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요리】

메밀묵무침으로 폭탄을 감췄네

피나얀 2007. 2. 6. 18:46

 

출처-[매거진t 2007-02-06 10:30]



<나쁜여자 착한여자>의 메밀묵무침

그 옛날 어느 겨울, 눈이 소리 없이 내리는 밤. 저 멀리서 들리는 ‘메미~일~묵~ 찹쌀떡~’ 하는 찹쌀떡 장사의 목소리는 긴긴 겨울밤의 특별한 이벤트. 지금 생각해보면 찹쌀떡 장사의 목소리는 왠지 모르게 너무 구성져 우울하기까지 했고, 유리로 만든 케이스 안에서 꺼내주던 찹쌀떡과 메밀묵은 조금 단단해서 생각보다 맛있지는 않았지만 그것을 함께한 가족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그 부족했던 맛조차 모두 따뜻함으로 기억한다.

밤참 한번으로 백점짜리 생색내기

이렇게 화목해 보이는 가정에도 비밀은 있다.

<나쁜여자 착한여자>에 등장하는 건우(이재룡)와 서경(성현아)의 집은 요즘 부쩍 화목해 보인다. 사실 화목하려고 노력한다고 하는 것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건우와 서경은 지금 불륜의 관계이지만 각자의 가정으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 그래서 서로의 가족에게 조금 충실하기 위해 내키지 않는 노력으로 화목함을 가장하고 있다. 건우는 아내 세영(최진실)과 딸 진아에게 멋진 핸드백과 옷을 선물하고 서경은 시댁 가족들과 외식에, 찜질방 나들이에 하루가 짧기만 한데, 이제는 팔을 걷어붙이고 음식 솜씨까지 뽐낸다.

 

돈 잘 버는 의사 며느리에게 밥상 한 번 제대로 받아보지 못한 서경의 시부모와 가족들 앞에 준비한 서경의 야심작은 메밀묵무침. 그럴 듯한 밥상은 아니지만 김장김치 제대로 익어가는 요맘때 메밀묵무침만 한 밤참이 또 어디 있으랴. 게다가 겨울밤에 먹는 메밀묵무침에는 어쩐지 ‘우리 가족은 이렇게 화목해’라는 이미지가 은연중에 숨어 있으니 서경이 야무지게 메밀묵을 무쳐 막걸리 한 잔까지 탁 걸쳐 가족들에게 차려내고 앉자, 서경은 불륜이란 무엇인지도 모르는 평범하고 예쁜 가정의 여느 주부로 위장이 된다.

꼭 붙어다니는 메밀과 무는 어떤 관계?

불륜관계가 아니라 찰떡궁합이다.

위장주부 서경이 선택한 메밀묵무침은 겨울밤참으로 영리하게 잘 고른 메뉴 밤참이 다 그렇듯 칼로리가 낮고 소화하기에 부담 없는 것이 좋은데 메밀묵이 바로 그렇다. 메밀은 소화 잘 되고, 뇌출혈을 예방하고 고혈압이나 당뇨 등의 성인병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적당량 섭취하면 건강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일부 인체에 독이 될 수 있는 성분이 함유되어 있기도 한데, 메밀의 이런 성분은 무가 중화시켜 줄 수가 있어서 메밀로 만든 음식에는 무를 곁들이는 것이 좋다.

 

예를 들자면 일본식 메밀국수에 갈아 놓은 무를 곁들인다거나 한국식 메밀냉면에서 메밀면을 동치미국물에 말아 동치미무를 곁들여주는 것, 제주도 향토음식인 빙떡에 무나물을 넣는 것 역시 메밀과 무의 상호작용 때문이다. 고로 메밀묵무침은 김장김치와 함께 김칫속에 들어간 무채를 메밀묵에 곁들여 먹을 수 있어 맛있으면서도 건강한 밤참이 될 수가 있다.

 

여튼, 서경은 메밀묵무침을 이용해 일단 화목한 가정으로 위장을 하고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려고 하지만 저 마음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감정의 울림과 건우의 미련이 만만치 않은 것 같다. 특이하게도 느린 듯, 지루한 듯싶게 온갖 설정과 폭탄 장치를 서두에 다 늘어놓는 이 드라마의 네 명의 주인공은 과연 어떻게 될지. 우리는 메밀묵무침을 먹으며 언젠가 터질 폭탄을 숨죽여 기다려보는 수밖에 없겠다.

 

가정의 화목을 돕는 만점밤참 메밀묵무침을 만들어 봅시다.

재료>

 

메밀묵 420그램, 김치 200그램 내외, 김 약간

 

양념장 재료>

 

간장 2작은술, 설탕 2작은술, 다진 파 2작은술, 다진 마늘 1작은술, 참기름 1큰술, 깨 1작은술, 후춧가루 약간

 

1. 묵은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준비한다.

 

2. 김치는 송송 썰어 국물을 꼭 짜내 준비한다.

 

3. 김치에 분량의 양념장 재료를 넣고 양념을 해준다.

 

4. 김은 가위로 얇게 잘라서 준비해놓는다.

 

5. 먹기 좋게 자른 메밀묵 위에 김치와 김을 얹거나 살짝 버무려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