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건강】

미련? 미련한 짓!

피나얀 2007. 2. 1. 18:44

 

출처-[조선일보 2007-02-01 10:20]



하지현이 쓰는 우리 시대의 중독 (20) '미련' 중독

 

그 사람과 끝이 났습니다. 그동안의 마음 고생을 생각하면 속이 다 후련하지만, 망설이다 오랜만에 그만 문자를 보내버립니다. 그런데 이 사람, 답장을 합니다. 그의 미니 홈피를 가보니 아직 내가 이웃으로 남아있네요.

 

그 사람도 아직 나를 잊지 않고 있는 것이라는 확신이 들기 시작합니다. 용기를 내 전화를 해봅니다. 그렇지만 그 사람의 냉랭한 반응, 결국 이 미련이라는 게 쌍방향은 아니었다는 사실만 확인할 뿐입니다.

매사가 이런 식입니다. 인간 관계뿐만이 아닙니다. 물건을 살까 말까 망설이다가 지나치고 나면 그 물건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아 계속 마음에 걸립니다. 추진하던 일이 엎어져 버려도 포기하고 다음 일을 시작하지 못한 채 전화와 이메일로 매달립니다. 뭐 하나 깔끔하게 정리하고 새 출발을 하는 법이 없습니다.

이렇게 미적미적, 미련에 중독된 사람들이 있습니다. 미련은 ‘깨끗이 잊지 못하고 끌리는 데가 남아 있는 마음’입니다. 풀지 못한 마음의 끈을 잡고 놓지 못하는 겁니다. 머리로는 끝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가슴에는 여전히 그 사람, 그 일, 그 사건, 그 물건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오래 지속되다 보면 급기야 머리마저 가슴 쪽으로 기웁니다. ‘아직 기회가 있을 거야’, ‘다시 되돌릴 수 있어’라며 자기 합리화를 하는 것이죠. 결국 부질없이 집착이란 무리수를 둡니다. 미욱하게 지나간 일을 되돌려보려 하지만 또 다시 실패와 좌절의 상처를 받을 뿐입니다. 그럴수록 미련은 더욱 크고 깊은 골로 마음속에 남아 지워지지 않게 됩니다. 미련에 중독된 결과, 미련한 사람이 돼 버립니다.

현실의 실패를 부정하고픈 욕구와 실패를 인정하거나 상실을 받아들일 준비가 덜 되어있을 때 미련이 생깁니다. 객관적 현실과 주관적 감정의 정리 사이에는 불가피한 시간 차가 존재합니다. 감정 정리란 무 자르듯이 단칼에 되는 것이 아니라, 모래시계속 모래가 빠져나가듯 절대시간이 필요하니까요.

 

이를 위한 시간은 감정을 투자한 정도에 비례해서 길어지고, 그 사이를 미련이란 이름의 감정이 메웁니다. 그런 면에서 미련은 생리적 반응입니다. 현실을 인정하지 않고 아쉬움에만 머무르면 미련에 고착돼 버립니다. 이제 미련은 마음의 안방을 차지하고 앞으로 나아갈 발목을 잡습니다. 과거의 아쉬움을 복기하느라 에너지를 소모하기 때문에 새로운 시작을 할 힘이 모자랍니다.

사람 미련하게 만드는 이 미련의 구렁텅이에서 빠져 나오는 길은 “내가 옳았어”라는 주문을 확실하게 거는 것입니다. 잘못된 선택에 대한 불안이 미련을 낳습니다. 그러므로 결과야 어찌 되었건 그 선택이 최선이었다고 무조건 혼자서 우길 때 미련은 약해지기 시작합니다.

 

혼자서 힘들면 “내가 잘한 거지?”라고 주변에 자꾸 물어보고 “맞아”라는 동감의 말을 한 번이라도 더 들으세요.구차하고 창피한 일이지만 이런 공감과 호응은 미련의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올 지푸라기가 돼준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