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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오마이뉴스 2007-01-20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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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함산에서 장엄한 일출을 보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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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전갑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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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방문 이틀째. 새벽에 일어나는 버릇은 여기서도 버리지 못한 걸까? 더듬더듬 휴대폰을 찾아 뚜껑을 열어본다. 5시 반이다. 다시 눈을 붙여보지만, 잠은 멀리 도망가고 정신만 멀뚱멀뚱하다.
불을 켜고 책이라도 읽으면 좋겠다. TV를 켤까? 일행들이 깊은 잠에 빠져 있어 조심스럽다. 우리 일행은 오랜만에 만나 담소를 나누느라 자정을 넘겨 잠자리에 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모두 비몽사몽이다.
날이 새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그런데 건너 방에서 불이 켜지고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난다. 누가 벌써 일어났나? 나도 순간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어디 가시게요?" "일어나셨네. 나랑 석굴암 해돋이 구경 갈까요?"
나는 듣던 중 반가워 옷을 주섬주섬 입었다. 몸이 좀 무겁기는 하지만, 잠자리에서 뒤척이는 것보다 백배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소곤대는 소리에 또 한 분이 일어났다.
살금살금 숙소를 빠져나왔다. 바깥 날씨가 장난이 아니다. 매서운 바람에 코끝이 시리다.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씨가 아닌가 싶다.
아! 오늘 떠오르는 해를 볼 수 있을까?
차에 몸을 싣고서 토함산에 오르자는 일행에게 내가 물었다.
"오늘 해돋이를 볼 수 있을까요?" "글쎄. 여러 번 토함산에 올랐지만 나도 여태 구경 못했어요." "별이 뜬 걸 보면 날은 맑은 것 같은데…." "기대하고 올라보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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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뜨기 전에 본 새벽 반달의 모습이 아름다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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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전갑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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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는 반달도 떴다. 새벽 반달이 차가운 날씨에 청아한 모습이다. 유난히 밝은 달빛을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새벽공기를 가르며 나선 길이 후회스럽지 않을 것 같다.
불국사를 지나 석굴암에 가는 길로 접어들었다. 꾸불꾸불한 길이 험하다. 어둠을 뚫고 달리다 보니 곡예라도 하는 듯싶다.
힘들게 걸어 올라가야 할 길을 차를 타고 갈 수 있다니 참 편한 세상이다. 토함산은 원래 산행을 해야 제 맛이 난다고 한다. 나도 몇 차례 토함산을 올랐지만 산길을 따라 오르지는 않았다. 한 시간 남짓 땀 흘리며 걷는 산행이 더없이 좋다는데 다음을 기약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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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함산 석굴암 일주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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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전갑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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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함산(吐含山)은 말 그대로 안개와 구름을 내뿜고, 품는 산이다. 토함산에서는 안개와 구름이 연출하는 변화무쌍한 신비를 볼 수 있다. 수없이 이어진 산 봉오리에 옅은 운무가 끼면 한 폭의 산수화를 보는 듯하다. 어쩔 때는 수평선 멀리 운무가 깔려 하늘 끝에 닿기도 하고, 때로는 눈앞에 운무가 죄다 사라지고 동해의 푸른 물결이 손짓해 부를 만큼 가까이서 출렁인다.
이런 토함산에 올라 넋을 잃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신라인들도 이런 신령스런 모습에 이끌려 예술작품의 극치라는 석굴암을 조성하지 않았을까?
석굴암은 원숙한 조각 기법과 사실적인 표현으로 그 작품성을 인정받아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통일신라시대의 심오한 종교적 열정과 예술성으로 빚어낸 한국 불교조각을 대표하는 작품이다. 신라인들의 돌을 다루는 솜씨와 과학적인 힘은 오늘에 와서도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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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굴암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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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전갑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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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굴암 주차장에 도착하니 7시가 조금 넘어서고 있다. 매서운 바람이 온몸을 휘감아 때린다. 산 아래에서 느끼는 바람과는 차원이 다르다. 코 베어갈 바람이 있다더니 이런 바람이 아닌가 싶다.
"우리 뜁시다! 아무래도 뛰어야 나을 것 같네요."
종종걸음을 치다 냅다 뛰기 시작했다. 입에서 하얀 김이 나온다. 몸이 후끈 달아오르니 한결 낫다. 짧은 거리를 뛰다보니 금세 석굴암이다.
해는 날마다 뜨지만...
해돋이를 보러 앞서 온 사람들이 눈에 띈다. 석굴암 문이 빠끔히 열려 있다. 석굴암을 지키는 보살님이 우리를 반긴다.
"너무 춥죠? 오늘은 좀 더 기다려야겠네요." "해 뜨는 시간도 늦어지나요?" "수평선 위에 구름이 깔려서요. 그것을 뚫고 오르려면 좀 걸릴 거예요." "아무튼 해 뜨는 것 맞죠?"
내 질문에 얼굴을 빤히 쳐다보신다. 성질도 급하다는 듯 되묻는다.
"해가 왜 안 떠요! 소원 빌 생각이나 해두세요." "소원을요?" "정갈한 마음으로 새해 소망을 빌어 보세요. 마음이 편안해질 것입니다." "보살님은 만날 소원을 빌겠네요."
고개를 끄덕이는 보살님 얼굴에 잔잔한 미소가 번진다. 나는 암자 밖으로 나왔다. 시계를 보니 7시 30분이다. 해 뜨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동해바다 쪽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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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평선 위의 구름을 붉게 물들이며 해돋이 기운이 시작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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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붉은 해가 솟아오르는 모습은 감동과 환희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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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전갑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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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선 구름 사이에서 서서히 붉은 빛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배경색을 미리 깔고 자신의 모습을 서서히 토해내는 아름다운 조화가 그야말로 예술이다.
추위에 덜덜 떨며 발을 동동 구르던 사람들 모두 말문을 닫았다. 경건한 자세로 붉은 빛을 주시하는 모습이 너무도 진지하다.
온통 핏빛으로 뜸을 들인다. 그러다 용광로 속의 쇳물이 이글거리듯 일렁이는 모습으로 계란 노른자를 닮은 말랑말랑한 해가 솟아오른다. 아! 장엄한 아름다움이라는 게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인가? 형언할 수 없는 감동과 환희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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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맞이를 하며 소망을 담는 사람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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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전갑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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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를 바라보는 사람들이 손을 모은다. 신령스런 힘에 기대려는 듯 가슴에 담은 소원을 빌려는 것은 아닐까?
해는 어제도 뜨고, 오늘도 떠오른다. 그리고 내일도 어김없이 떠오를 것이다. 어제 떴던 해, 오늘 뜬 해, 내일 뜰 해 다르지 않다. 그런데 사람들은 날마다 떠오르는 붉은 해를 보면서도 소망을 담는다. 그것은 늘 새로운 것을 쫒으려는 꿈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사람은 오늘보다는 내일에 희망을 건다. 저마다 마음 속으로 품은 꿈을 솟아오르는 해에 담아보는 것이다.
장엄하게 떠오르는 토함산의 붉은 해! 마음 속에 품은 내일에 거는 소망을 떠오르는 해를 보며 담을 수 있어 정말 행운이 아닌가 싶다. 매서운 겨울바람이 사정없이 뺨을 후려치지만, 해맞이를 보고 돌아서는 마음은 날아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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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붉게 떠올라 이글거리는 태양. 나뭇가지에 걸린 햇살이 눈부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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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전갑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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