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이 변한다. 1967년부터 시작된 1·2차 한강개발은 제방을 쌓고 강변북로, 올림픽대로 등 부지런히 도로를 뚫는 작업이었다. 지금까지 홍수를 조절하는 치수(治水)개념이었다면 이제부터 한강개발은 제대로 누리자는 이수(利水)개념으로 바뀐다. 2007년 서울시의 한강 르네상스 계획은 가까이 있는 한강, 가서 즐기고 싶은 한강으로 거듭나게 만들 것이다.
Part 1 찾아가기 쉬워진 한강
외국인들은 한강을 보면 깜짝 놀란다. 이렇게 좋은 강을 끼고 있는 서울이 부럽다고 한다. 템즈강이나 세느, 라인강에 비해 수량도 많고 폭도 넓은 한강은 ‘서울의 축복’이다. 하지만 서울 시민들은 한강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 연간 4천8백만 명이 찾지만 접근성이 떨어진다.
1986년 한강종합개발 사업 당시 건설된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 도시고속도로 주변에 무분별하게 서 있는 아파트가 장벽이다. 한강변 지하철역과 버스정류장도 한강은 참 멀다. 홍수와 이용객 안전문제로 자가용 진입도로 설치도 제한돼 있다. 한마디로 한강 가기가 불편했다. 그렇다면 한강으로 가는 길을 뚫고 만들자. 이것이 ‘한강 르네상스’사업의 출발점이다. 접근도로를 개선하고 대중교통 및 자전거로 찾아가기 쉽고, 보행자들이 걷기 쉬운 한강 만들기. 이것이 ‘한강 르네상스’의 핵심이다. 현재 한강변에는 104개, 45km의 접근도로와 보·차도를 포함한 48개의 지하 진입통로가 있다.
서울시는 2008년까지 2백10억원을 투입, 한강과 주변 간선도로 등을 연결하는 52개 접근도로를 대상으로 보행도와 차도를 분리한다. 횡단보도와 신호등을 추가 설치, 시민들이 될 수 있으면 많이 찾을 수 있도록 한다. 기존 ‘토끼굴’로 불리는 지하 진입통로 대신 인근 주거지에서 한강으로 직접 진입할 수 있는 지상녹도(Green Way)도 만든다. 지상녹도를 위해 기존 진입도로도 개선하고 강변도로 일부 구간도 지하로 바꾼다. 한강변 아파트 뿐 아니라 대중교통을 통해서도 한강을 쉽게 갈 수 이게 됐다.
이를 위해 한강다리에 버스정류장도 만든다. 2007년부터 2008년 사이 다리에 설치된 엘리베이터를 통해 수직으로 직접 한강변에 내려갈 수 있다. 이는 교통량이 다소 여유있는 양화, 마포, 한강, 동작, 한남 등 5개 교량을 대상으로 추진된다. 버스정류장은 교량 남북단 시민공원 상부구간에 설치된다. 한강다리의 차도를 줄여 녹지도 만든다. 대중교통과 연계되는 무료 셔틀버스도 운영한다. 시민공원 난지, 잠실지구를 시범지역으로 내년 9월부터 주말과 공휴일에 운행한다. 지하철역과 버스정류장에서 자전거를 타고 한강변으로 내려갈 수 있게 된다. 민간이 운영하는 무료 자전거 서비스시스템을 도입, 시민공원 일부구간을 대상으로 시범운영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와 함께 한강교량에 자전거 전용도로를 확충하고 시민공원으로 진입하는 경사로도 설치키로 했다. 이미 지난 12월 4일부터 잠실철교의 자전거 전용도로와 진입 경사로가 개통됐다. 올 6월 중엔 영동대교 등도 개통을 앞두고 있다. 2008년부터 잠수교는 보행자 전용다리가 된다. 잠수교의 교통량을 분산시키기 위해 상부 반포대교 구간 교통체계를 개선한다. 한강시민공원과 연결되는 진출입 통로와 횡단보도도 설치된다. 이렇게 되면 북쪽 삼각산에서 남산, 관악산으로 이어지는 보도축이 형성된다.
Part 2 놀거리 볼거리 천국으로
한강의 장점 중 하나는 고수부지다. 고수부지에는 생태공원은 물론이고 축구장, 수영장, 인라인 스케이트·자전거 코스 등 다양한 놀이를 즐기기에 적합한 공간을 갖추고 있다. 세계에서 이렇게 고수부지가 넓은 강은 드물다. 한강의 접근성이 좋아지면 한강의 공간활용도도 훨씬 높아진다. 시민들의 피크닉 장소는 물론, 스포츠 광장, 공연장 등 즐길거리가 많아진다.
김성보 서울시 한강기획2 팀장은 “한강의 접근성이 높아지면 역사와 미래가 공존하는 서울이 ‘문화·관광 벨트’로 연결돼 도심에까지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문화 컴플렉스로 조성하는 ‘한강 르네상스’ 청사진을 실행으로 옮길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강 르네상스는 한강을 놀거리, 볼거리 천국으로 만들자는 프로젝트다. 우선 마포 자원회수 시설의 굴뚝을 이용, 노을공원과 하늘공원을 연결하는 난지도 하늘다리는 한강의 랜드마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쓰레기 동산의 환경복원과 연계된 재활용이 주제다. 상암동 월드컵공원 내 노을-하늘공원에 길이 450m, 넓이 6m에 세워진 하늘다리는 총사업비만도 2백32억원이 투입된다. 접근성이 떨어졌던 절두산성지 주변도 근대역사의 관광 루트로 조성된다. 한강시민공원 망원지구 주변에 집중돼 있는 절두산 성지를 중심으로 근대역사의 체험과 탐방이 가능하도록 대대적인 정비가 단행된다. 외국인 묘지공원 앞 양화진에 홍보관과 근대역사 학습관이 건립돼 외국인의 성지순례 코스로 본격 개발된다.
선유도-월드컵 분수-양화나루 간의 테마관광 코스도 개발된다. 한강에 공연 전용 유람선도 뜬다. 이 유람선이 운항될 경우 서울 시민과 관광객들이 식사를 하며 공연과 한강 야경을 즐길 수 있어 새로운 ‘서울의 명물’이 될 전망이다. 공연 유람선은 550t 규모에 객석 500석 안팎의 소극장을 갖추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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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한강 잠수교가 보행자 전용 교량으로 바뀌며 5개 한강 교량에 보행녹도가 조성돼 시민들이 한강에 더욱 친밀하게 접근할 수 있게 될 예정이다. | |
한강변에 여의도공원 크기의 ‘자전거 전용 공원’도 조성된다. 2009년까지 난지도 월드컵 공원 주변 81만 평을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생태와 모험, 관광기능이 복합된 공원으로 조성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난지지구 캠프장 일대에 자전거 트랙과 광장등 자전거 전용 시설을 갖춘 자전거 공원을 설치, 시민들이 자전거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복안이다. 이덕수 도시계획국장은 “현재 한강의 자전거 도로는 이용객이 많아 주말이면 극심한 혼잡을 빚고 있다”면서 “시민들이 더욱 쾌적한 환경에서 자전거를 탈 수 있도록 전용 공원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휴식·놀이공간으로만 활용됐던 한강이 앞으로는 공연·문화공간으로도 활용된다. 2009년까지 한강변에 만드는 조각공원은 한강을 예술 공원으로 활용하는 첫 번째 시도다.
시민들은 여의도, 잠실, 이촌, 잠원지구 등 4곳에서 조각작품을 감상할 수 있게 된다. 특히 한강변 야간 경관의 대대적인 개선은 24시간 깨어 있는 한강으로 거듭나게 한다. 이미 설치된 한강, 원효, 성산대교의 야경은 대폭 수정되고 반포대교 등 11개의 다리도 리모델링에 들어간다. 한강 교각 이외에 한강변 아파트의 야간조명도 개선작업이 이뤄진다. 재건축 등과 연계한 신규 아파트는 지구단위계획 등과 연계해 건축물의 적극적 조명 도입을 유도하게 된다. 이제원 도심개선기획 반장은 “한강 르네상스는 세계인이 찾는 관광명소로 한강을 만든다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며 “아파트가 점령한 한강경관을 아름답게 다듬기 위해 새로 짓는 건축물은 창의적인 디자인을 도입하면 혜택을 주는 등 경관 관리를 제도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Part 3. 한강 교통 수단의 혁명
2010년 5월 서울 성동구 서울숲 건영아파트에 사는 김한강씨(가명)는 아침식사를 마치고 숲길을 따라 산책하면서 뚝섬 선착장으로 걸어 나왔다. 김씨는 교통카드를 이용, 2천원을 체크하고 가뿐하게 수상버스에 몸을 실었다. 인근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가 교통체증으로 꽉 막혀 있는 동안 수상버스는 시원하게 강줄기를 가르며 불과 20분만에 여의도 선착장에 도착했다. 김씨는 선착장 앞에 놓여진 무료 자전거를 이용, 여의도 금융가로 향한 뒤 버스정류장 앞 자전거 보관대에 세워두고 사무실로 출근했다. 수상버스가 생기기 전만 해도 김씨는 자가용을 몰고 여의도까지 출근했다. 출퇴근시간 도로는 늘 북새통이었다.
도로에서 교통사고라도 나면 1시간이 훨씬 넘게 걸렸다. 김씨가 날로 다르게 변하는 한강 주변의 새로운 문화시설물을 감상하면서 하루 일과를 구상했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낭만적으로만 느껴지는 이같은 상상은 불과 3~4년 후면 현실화된다. 이미 미국 뉴욕시의 스태튼섬 주민들은 사무실이 밀집한 맨하튼으로 수상버스를 이용, 출퇴근하며 자유의 여신상 등 맨하튼의 경관을 감상하는게 생활화되었다. 서울시는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통해 한강에 문화와 관광의 겉옷을 입히는 것뿐만 아나라 다양한 교통수단을 대중화시켜 서울의 교통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한다.
시드니, 싱가포르, 뉴욕 등 전세계의 주요 도시는 수상택시 등을 갖추고 있지만 정작 서울은 한강을 이용한 교통수단은 없다. 만약 수상택시와 버스가 상용화되면 교통 혁명에 가까운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1단계로 9월부터 6~8인용 수상관광콜택시를 운행키로 했다. 한강공원사업소는 이미 지난해 12월 사업 참가 신청서를 받아 사업자를 선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수상관광콜택시는 5천원 내외의 요금이 책정되며 올 9월부터 5대가 20곳 선착장을 오가게 된다.
서울시는 이중 인근에 주거단지가 넓게 분포한 상암, 여의도, 이촌, 신사, 청담, 잠실 선착장이 주된 출퇴근 선착장으로 이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이용객들이 늘어나면 수상관광콜택시를 2010년까지 100대 정도 늘릴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잠실에서 상암까지 자가용을 이용하면 출퇴근할 때 최소 1시간 이상 걸리는데 수상콜택시는 30분이면 된다”면서 “특히 정체가 없어 지하철만큼 정시 이동이 가능하고 답답한 차 안보다 훨씬 여유있게 출퇴근할 수 있는 장점이 많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와 함께 40인승 이상의 수륙양용버스도 9월부터 한강에 투입할 계획이다.
수륙양용버스는 63빌딩-여의도시민공원-이촌지구-국립중앙박물관-전쟁기념관 코스와 암사선사유적지-몽촌토성-코엑스-잠실-뚝섬을 오가게 된다. 서울시는 새로운 교통수단의 도입 이외에도 선착장을 대대적으로 개선해 공연장과 식당, 상점 등이 들어설 수 있도록 활성활 방침이다. 또 기존의 유람선은 결혼식과 뷔페, 라이브 공연 등의 시설을 갖추고 2008년에는 공연 전용 유람선도 투입키로 했다.
서울시는 2단계로 2009년까지 한강변 선착장들에 대한 시내버스 등의 접근로를 조성한 뒤 2010년부터 수상버스를 시범운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수상버스는 대중교통 수단인 점을 고려, 2천원 내외에서 요금이 책정될 예정이다. 서울시는 한강 교통 혁명 3단계로 경인운화 등 서해안 교통 환경이 크게 변화될 것에 비해 한강 하구인 김포를 거쳐 강화도, 석모도를 순환하는 노선을 개발, 한강을 물류·관광·여객이 어우러진 강으로 변모시킬 계획이다.
Part 4 자연과 함께하는 한강
40여 년 전만 해도 한강은 동해바다 부럽지 않은 ‘물놀이터’였다. 그런데 70년대 산업화가 시작되면서 한강은 제 모습을 잃어갔다. 원만한 곡선을 그리던 강줄기는 콘크리트 호안에 덮힌 채 직강하천으로 바뀌었다. 90년대 이후 꾸준한 복원 사업으로 한강의 자연환경은 일부 회복됐지만 아직 과거의 한강과는 비교할 수 없다. 한강 프로젝트의 최종 목표는 한강을 생태적이고 친환경적인 공간으로 거듭나게 하는 것이다.
먼저 한강변을 뒤덮은 콘트리트 호안을 걷어낸다. 인공 호안을 흙과 자연석을 이용, 완만한 경사형 둔치로 재조성하고 수변에는 갈대와 부들, 창포를 심을 계획이다. 강변 조망을 위한 전만테크와 관람객을 위한 관찰로도 별로로 만든다. 양화, 난지, 반포, 잠실지구 등 4개 지역에 평균 250m 가량이 시범 조성된다. 홍수에 대비, 콘크리트 호안을 유지해야 하는 호안과 옹벽에 일정 두께의 흙을 덧씌운 뒤 야생화 군락지 및 각종 식물을 심게 된다. 여의도, 뚝섬, 잠실지구 등에는 각각 폭 3~5m, 길이 500m 내외의 실개천이 만들어진다. 여의도 샛강과 암사동 한강둔치는 생태공원으로 복원된다.
여의도 샛강(4.6km)은 2009년까지 4백억원을 들여 주변 주차장과 운동장을 정리하고 수로 폭도 10m에서 20m로 늘릴 예정이다. 수질이 개선되면 조각배를 띄워 시민들을 위한 생태탐방 프로그램도 운영할 것이다. 암사동 일대 한강둔치 5만여 평은 2008년까지 자연형 생태경과 보전지역으로 복원된다. 복원 후 4만 평 가량의 대규모 물억새 군락지가 조성된다. 개화동 강서 습지 생태공원도 인공수로, 생태섬 등을 추가해 2009년까지 새롭게 단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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