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세계일보 2007-01-05 11:24]
#한 해를 알차게 시작하는 방법, 템플스테이
산사에서 하룻밤을 지낸 사람들은 ‘나를 돌아볼 수 있어 너무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정윤진(29·여·서울 성북구 정릉동)씨는 “템플스테이는 한 해를 시작하고 계획하는 데 더없이 좋다”며 “처음 템플스테이를 경험할 때는 묵언수행이나 발우공양 등이 너무 어렵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차츰 그 수행과정에서 마음의 고요함을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 달에 한 번쯤 산사를 찾게 됐다는 정씨는 “이제 템플스테이는 내가 나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 됐다”며 “겨울 눈 덮인 월정사와 함께 통도사, 송광사, 반야암 등은 꼭 가봐야 할 곳”이라고 추천했다.
지난해 초 아들과 함께 전남 해남 미황사를 찾은 박미정씨는 홈페이지에 “친정집처럼 정말 편안하게 지내다 왔고, 집으로 돌아올 때에는 갈 때의 복잡한 마음이 많이 정리되었다”며 “새벽 산행에 아들과 단 둘이 뒤처져 어둠 속을 정신없이 걸어 올라가며 참으로 커다란 것을 발견했다”고 적었다.
싸이월드 클럽 ‘산사에서의 하루’를 운영하는 임성숙(39·여)씨는 “사실 템플스테이에서 운영하는 참선이나 명상 프로그램은 초보자에게 그리 쉬운 게 아니다”면서도 “템플스테이를 한번 경험하면 대부분 또다시 찾게 된다”고 말했다.
임씨의 설명처럼 일반인들이 스님들의 수행법을 그대로 따라하기는 쉽지 않으므로, 템플스테이에서 경험할 수 있는 명상이나 참선은 대개 약식인 경우가 많다. 보통 1∼2시간 진행된다. 하지만 명상이나 참선 등 스님들의 수행법을 좇지 않더라도, 산사를 거닐고 눈을 쓸며 자연을 즐기다 보면 산사에서의 하루는 그 자체가 명상이 되고 참선이 된다.
#산사에서의 하루, 이렇게 보내죠
산사의 하루는 오전 3시쯤 새벽 예불과 함께 시작된다. 템플스테이를 처음 경험하는 이들에게 가장 고역인 시간. 하루를 이 시각부터 열어본 이가 몇이나 될까.
사람들은 절에서 내준 똑같은 옷을 입고 예불을 위해 대웅전에 모인다. 엉성한 자세로 스님을 따라 절을 하다 보면 크디큰 불상들이 ‘왜 그렇게 아등바등하며 살아가느냐’며 꾸짖는 듯하다. 1시간가량의 새벽 예불을 마치고 나면 아침 공양까지 한 시간여가 남는다. 이때는 불경 봉독, 참선, 발우공양 등이 진행된다. 산사에서 주로 침잠의 시간을 갖고 싶다면, 이 시간대에 명상이나 참선 프로그램이 잡힌 곳을 찾으면 된다.
발우공양에서는 스님들의 전통 식사법을 배운다. 발우를 펼치는 방법, 식사를 나눠 발우에 담는 법 등을 배운다. 음식을 먹을 때에는 수저질과 음식 씹는 소리는 물론 말소리도 삼가야 한다. 식사를 하기 전에 공양의 뜻을 되새기는 게송(偈頌)을 읊는다. 죽비를 세 번 치면 좌선자세로 선정(禪定)에 들어선다. 죽비 소리에 맞춰 배식이 이뤄지고, 죽비 소리에 맞춰 똑같이 식사한다. 가진 것이 많든 적든, 함께 나눠 소박하게 먹는다.
해가 뜰 때쯤에는 사찰 안내가 이뤄진다. 우리나라 문화재의 65%가 불교 문화재라고 하니, 템플스테이는 문화재 공부도 겸하게 되는 셈이다. 오후에는 대개 다도(茶道) 체험이나 연등 제작, 탁본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쉬는 시간에는 다른 사람들과 공놀이를 하거나 울력을 진행하기도 한다. 울력은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않는다’는 선가의 전통이 하나의 원칙으로 남아 있는 것.
여러 사람이 힘을 합해 일한다는 의미로 절에서 생활하는 모든 사람이 함께 모여 필요한 노동을 한다. 보통 아침 공양 후 진행되고, 특별한 일이 없을 때는 절 안팎에 쌓인 눈을 쓸고 청소하지만, 농사를 짓거나 건물 보수 등을 하기도 한다. 이 모든 일들이 풍경 소리 청아하고, 눈이 수북이 쌓여 겨울 정취가 물씬 나는 산사에서 이뤄진다.
#우리 아이를 위한 템플스테이
최근에는 아이들을 위한 템플스테이 프로그램도 인기를 얻고 있다. 강화도의 연등 국제선원에서는 영어, 차, 참선이라는 세 가지 테마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참가자의 영어 수준에 따라 반을 나누고, 세계 각국에서 한국으로 출가한 외국인 스님이 아이들과 함께한다.
외국인 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7년간 진행해 온 부산 홍법사에서는 1월부터 어린이들을 위한 한문 학당과 영어 문화학교를 진행한다. 오전에는 한문 학당을 통해 ‘초발심자경문’을 배우고, 오후에는 외국 불자들과 함께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학교와 학원에 지친 아이와 부모가 함께 참여하고자 한다면 경주 굴곡사의 선무도 화랑 템플스테이도 좋을 듯하다. 외국인 사범과 함께 생활하며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다진다. 체류 기간은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 있다.
템플스테이는 프로그램의 성격에 따라 수행형, 참선형, 휴식형, 가족형 등으로 나눌 수 있다. 당초 기대했던 성과를 제대로 거두기 위해서는 각 사찰이 운영하는 프로그램의 형식과 내용을 미리 꼼꼼히 살펴보는 게 좋다.
명상이나 참선이 주 목적이라면 수행형을 택한다. 서울 길상사와 충남 공주 마곡사, 전남 구례 화엄사는 2∼4일, 충남 계룡의 무상사와 전남 해남의 미황사는 1∼2주 일정의 수행형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템플스테이를 처음 접하거나, 명상·참선보다는 사찰 생활을 경험해 보는 데 관심이 있다면 체험형을 택한다. 프로그램 진행 기간이 짧아 아이들이나 젊은층이 많이 찾는다. 전국 대부분의 사찰들이 운영하는 템플스테이는 체험형이라고 할 수 있다.
휴식형 템플스테이는 강원 동해 삼화사와 경기 양평 용문사에서 주로 진행한다. 참선이나 발우공양 등은 진행하지 않고, 온전히 개인 시간을 즐길 수 있다. 전북 부안 내소사, 전남 해남 미황사, 전북 남원 실상사, 경남 합천 해인사, 전남 구례 화엄사에서도 휴식형 템플스테이를 경험할 수 있다.
충남 공주 마곡사에서는 눈을 감은 채 손모양을 가늠해 가족을 찾는 ‘눈 감고 가족찾기’, ‘부모 자식 간 삼배하기’ 등의 프로그램으로 짜인 2∼3일 일정의 가족형 템플스테이를 진행한다. 세부적인 프로그램과 일정은 템플스테이 홈페이지(www.templestay.com)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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