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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기차여행① 스위스, 한없이 매혹적인 중세의 숨결

피나얀 2007. 1. 24. 22:43

 

출처-[연합르페르 2007-01-24 09:07]




오밀조밀하게 국경을 맞대고 있는 유럽에서는 '해외여행'이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다. 바다를 건너지 않아도 자동차나 기차를 타고 몇 시간만 있으면 어느새 다른 나라에 도착하기 때문이다.

 

특히 기차는 정확하고 빨라서 유럽을 여행하는 외국인에게는 매우 유용한 교통수단이다. 다양한 기차와 함께 프랑스 파리를 시작으로 스위스, 프랑스, 스페인을 돌아보았다.

 

프랑스와 스위스를 잇는 고속열차인 테제베 리리아(Lyria)를 타고 스위스의 베른에 내렸다. 열차에 몇 시간 동안 몸을 싣고 빠르게 흘러 지나가는 풍광을 무심히 바라보다 다시 낯선 땅에 도착한 것이다.

 

들려오는 말이 부드럽고 운율이 느껴지는 프랑스어에서 딱딱하고 건조한 독일어로 바뀐 것처럼 화창했던 파리의 날씨와는 달리 베른 시내는 잿빛 구름으로 뒤덮여 있었다. 언뜻 보면 독일과 닮은 듯한 베른은 중세 시대부터 독일과는 구별되는 고유의 색채를 만들어온 도시다.

 

사실 베른은 취리히나 제네바의 명성에 묻혀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는 편이다. 스위스의 수도가 베른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철저한 연방제를 추구하는 스위스에서 한 나라를 대표하는 도시가 반드시 수도일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취리히는 스위스의 경제적 중심지이고 제네바는 각종 국제기구가 몰려 있는 정치적인 도시이지만 두 지역 모두 관광지로서 유명세를 탄 것은 아니다.

 

아무래도 '스위스'라는 나라를 떠올리면 연상되는 이미지는 눈 덮인 알프스 아래 별장 같이 예쁜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산촌이다. 스위스의 도시는 알프스를 가기 위해 잠시 거쳤다 가는 경유지일 때가 많다. 물론 베른도 예외는 아닌 듯싶다.

 

수도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작고 아기자기한 중세 도시'가 베른의 실상이다. 유려한 곡선을 그리며 고요히 흘러가는 아레 강을 따라 형성된 시가지를 거닐면 평화롭고 아늑한 대기에 취하게 된다.


중앙역에서 전차를 타고 곰들이 모여 있다는 '곰 구덩이(Bear Pit)'로 향했다. 베른의 어원이 곰인 탓인지 여기저기에 곰 동상이나 깃발이 눈에 띄었다. 마주치는 붉은 전차와 집집마다 창가에 내놓은 꽃이 우중충한 하늘빛과 대조를 이뤄 더욱 화사하게 느껴졌다. 곳곳에는 '시계의 나라'답게 크고 작은 시계들이 열심히 바늘을 돌리며 시간을 흘려보내는 작업을 계속했다.

 

곰 구덩이와 시가지를 연결하는 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베른의 풍경은 한없이 아름답다. 유유히 흘러가는 강물은 시간의 흐름을 잊게 하고, 상념을 잊게 만들었다.

 

눈에 모든 신경을 집중해 앞에 놓인 경치만을 바라보게 만들었다.

 

재작년에 600주년을 맞았다는 거대한 시계탑이 등장할 때까지 걸었다. 육중한 몸과 복잡한 구조가 특징인 시계탑에 오르면 중세 시대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거리와 교회를 바라볼 수 있다. 베른에 가면 한번쯤 들러야 할 곳이다.

 

◆올림픽과 호수의 고장, 로잔


독일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지역으로 나뉘는 스위스에서 로잔은 제네바와 함께 프랑스어권 지역의 중심지다. 국제 올림픽위원회(IOC) 본부와 스위스 최고 재판소가 있는 국제회의의 도시지만 호수를 끼고 있는 아름다운 곳이기도 하다.

 

오륜기가 붙어 있는 로잔 역을 빠져나오면 구시가에 이르는 가파른 오르막길이 나온다. 스위스 칼, 시계, 초콜릿처럼 스위스의 대표적인 기념품 가게들이 줄지어 있다. 특색 있는 간판들이 즐비한 상가에는 오랜 시간의 향기가 배어났지만, 다소 상업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중세 마을에서 현재의 물건을 팔고 있는 듯한 인상이었다.

 

날씨는 여전히 찌푸린 데다 비까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했다. 본래는 '스위스의 샌프란시스코'로 불릴 만큼 햇빛이 환상적이라는데 하필이면 흐린 날과 일정이 겹쳤다. 다행히도 호숫가 대신 시가지를 돌아보기로 했다. 흩뿌리는 비 덕분에 거리는 운치 있게 변해 있었다.

 

로잔 여행의 출발점은 중세 시대에 건립된 대사원이다. 시내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이 성당은 노트르담 대성당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고딕양식과 스테인드글라스가 특징인 이 성당은 전형적인 중세의 모습을 대변한다. 종교개혁 후에는 사람들이 몰려와 신앙의 자유를 주장했던 유서 깊은 성지이기도 하다.

 

사실 로잔도 베른처럼 아주 유명한 볼거리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산책과 쇼핑을 즐기면 족하다. 우리나라와는 다른 것들을 찾아내면서 발걸음을 옮기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많은 전위예술가들이 활동하고 있는 도시답게 이곳에는 현대적인 감각이 돋보이는 조형물들이 거리의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다. 행인들은 그 옆을 아무런 감정도 없이 지나가지만 이방인의 눈에는 색다르게 보였다. 로잔에서는 길거리를 거니는 것만으로도 문화적 충만함을 채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