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동아일보 2007-01-13 06:53]
《회사원 심선애(32) 씨는 4일 밤 10시 쯤 야근을 끝낸 뒤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가다가 불 켜진 약국을 발견하고 주저하지 않고 들어섰다. 5000원을 주고 알약과 함께 타우린,홍삼추출액 등이 들어 있는 드링크제를 샀다. “몇 년 전만 해도 피로해소제는 일용 노동자처럼 고단한 삶에 찌든 사람들이 먹는 것으로 생각했다”는 그녀이지만 “지금은 과음한 다음날,야근한 날 피로해소제를 챙겨 먹지 않으면 굉장히 내 몸에 나쁜 짓을 한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심 씨의 회사 사무실 책상에는 비타민C, 종합비타민제, 철분제 등 비타민 약병이 대여섯 개 늘어서 있다. 피부가 거칠어지고 기력이 쇠하다 싶을 때 먹는 여성호르몬 보충제, 피부의 잡티를 없애주는 알약도 있다. 영양제가 혹시라도 바닥나는 날은 괜히 기분이 안 좋고 인터넷 쇼핑몰에 들어가 주문을 하고야 만다. 집에서는 요즘 유행하는 홍삼 달인 물을 빈 페트병에 채워놓고 물 대신 마신다.
심 씨는 “30대 싱글 여성으로서 건강을 위해서라면 이 정도는 먹어 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좀 있다”며 “나만 그런 게 아니다. 친구들과 건강 보조제를 공동구매해 종종 나눠 먹기도 한다. 친구들과 만나면 ‘남자-건강-돈’ 순으로 화제가 흘러가는 게 일반적”이라고 전했다.
비타민에 대한 의존 심리가 큰 사람은 심 씨뿐이 아니다. 회사원 허부영(27) 씨도 새로 나온 비타민, 칼슘, 철분제는 한 번씩 사서 먹어 본다. 비타민제만 3개를 기본으로 먹고 비타민별 효능도 줄줄 외우고 있다. 새해를 맞아 부모님과 자신의 건강보조제를 사느라 30만 원을 한 번에 지출하기도 했다.
두 사람 모두 일종의 ‘비타민 홀릭(중독자)’이라고 부를 만하다.
나이가 들면서 건강에 대한 자신감이 없어지고 스트레스가 높아지면서 건강을 챙기는 건 당연한 일. 하지만 종합비타민 하나면 충분할, 딱히 특별한 질병이 없는 사람들이 비타민을 성분별로 여러 개 먹는 것으로도 모자라 건강보조식품까지 수시로 복용한다면 ‘강박’에 들어간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비타민 중독뿐만 아니다. 건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각종 건강 강박에 빠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흔하게는 ‘운동 홀릭’도 있다. 운동을 너무 과하게 해서 건강해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해치는 경우다. 운동이 너무 좋아 가족까지 팽개치는 경우도 있다.
한 인터넷업체의 S(39) 팀장이 이런 경우다.
그는 평소 점심 식사를 자주 거르는 대신 헬스장에 가서 트레드밀(러닝머신)을 탄다. 남들은 시속 5km 정도로 놓고 걷기를 한다고 하지만 서 팀장은 시속 10km에 놓고 무조건 뛴다. 주말에는 집 근처 수영장에서 적어도 3시간은 보낸다.
S 씨는 아내가 1년여 전 아들(8)과 함께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면서 더욱 운동에 몰두하게 됐다. 가족이 함께 살 때는 주말에 운동에 몰두하느라 부부 싸움까지 했다고 한다.
현재 그의 왼쪽 무릎은 너무 달려서 무리가 가는 바람에 불편한 상태. 하지만 그는 전문 트레이너나 의사에게 조언을 받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자신의 몸은 스스로 잘 알고, 운동을 오래했기 때문에 스스로를 믿는다는 것.
전문의들은 하루 1시간 운동이면 적당하다고 말한다. 지나치게 오래 운동하면 만성피로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운동효과보다 운동 그 자체에 몰두해 몸이 피곤하고 아픈데도 운동을 지속하는 사람들은 일종의 운동강박이라는 게 의사들의 이야기다. 이들은 운동을 하지 않으면 불안하고 우울한 경향이 있다.
가정주부 김모(53) 씨는 ‘검진 홀릭’이다.
40대에 들어선 뒤부터 소화가 잘 되지 않고 속이 더부룩해 장에 혹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김 씨는 지난 10년간 유명하다는 내과, 이비인후과, 암센터 등을 찾아다니며 검진만 수십 차례 받았다.
동네병원에서 가벼운 위염 말고는 특별한 병이 없다는 진단을 수차례 받았지만 안심하지 못하고 대학병원을 찾았다. 김 씨는 분명히 자신의 몸에 병이 있는데 의사들이 찾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김 씨는 대학병원 서너 군데를 옮겨가며 전신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 위 내시경 검사, 초음파 검사, 대장 내시경 검사를 모조리 받은 뒤에도 병이 없다는 진단이 나오자 의사를 붙잡고 “배를 가르는 수술을 해서라도 확인해 달라”고 해 의사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김 씨처럼 심하지는 않지만 건강에 이상이 없다는 점을 확인받고 싶어서라도 수시로 검사를 받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건강염려증 환자들은 몸에 조금만 이상한 증상이 생기면 중병에 걸렸다고 믿어 검진을 받으며 이상이 발견되지 않아도 계속 병원을 옮겨가며 진단을 받고 불안해 한다. 건강염려증은 항우울제, 항불안제 등을 복용해야 하는 정신장애다.
을지병원 신경정신과 신홍범 교수는 “인터넷이나 방송에서 유통되는 건강 정보가 너무 많아서 생기는 문제”라며 “검진 강박은 몸보다는 마음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정신과 상담을 받아 보는 게 좋다”고 권한다.
정초가 되니 여기저기서 술을 끊겠다, 담배를 끊겠다고 선언하는 사람들이 많다. 대부분 작심삼일이다. 그런데 끊는 것도 너무 자주 반복하면 일종의 강박증이 된다는 게 의사들 이야기다.
직장인 박찬성(37) 씨가 그런 경우다. 그는 ‘금연 홀릭’이다.
매년 초, 자신의 생일에, 아내의 생일에, 결혼기념일에 금연 선언을 하지만 본인이 선언을 하면서도 스스로 짧으면 일주일, 길면 세 달 안에 다시 흡연하게 되리라는 것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번 금연 선언을 하는 건 선언하는 그 순간만이라도 스스로 건강을 챙기는 것 같은 ‘착각’을 하기 때문이다.
물론 앞서 소개한 건강강박증들은 알코올, 마약 등 다른 강박보다는 건전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모든 것이 지나치면 약도 독이 된다.
서울대병원 강남건강진단센터 가정의학과 박진호 교수는 “토코페롤(비타민E)도 지나치게 먹으면 사망위험이 오히려 높아지고 심장병 예방 효과가 줄어든다는 논문이 최근 발표됐다”며 “강박증이다 싶을 정도로 운동을 하거나 건강제품을 사 먹지 말고 자신의 몸에 맞는 적절한 수준을 지키는 게 좋다”고 말했다.
|
![](http://www.xn--910bm01bhpl.com/gnu/pinayarn/pinayarn-pinayarn.jpg)
'♡피나얀™♡【건강】'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겨울철 목마른 피부에 '오일 한 방울' (0) | 2007.01.13 |
---|---|
새해 건강다짐 성공 조건…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0) | 2007.01.13 |
찬바람에… 난방에… 메마른 피부… “물 좀 주세요” (0) | 2007.01.13 |
한국 사람은 원래 우유를 못 마신다? (0) | 2007.01.13 |
겨울철 항공여행 건강관리 요령 (0) | 2007.0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