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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기차여행③ 스페인, 유럽 같지 않은 유럽

피나얀 2007. 1. 24. 22:48

 

출처-[연합르페르 2007-01-24 09:07]




프랑스에서 스페인으로 넘어가는 길은 유럽 같지 않다. 토지가 척박하고 건조해 보이는 데다 흙빛은 모래처럼 노랗다. 간혹 군데군데 작은 초목들만이 초록빛을 띠고 있을 뿐이다. 문화도 마찬가지다. 이슬람의 지배를 오랫동안 받아서인지 여타의 서유럽 지역과는 다른 느낌이다. 스페인만이 지니고 있는 독특한 매력이다.

 

사각형 형태의 이베리아 반도는 생각보다 넓다. 여행을 즐기는 많은 사람들이 서슴없이 최고의 여행지로 꼽는 스페인은 반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세계적인 명소도 많고 즐길 문화도 풍부한 스페인은 '정열의 나라'라는 상투적인 수식어를 달고 다닌다.

 

투우나 플라멩코의 격렬함과 역동성으로 알 수 있듯이 사람들의 기질도 다분히 열정적이다. 밤 9시만 돼도 조용한 스위스나 독일과는 달리 자정이 가까워져도 거리에서 술을 마시고 얘기를 나누는 사람들이 많다. 자연환경도 삶의 태도도 스페인은 뜨겁다.

 

유럽 대륙의 많은 국가들이 그러하듯, 스페인도 '나라'보다는 '지역'을 강조한다. 한국인이기 이전에 서울 사람이라는 식이다. 세계 최고의 축구 리그로 평가받는 프리메라리가는 스페인 내에서 월드컵보다 열기가 폭발적이다.

 

특히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의 경기는 한·일 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응원전이 대단하다. 독자적인 언어와 문화를 유지해왔던 카탈루냐 지방의 핵심 도시인 바르셀로나와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는 앙숙이자 라이벌이다.

 

마드리드에서 기차로 30분 내외면 도착하는 톨레도는 화가 '엘 그레코(El Greco)'가 명작을 남겼던 중세풍의 도시다. 역에서부터 이슬람을 연상시키는 무늬가 심상치 않다.


구시가지는 타호 강에 둘러싸여 있는데 성당과 미술관 등이 밀집해 있어서 걸어서도 충분히 구경할 수 있다.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크다는 고딕 성당과 신묘한 느낌을 주는 엘 그레코의 그림을 본 뒤 바르셀로나로 이동했다.

 

바르셀로나는 눈이 즐거운 지역이다. 가우디라는 걸출한 건축가가 남긴 흥미진진한 건물들이 시내 곳곳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우디의 명성에 가려져 있지만 도메네크 역시 많은 작품을 바르셀로나에 선사했다. 그중에서도 '예술에는 사람을 치유하는 힘이 있다'는 믿음 아래 건설한 산 파우 병원을 찾았다.

 

교회나 성당 같은 이곳에서 병원임을 알려주는 것은 가운을 입은 의사와 간호사뿐이다. 간혹 환자복을 입은 사람들도 발견되지만 나머지는 여행 온 듯한 가벼운 차림이다. 소독약 비슷한 병원 냄새도 없고 분위기도 전혀 엄숙하지 않다. 실내에는 노란색이나 분홍색을 많이 사용해서 무척이나 밝은 느낌이 든다.

 

산 파우 병원은 권위적이고 딱딱하다는 병원에 대한 고정관념을 무너뜨렸다. 확실히 편안하고 행복해서 치료에 도움이 될 듯싶었다. 이슬람 미술과 고딕 미술을 절묘하게 섞어놓은 디자인은 장식이 많고 화려했다.


아직도 공사중이라는, 바르셀로나를 상징하는 건축물인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지나쳐 그라시아 거리에 닿았다. 이 거리에는 카사 밀라, 카사 바트요 등 가우디와 도메네크의 작품이 많다. 거리 자체가 하나의 예술품인 셈이다. 천천히 걷다가 그저 사람들이 모여서 웅성거리는 곳에만 가면 그곳이 바로 유명한 건물이다.

 

돌들이 물결치고 있는 듯한 공동 주택 카사 밀라 앞에는 관광객들의 줄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안쪽에 더욱 많은 볼거리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문이 닫힌 안토니 타피에스 미술관과 한 블록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카사 바트요, 카사 아마트예르, 카사 예오 모레라도 범상치는 않은 건물들이다. 이처럼 바르셀로나에서는 건축물 기행에 하루를 투자해도 시간이 모자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