내가 뚱뚱해서 사람들이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신감도 없다."
하지만 거식증 환자들은 병이 깊어질수록, 몸무게가 현저히 줄어들수록 도리어 대화를 차단한다. 사람들과 관계를 끊는다. 우울증·불안에 시달린다.
서울백병원 섭식장애클리닉의 김율리 전문의는 "우리 사회는 날씬한 사람은 자기 조절 잘하는 걸로 돼 있다"며, "몸짱이다, 비만이다 하며 살찌면 이상하고 못난 사람 취급하는 문화가 이들을 더욱 부추긴다"고 지적했다.
스타들은 하나 같이 극도로 마른 저체중이다. 공개된 데 따르면 전지현은 172cm에 48㎏, 올해 미스코리아인 이하늬는 173cm 51㎏이었다.
거식증은 여성이 90% 이상이다. 10만명 당 1~5명이 거식증이란 통계도 있다. 대부분 10대 때 시작한다.
부모가 완벽주의자이거나 가족이 모두 말랐던 집, 직업상 모델이나 발레리나에게 많다. 직업 자체가 극도로 마른 체형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재발률 높고 치료도 힘들어
김율리 전문의는 딱 잘라 말했다. "다른 병보다 자기 의지가 중요한 질환이다."
거식증 환자들 대부분이 자신이 거식증이란 사실을 부인한다. 그래서 거식증 환자가 자기 발로 병원에 찾아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했다. 대부분 가족이 보다 못해 "쟤, 저러다 죽겠다" 싶어 데려온다.
따라서 치료의 1단계도 스스로 바뀌겠다고 마음먹는 동기 부여부터 시작한다. '밥을 먹어야겠다. 돈이나 외모에 신경을 덜 쓰고 나 자신에게 신경쓰겠다. 정말 내가 문제없을까? 지금 현재 내가 잃고 있는 게 뭘까? 먹어도 별 거 아니구나.' 이런 걸 느끼게 치료한다.
그리고 가족 치료가 중요하다. 가족이 병의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가족이 어떻게 도와주느냐에 따라 치료 속도가 빨라진다.
거식증은 치료 받는다고 금방 좋아지지도 않는다. 심하면 한두 달 입원해서 치료한 뒤 외래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 기간이 6개월에서 1년이 걸리기도 한다. 체중도 서서히 늘려가야 한다. 충분한 치료가 필요하다.
재발률도 높다. 충분히 치료받지 않으면 섭식장애의 40%가 재발한다. 자꾸 재발하고 못 고치면? 사망한다.
거식증에 걸리면 극도의 영양 부족으로 심장에 근육도 소실된다. 심장이 뛰지를 못한다. 심장마비가 찾아온다. 아니면 요독이 많아져 신장이 마비되거나 탈수 현상이 일어나 죽는다. 이런 단계 전에 극도의 우울증으로 자살한 예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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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의 한 장면. 주인공 영군(임수정)은 자신을 사이보그라고 생각해 음식을 먹지 않는다. 거식증이 의심스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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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모호필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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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이르는 길은 위장을 경유한다
정해영 미술치료사는 마음의 병을 치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거식증 환자는 자기가 자기를 컨트롤 한다고 생각한다. 실은 자기를 잃어가는 것도 모르고."
수전 보르도는 <참을 수 없는 몸의 무거움>에서 이 문제에 집중했다. 거식증 환자가 겉으로는 뚱뚱해질까 두려워하지만, 진짜 두려운 건 뚱뚱한 몸이 아니라는 것이다. 거식증 환자가 진짜 두려워하는 건, 식욕이다. 식욕을 통제할 수 없을지 모른단 두려움이다.
정신분석학자나 사회 이론가들은 거식증이나 폭식증을 가치관의 장애로 본다. 미국에 음식의 심리에 관한 학술 연구를 주로 해온 심리학자 리언 래퍼포드는 "젊은 여성들이 자신의 신체를 통해서 완벽성을 성취하려고 노력한다"고 지적했다.
만약 뚱뚱한 몸매가 문화적 이상형이 된다면? 자존심 강한 젊은 여자들은 뚱뚱한 몸을 성취하기 위해 오히려 체중을 늘리려고 노력할 거란 이야기다.
옛날에 이런 격언이 있다. "마음에 이르는 길은 위장을 경유한다." 거식증은 말라깽이 권하는 사회가 권하는 마음의 병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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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먹고, 토하고 토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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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에 대한 극도의 공포, 폭식증 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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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식증을 아나? 식이장애가 거식증만 있는 게 아니다. 현실에선 식욕대식증, 일명 폭식증(bulimia)이 식욕부진증인 거식증보다 많다.
10대 후반부터 20대에 많다. 15살에서 40살 여성의 1~2%가 신경성 폭식증을 겪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체중이나 몸매, 외모에 신경 쓰는 집, 가족이 비만인 집에서 자란 이에게 많다. 직업상 운동선수, 체조선수들에게 많다.
거식증이 안 먹어서 문제라면, 폭식증은 너무 먹어 문제다. 순간적으로 미친 듯이 먹는다. 자기 혼자 있을 때 먹는다. 먹어야 마음이 편해진다.
먹고 나선 토한다. 비만에 대한 극도의 공포 때문이다. 먹고 토하고, 먹고 토한다. 토하는 것도 처음엔 손가락 넣고 토하지만, 나중엔 배에 힘만 줘도 토한다.
불안할수록, 스트레스가 심할수록 음식에 집착한다. 폭식도 토하는 것도, 대개 몰래 한다. 토하고 나면 괴롭다. 비참하다. 죄책감, 열등감에 시달린다.
사람들과 같이 식당에 가도 제일 먼저 화장실 위치부터 확인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불안하다. 화장실 위치를 알아야 안심한다. 먹고 나서 남들 몰래 토하기 위해서다. 그러니 사회생활에도 지장이 생긴다.
먹고 토하니 체중도 늘지 않고, 따라서 많이 먹으며 다이어트도 하니 좋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렇게 먹고 토하길 반복하면 일어나는 문제는 한두 개가 아니다.
서울백병원 김율리 전문의는 "구토를 반복하면 신체적으로도 문제가 온다"고 경고했다. 먼저 이가 엉망이 된다. 토할 때 위산이 올라오는 바람에 치아가 부식하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토한 환자는 치아가 뾰족한 세모꼴이 될 정도다.
또 침샘이 많이 부어 턱 선이 둥그레진다. 전해질도 불균형이 심하다. 생리도 끊긴다. 신장, 위, 심장에도 이상이 온다. 폭식증 역시 심하면 사망한다.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폭식증을 혼자 치료하긴 힘들다. 전문의의 치료가 필요하다. 몸도 문제지만 역시 마음이 문제다. 김율리 전문의는 말했다.
"폭식증은 도저히 집에서 조절하지 못한다. 냉장고 열고 먹는 걸 조절하지 못한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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