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여년의 세월을 살아오면서 과연 내가 세상에 나서 가장 잘한 일이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그래 두 아이의 어미가 된 일이지. 생각만해도 가슴 벅차다.
나는 어릴 때부터 "난 누구 엄마가 되느냐"고 늘상 우리 엄마에게 묻곤 했다. 이웃 사람들이 엄마를 "혜정 엄마!" 이렇게 부르면 4-5살 시절의 나는 늘 "엄마는 혜정이 엄마인데 난 누구 엄마가 되는거야?"라고 묻곤 했었다.
대학 다니다 말고 느닷없이 엄마에게 "나 공부 천천히 하고 예쁜 아기부터 낳으면 안될까?"라고 했더니 우리 엄마는 "큰일 날 소리 하지마라"면서 "행여 누가 들으면 너 어쩌려고 그런 소리하니?"라고 꾸중했다.
하지만 난 늘 예쁜 아기 사진을 지갑에 넣고 다니며 눈이 동그랗고 피부가 뽀얀 내 아기를 상상했다.
그런데 마침 뽀얀 눈처럼 뽀얀 아기의 엄마가 됐다. 그때의 그 기쁨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열심히 책을 뒤져 이유식 만들어 오물오물 받아먹는 그 입을 보며 어찌 그리도 행복했던지. 처음 이유식 끓여 한술 떠먹이려는데 수저만 보고도 입을 제비처럼 벌리는 아이를 보며 어찌 그리도 가슴이 벅차 오르던지.
오전에 시장 가서 싱싱한 시금치 사다 죽끓여 조금 남기면 속이 상해 엉엉 울고 다시 또 시장에 가 뭐가 싱싱할까 고민하며 참 무던히도 뛰어다녔다.
새벽같이 일어나 국 끓이고 따뜻한 밥 지어 한술이라도 뜨라고 아이에게 재촉하며 세수하는 문앞에 지키고 있다가 한술 입에 넣고 그거라도 받아먹고 가는 날은 그래도 '어휴, 됐다'라고 안심했다.
그러나 늦잠 잔 아이를 밥 한술 못 먹여 학교에 보낼라 치면 심한 배반감에 또 내 눈꼬리는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 이렇게 시간 없어하는 아이를 위해 다음과 같이 만들어 두면 참 편하게 먹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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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 감자 고로케
재료:
감자 350g, 새우 100g, 소금, 후추, 밀가루, 빵가루 적당량, 계란 1개, 튀김기름 적당량, 양배추(기호에 따라서 준비), 화이트 소스(밀가루 2T, 우유 1컵, 버터 1T, 생크림 2T, 비프스탁 1개, 소금, 후추 약간)
만들기:
1. 내열볼에 밀가루, 우유 넣고 충분히 잘 섞어준 다음 랩 씌워 전자레인지에 약 3분 가열한다. 뜨거울 때 재빨리 섞은 다음 버터, 비프스탁 넣고 다시 잘 저어주고 생크림, 소금, 후추를 넣고 잘 섞는다.
2. 감자는 껍질째 반 자른 다음 그대로 랩에 싸서 7분간 레인지에 돌려 익히고 뜨거울 때 으깨준다.
3. 2의 볼에 1의 소스를 넣고 잘 섞은 후 소금, 후추로 간한다.
4. 밀가루, 계란 풀은 것, 빵가루 순으로 넣어주고 럭비공 모양을 만든 다음 중불에서 튀긴다. 기호에 따라 양배추를 곁들여서 대접한다
새우 감자 고로케는 돈까스 소스나 허니 머스터드 소스를 같이 먹으면 맛있다. 넉넉히 만들어 랩에 싼 다음 냉동실에 넣어두고 전날 밤에 하나씩 실온에 뒀다 우유 한잔과 함께 먹으면 아침 한끼의 식사로 충분하다.
아이들은 소시지 반찬을 좋아한다. 하얗게 지은 쌀밥에 기름 넉넉히 부어 살짝 구운 소시지를 밥에 얹어주면 어찌 그리도 잘 먹는지.
"논에 물대는 거랑 자식 입에 밥들어 가는 것 보는게 세상에서 제일 가는 행복"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혹시나 몸에 해로운 방부제라도 들어 있으면 어쩌나하는 걱정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이렇게 집에서 만든 음식을 아이들에게 먹이기로 했다.
▲집에서 만드는 천연 소시지+곁들임 야채
재료:
돼지고기 간 것 200g, 패주 200g, 양파 다짐 1/3개, 파셀리 다짐 3T, 마늘 다짐 1T, 생강 다짐, 소스 A(백포도주 1T, 우유 1T, 비프스탁 1개, 녹말 1T, 소금 1/3t, 타임, 넛맥, 솔가루 적당량, 간장, 후추 적당량)
곁들임 야채: 양상추 4매, 깻잎 10장, 파 2대, 무순 1/2팩, 드레싱(간장 5큰술, 설탕 1큰술, 식초 1큰술, 미림 1/2큰술, 참기름 1큰술, 깨 1큰술, 솔잎가루 1작은술)
만들기:
1. 볼에 돼지고기, 패주 간 것, 양파, 파셀리와 소스 A를 넣고 손을 사용해서 잘 주물러준다
2. 1을 6등분 정도(기호에 따라서 굵기는 조절한다)로 나누고 직경 2cm 정도의 소시지를 만든다. 랩을 20cm정도 잘라두고 랩 앞쪽으로 고기를 놓고 랩으로 김밥 말듯이 손으로 꼭꼭 눌러주면서 싸준다.
3. 사탕을 싸듯이 양끝을 묶어준다.
4. 내열 접시에 3을 놓고 레인지에 돌린다. 대개 소시지 하나에 1분 정도 가열하는데 만약 5개이면 5분을 돌려 준다.
5. 소시지가 완전히 식으면 랩을 벗기고 겨자 등을 발라서 먹는다.
돼지고기를 많이 치대 줘야만 고기에 끈기가 생겨 소시지가 부서지지 않으므로 한껏 치대 주는게 중요하다. 소시지 재료 중에 향신료는 집에 있는 것만 넣어도 좋다. 굳이 모두 갖춰서 넣을 필요는 없다.
어릴적 우리 엄마는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어묵 한 꼬치 먹겠다고 떼를 쓰면 '병균 많은 그런 것은 먹는게 아니다'라면서 절대 사주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엄마가 되면 아이가 달라고 하는 것은 다 사줘야지라고 다짐했지만 웬걸.
내가 엄마가 되고보니 역시 우리 엄마와 똑같은 걱정을 하고 말았다. 하지만 집에서 이렇게 만들어 먹이니 아이는 즐거워하고 나도 '우리엄마보다 더 좋은 엄마가 됐어'라는 생각에 가슴 뿌듯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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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 어묵
재료:
도미 4조각, 양파1/4개. 그린번 50g, A(소금 1/4t, 술 4t, 설탕 2t, 계란 1/2개, 녹말가루 1T), 기름, 간장, 라임 1개.
만들기:
1. 도미를 껍질과 뼈를 제거하고 칼로 잘게 다진다
2. 양파는 다지고 그린번은 손질해서 2-3등분한다
3. 볼에 1과 2의 양파와 A를 넣고 잘 섞는다
4. 기름을 170℃에 맞춰 2에 그린번을 넣고 나무주걱 위에서 가볍게 모양을 만든다음 튀긴다.
5. 그릇에 담고 간장에 라임 짜넣고 다른 그릇에 넣어 곁들인다.
꼭 도미가 아니더라도 조기나 동태, 가자미 중 아무거나 흰살 생선이면 다 만들수 있다. 옥수수기름 30%, 식용유 70%의 비율로 기름을 만들어 어묵을 튀기면 더욱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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