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여행】

“망설이지 말고 떠나라 그러면 마음이 열린다”

피나얀 2007. 1. 15. 19:55

 

출처-[세계일보 2007-01-15 15:15]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는 겨울의 어느 날, 조용한 어느 카페에서 미소가 ‘순진한 시골 처녀’ 같은 지유진(29)씨를 만났다. 도저히 29살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어린 외모와 꾸미지 않아도 멋스러운 옷차림, 요즘의 십대 청소년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초롱초롱한 눈빛과 차분한 말투에서 결코 평범하지 않음을 드러내는 그녀. 인터뷰를 처음 해본다는 그녀와의 인터뷰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 “세상은 넓다.”

 

언제부터 여행을 준비했는지를 묻는 질문에 그녀는 “이번 여행은…” 이란 말로 시작한다. 알고 보니 그녀는 이번 여행이 한두 달 정도 돌아보는 큰 여행으로는 네 번째란다. 단기간의 여행까지 합친다면 몇 번째인지 잘 모를 정도로 많은 여행을 한 전문여행가였다.

 

작년 12월 24일, 1년간의 여행을 마치고 귀국했다는 그녀는 이번 여행에서 호주부터 시작, 중남미, 북미를 거쳐 유럽과 중동, 아프리카, 마지막으로 동남아시아까지 말 그대로 세계 일주에 성공했다.

 

조용해 보이는 그녀가 준비만 1년, 비용을 버는데도 2년이 걸렸다는 대단한 여행까지 하게 된 계기가 무엇일까. 대학을 삼수 끝에 들어갔다는 그녀는 일상에서 알 수 없는 답답함을 느꼈다고 한다. “뭔가 내가 뒤쳐저 있다는, 그런 느낌이 저를 압박해왔어요.

 

다른 이보다 1년 늦게 시작했다는 데서 오는 중압감. 아마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거예요.” 그렇게 한 학기를 마치고 나자 뭔가 새로운 모습의 자신을 찾고 싶은 생각에 배낭여행을 결심했다고 한다. 비록 부모님이 비용을 대 주신 여행이었지만, 한 달 동안의 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들어오자, 머리가 맑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동안 너무 좁았던 자신의 시야가 확 트이는 변화 속에 넓은 세상을 모르고 지냈던 지난날을 후회하게 되었다. “그때의 감정은 말로 다 할 수 없어요. 지금까지 나를 누르던 모든 고민과 괴로움이 한순간에 사라지고, 산뜻해지던 그 기분. ‘이제 시작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칠레의 토레스산 트랙킹 중에 찍은 사진

 

# 망설임 없는 시작이 바로 자신감이다.

 

많은 학생들이 방학이 되면 여행계획을 세우지만 막상 실천하는 이는 얼마 되지 못한다. 아마도 가장 큰 이유가 두려움이 아닐까. 그런데 그녀는 그런 두려움과 긴장을 즐긴다고 한다. “여행지에 도착해서 하루만 지나면 그런 긴장이나 두려움 같은 감정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집니다. 오랫동안 살아온 고향같이 느껴지곤 해요.”

 

또 그녀는 여행 계획을 세우는 과정이 여행보다 더 즐거울 때도 있다고 한다. 하나하나 정보를 찾아가며 계획을 세우다 보면 복잡하고 갑갑한 일상의 무거움도 떨쳐낼 수 있었단다.

 

아무리 여행지에서의 두려움과 긴장이 마력처럼 느껴진다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어려움도 있었을 것 같다. “장점은 대체로 사람들이 호의적으로 대해 준다는 거지요. 길을 물어도 친절하게 차근차근 알려주곤 해요.” 하지만 모든 일에는 양면이 있는 법.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그렇지만 특히 여성의 신체 노출이 금기시되어있는 인도나 아랍권에서는 신체 여기저기를 ‘더듬는’ 남자들이 너무 많아서 고생했다고 한다. 또 동양 여자를 좋아하는 외국 남자들이 끊임없이 따라붙어서 귀찮았다는 이야기도 해주었다.

 

“한번은 남미에서 인도 남자를 만났는데, ‘아모로, 아모로(사랑)’ 하면서 향 이파리를 몸 여기저기에 뿌리더니 제 지갑에 은근슬쩍 손을 대는 거예요. 결국엔 제가 이겼지만요.”

 

Queens town에서 스카이다이빙 하는 장면.

 

#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즐거움

 

그녀에게선 여행지에 대한 감상은 거의 들을 수 없었다. “지금 기억나는 일은 모두 사람들과 관계된 일이에요. 즐겁거나 힘들었던 사건은 대부분 사람과의 만남에서 시작된 일이에요.”

 

그녀는 현지인과 단절된 여행이란 있을 수 없다고 말한다. 그들에게 너무 마음을 닫거나 거리를 두게 되면 진정한 여행의 묘미를 느끼기 어려울 뿐더러, 새로운 사람을 만나 손짓 발짓만으로 서로 마음이 통한다는 기쁨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피차 다 사람이 사는 곳이라는 그녀의 말이 마음에 와 닿았다. 그녀가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지로 남미를 꼽은 이유도 사람 때문이었다. “남미사람들은 굉장히 열정적이에요. 길거리에서 악사가 연주를 시작하면 꼬마 아이부터 할아버지까지 그 자리에서 그냥 춤을 추곤 하죠. 누구도 뭐라 하지 않을뿐더러 자신들도 창피하다고 느끼지 않아요. 쌈바 춤의 정열도 거기에서 나오는 것 같아요.”

 

혼자 여행한 까닭에 친구도 많이 사귈 수 있었다는 그녀는 숙소에서 친구 사귀기가 가장 쉬웠다고 말한다. “여행을 온 친구들은 다들 ’Open Mind’ 상태에요. 열려있기 때문에 눈만 마주쳐도 친구가 될 수 있어요.” 덕분에 세계 어디를 가도 친구가 있다며 웃는 그녀에게서 오랜 여행의 연륜이 묻어나온다.

 

멕시코의 치첸잇샤에 있는 마야문명의 피라미드 앞에서.

 

# 여행과 관광은 다르다.

 

여행갈 때 주의해야 할 점으로 반드시 ‘자신이 번 돈으로’ 갈 것을 권하는 그녀. 여행 중에 만난 대학생들은 자신의 돈으로 여행 온 무리와 그렇지 않은 두 무리로 나누어진다고 한다. 그녀 역시 첫 번째 여행은 부모님께 손을 벌렸지만, 그렇게 갈 경우 자신의 돈으로 갈 때와는 보고 느끼는 것의 차원이 다르단다.

 

쇼핑하는 것이 주가 되어버리는 여행은 관광 이상의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번 여행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트랙킹을 비롯해서 사막 횡단, 스카이 다이빙까지 할 수 있는 모든 체험은 다 하고 왔다고. 그래서 그녀에게 여행이란 생활의 연속이다. 단지 음식이 다르고 잠자리가 다를 뿐, 똑같이 먹고 자는, 그저 생활이라는 것이다.

 

대학시절 친구들과 독립영화를 만들 정도로 영화에 관심이 많았다는 그녀. 그녀는 대학시절로 돌아간다면 그때보다 훨씬 더 재밌게, 열심히 활동을 할 거라고 했다. 끝으로 21살이 되던 해부터 29살이 된 지금까지 여행에 대부분의 시간을 쏟으며 살아온 그녀에게 대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물었다. “대학생 때에는 고민이 많은 것이 정상이에요.

 

저는 하고 싶은 것이 없는 사람이 가장 불쌍하다고 생각해요. 혹시라도 취업 등의 고민 때문에 하지 못했던 일이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원하는 것을 하세요. 그것이 여행이라면 더 좋을 것 같아요.” 물론 여행을 가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머뭇거리거나 망설이던 이들도 다녀와서는 한층 더 성숙해지는 것을 많이 보아왔다는 그녀.

 

더불어 요즘 세계 곳곳에 불고 있는 한류의 영향도 직접 체험할 수 있어, 우리나라에 대한 자부심도 키울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하는 그녀. 숙소에 묵을 때 으레 하나씩 비치되어 있는 S전자 제품을 가리키며 자랑스럽게 자신을 ‘꼬레아’라고 소개할 수 있어 즐거웠다는 그녀에게서 대한민국 젊은이로서 자부심이 느껴졌다.

 

많은 여행 끝에 얻어진 넓은 시야와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생각과 마음이 말투 하나하나에서 그대로 드러나는 그녀. 앞으로 여행사의 인솔자로 활동하고 싶다는 그녀가 세계를 종횡무진 누비는 왕성한 활동을 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