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건강】

너희가 건강정보를 믿느냐

피나얀 2007. 2. 6. 19:00

 

출처-[한겨레21 2007-02-06 08:06]




[한겨레] 건강의학 정보가 차고 넘치는 시대, 과학과 실험으로 포장해 소비자 현혹…홍보성 ‘유해정보’ 수두룩하고 신문·방송의 보도도 완전히 신뢰할 수 없어

 

20대 후반의 미혼여성 강현미씨는 직장에서 실시하는 종합검진을 하면서 유방암 검진을 망설였다. ‘젊은 유방암 환자들이 늘고 있다’는 뉴스 제목에 솔깃했다면 방사선 촬영기 앞에 서는 게 당연하다.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율이 높은 만큼 정기 검진에 신경써라”는 의사의 친절한 권유도 예사롭지 않다.

 

하지만 유방암 증상이 없는 젊은 여성이 유방암 검진으로 해마다 유방 촬영을 하면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사망률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뉴스로 접한 기억이 있었다. 유방 촬영에 쓰이는 특수방사선이 일반적인 흉부 X선에 비해 방사선 피폭량이 20배나 많고 유방에 집중돼 축적된다는 것이었다.

 

유방암 걱정된다고 수시로 촬영?

 

애초 강씨는 20대에 접어들면서 유방암에 대해 주의를 기울였다. 엄마가 유방암에 걸려 결국 절개수술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3배 이상의 발병 위험이 있다는 말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러다가 “저지방식이 유방암 위험을 줄이는 경향을 보인다”는 보도를 접한 뒤 밥상을 바꾸기도 했다.

 

포화지방이 적게 들어 있는 단백질 위주의 식단을 마련한 것이다. 고단백질 음식은 몸에 나쁜 저밀도 콜레스테롤이나 중성지방, 혈압 저하 등의 효과까지 있다니 가족의 건강을 위해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얼마 뒤 장기 추적 조사 결과 저지방식을 하더라도 의미 있는 변화가 없다는 연구 결과를 접했다.

 

도대체 강씨가 유방암의 공포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부에서는 국내의 40살 미만 여성의 유방암 발생률이 25%에 이른 만큼 방사선 축적을 염려해 유방 촬영을 회피해선 안 된다고 주장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젊은 여성의 유방 조직이 치밀해 유방 촬영을 해도 신뢰도 높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고 말한다.

 

게다가 건강검진의 신뢰성 자체마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예컨대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이 실시하는 5대 암 검진사업으로 2004년에 전체 대상자 가운데 0.01%인 66명이 자궁암으로 진단됐는데, 1~2년 내에 암으로 판명된 사람은 453명이나 됐다.

 

이렇게 건강검진의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해서 무작정 검진을 피할 수는 없었다. 강씨는 인터넷 건강정보 사이트와 여성 클리닉 등에서 제공하는 자료를 살폈다. 대부분 유방암에 대한 공포를 키우는 구실을 하고 있었다. 멍울이 있다면 암을 의심하라는 식이었다. 그런 공포 사이에서 강씨는 진단방사선과 교수의 제안을 접한 뒤 유방 촬영을 하지 않기로 했다.

 

“젊은 여성이 해마다 유방을 촬영하는 것은 불필요하지만 40대 전에 한두 차례 하는 것은 해롭지 않다”는 게 제안의 요지였다. 이미 2년 전에 분위기에 휩쓸려 방사선 촬영기에 가슴을 내밀었다가 별다른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던 때문이었다.

 

강씨는 지금 유방암을 막는 식단에 신경을 쓰려고 한다. 하지만 영양 연구에 따른 식이요법은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 저지방식만 해도 서구화된 식생활로 인해 비만도가 최고 수준인 여성에게 자궁암 위험을 줄이는 효과를 보였지만, 그렇지 않은 여성에게서는 특별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각종 성인병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지목된 ‘트랜스지방’을 동물성인 포화지방으로 대체하는 것도 안심하긴 이르다. 포화지방도 많이 섭취하면 동맥경화 같은 심혈관계 질환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공해 식품을 섭취하면 지방이 적게 축적되어 건강에 유익하더라도 비싼 가격을 감당하기는 쉽지 않다.

 

최근 ‘다크 초콜릿’이 새로운 ‘건강식품’ 반열에 올랐다. 하루에 다크 초콜릿바 2개를 먹으면 인체에 해로운 저밀도지단백(LDL) 콜레스테롤과 혈액 속의 지방인 트라이글리세라이드 수치를 낮춘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보도된 것의 여파다. 비타민C와 비타민E, 베타카로틴, 셀레늄 등의 항산화제 구실을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강씨가 다크 초콜릿을 먹으면서 건강을 챙길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소수를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 심장병을 예방한다 할지라도 인체의 녹을 방지하려다 면역체계가 손상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장기간 추적 조사를 했다면 식습관에 영향을 끼친 게 수두룩해 초콜릿의 영향을 고집할 수도 없다.

 

이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이 쏟아지는 건강의학 정보 사이에서 헤매고 있다. 건강과 의료,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이에 관한 정보가 차고 넘치기 때문이다. TV와 라디오, 신문 등은 뉴스와 다큐멘터리, 교양 프로그램, 건강 섹션 등을 통해 건강의학 정보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인터넷에는 광고성 정보들이 무분별하게 범람하고 있다. 한국건강연대 이지은 상임위원장은 “현재 국민들의 의료를 바라보는 관점이 대단히 꼬여 있다. 건강은 삶의 범주에 있는 것인데 의료라는 틀에 가두고 있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제약회사들의 노골적 홍보

 

그럼에도 의사로부터 건강 정보를 얻는 사람은 갈수록 줄어들고 인터넷 지식검색을 건강의학 정보 소통 창구로 이용하는 사람은 느는 추세다. 예컨대 포털 사이트 네이버의 지식검색에 등록된 건강 관련 질문의 경우 다이어트는 12만여 건, 감기는 10만여 건, 암은 9만6천여 건이나 됐다.

 

여기에는 특정 전문지식을 지닌 학자들의 답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수는 떠도는 소문이나 관련 병·의원을 소개하는 광고성 답변 등이 적지 않다. 아직까지 인터넷 자료들의 정확성을 객관적으로 측정한 연구 사례는 발표되지 않았다. 다만 건강 정보로 인한 피해 사례가 소비자보호원이나 건강소비자정보센터, 의료소비자정보센터 등에 일부 신고됐을 뿐이다.

 

이런 ‘유해성’ 정보들은 대충 봐도 실체를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정보를 찾는 환자에게는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한 자연요법 사이트는 ‘호두기름’을 “불포화지방산으로 폐와 기관지를 좋게 하며 기침과 가래를 제거한다.

 

폐의 기능을 개선하며 치료하는 유일한 식품”이라며 만병통치약처럼 소개한다. 어떤 한의원은 “사상의학에 따라 체성만 찾아내면 거의 모든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게다가 올해 초부터 적용된 개정 ‘의료광고규제법’에 따라 병·의원은 방송이나 기사 형식의 홍보를 제외하면 이전보다 훨씬 자유롭게 광고할 길이 열리기도 했다.

 

건강의학 정보와 광고가 확대되면 의료 소비자는 더 나은 서비스를 기대할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긍정적인 효과보다는 부정적인 결과에 이를 가능성이 훨씬 크다. 정보와 광고는 기본적으로 의료 행위가 국민의 건강을 위하고 생명의 존엄성을 체험하는 시민교육이라는 관점에서 의미 있는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결국 의료 소비자를 양산해 확보하는 경쟁이 가속화될 게 뻔하다. 서울대학교 간호대 김재희 연구강사는 “건강 정보에 ‘유해성’이라는 말을 쉽게 붙일 수는 없다. 하지만 출처가 불확실한 자료는 검증되지 않은 것으로 무시하는 게 좋다”고 말한다.

 

이런 건강의료 정보의 문제는 ‘유해 정보’ 바깥에도 도사리고 있다. 대형 제약회사와 대학, 병원은 해당 분야의 과학적 발견에 근거한 물질이나 치료 효과가 높은 신약을 개발했다는 보도자료를 수시로 언론매체에 보낸다. 중형 병원이 개원하면서 홍보 인력을 별도로 모집하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다국적 제약회사는 언론사 기자들을 해외 본사에 초청해 연구 업적을 보여주는 ‘취재’를 지원하기도 한다. 물론 제약회사의 목적은 신약 홍보를 위한 것이다. 아무리 취재를 하는 사람이 정보와 홍보 사이에서 외줄타기를 하더라도 제약회사가 설치한 덫을 피하기는 쉽지 않다.

 

사실 제약회사의 노골적인 홍보는 누구라도 알아챌 수 있다. 하지만 환자들이 복용하는 약물에 제약회사의 판촉 수단이 결부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기는 어렵다. 제약회사가 후원하는 연수강좌에서 관련사 약품이 부각되고, 제약회사가 제공하는 연구비로 임상연구를 수행한 뒤 후원사 약물을 더 처방하는 경향도 나타난다.

 

단국대 의대 박일환 교수(가정의학)는 “제약회사 판촉원은 유용한 정보원으로서 활용 가치가 있다”면서도 “정보를 얻었다고 소개받은 약품을 환자에게 즉시 적용하는 임상적 결정은 피해야 한다”고 밝혔다.


건강의학 기사, 모니터링해보니…

 

어쩌면 의료 소비자들을 심각한 혼란에 빠뜨리는 것은 과학과 실험으로 포장된 것인지도 모른다. 예컨대 젊은 여성의 유방암 진단처럼 과학적으로 상반된 결과를 내놓을 때 헷갈린다는 말이다. 과학 연구 결과에 ‘기적의 치료물질’ 같은 표현이 들어가 있다면 암과 같은 난치병 정복의 길이 쉽게 열릴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상어 연골을 먹고 말기 암환자가 치료됐다는 이야기는 자연현상의 기적적 발현으로 여기면서도 종양 연구자가 암세포를 박멸할 길을 찾았다는 말에는 현혹되기 일쑤다. 그것은 대체로 연구비에 목마른 과학 실험실의 처지를 개선하려는 의도일 가능성이 큰데도 그렇다.

 

암은 세균이나 바이러스, 오염물질, 전리방사선 등 다양한 병원체에 의해 일어나는 수백 가지 다른 질병의 유형을 망라하는 개념이다. 이들은 인체의 모든 부분을 다르게 공격한다. 따라서 한 가지 치료제로 암을 치료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그럼에도 인터넷 검색창에 ‘암 치료제’라는 글자를 넣으면 수많은 기사와 관련 정보들이 주렁주렁 매달린다.

 

많은 사람들이 TV 뉴스에서 건강의학 정보를 얻고 있다. 그동안 의료 담당 기자의 전문지식 부족이나 정보 비판 능력 부족으로 정보가 검증되지 않거나 잘못 해석됐다는 지적은 간헐적으로 제기됐다. 하지만 과학적 근거에 바탕한 분석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결론을 도출하기 어려웠다. 이런 가운데 흥미있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림대 의대 김수영 교수(가정의학)팀은 TV 뉴스에 방송된 건강의학 정보를 근거 중심의 의학적 관점으로 평가했다. 이에 따르면 공중파 방송의 7개월치 의료 정보 가운데 분석 가능한 85건을 살핀 결과, 34건(40%)이 부정확하거나 오해를 유발할 대목을 포함하고 있었다.

 

사정이 이렇다면 방송이나 신문에 보도된 건강의학 정보마저도 완전히 신뢰하기는 어렵다. 문제는 매스컴의 보도마저 무시한다면 어디에서도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없다는 데 있다. 미국 미네소타대 헬스 저널리즘 석사과정 학과장인 게리 슈바이처 교수가 오스트레일리아의 미디어닥터(www.mediadoctor.org.au)를 모델로 삼아 지난해부터 ‘헬스뉴스리뷰’(www.healthnewsreview.org)라는 사이트를 운영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방송기자 출신인 슈바이처 교수는 “건강 뉴스가 차고 넘치는데 단순한 비평 차원에 그치지 않고 건설적인 방향을 제시하려고 의료 전문가와 함께 사이트를 만들었다”며 “의료 소비자들에게 뉴스를 보거나 읽는 관점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비영리재단의 후원으로 운영하는 헬스뉴스리뷰에서는 매일 60건의 뉴스를 선별해 2차에 걸친 리뷰를 걸쳐 누리꾼에게 소개하고 있다. 이들이 선정하는 기사는 발행부수 상위 10대 신문, 3대 네트워크 방송, 주·월간 잡지 등이다.

 

슈바이처 교수를 돕는 2명의 대학원생 조교가 기사를 선정한 뒤 석박사, 간호사 등의 리뷰, 대학 연구자와 병원 의사의 집단 리뷰를 거친 뒤 슈바이처 교수가 최종적으로 판단해 기사별로 별점을 매긴다. 슈바이처 교수는 양질의 기사를 선정하는 기준으로 △새롭고 유용한가 △과대 포장은 없는가 △증거는 확실한가 △부작용을 밝혔는가 △치료 비용을 따졌는가 등을 꼽았다.

 

이미 국내에서도 방송과 신문의 건강의학 기사에 대한 모니터링이 이뤄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www.kma.org)는 국민의학지식향상위원회 산하에 모니터링분과위원회를 두고 2001년 9월부터 활동을 벌였다. 2005년까지 모두 3465건을 3차에 걸쳐 △과학적 건전성 △유해·유익성 △정보의 충실성 등의 가이드라인 아래 평가한 뒤, 우수 기사로 1128건(33%)을 뽑아 의사협회 홈페이지에 올렸다. 그리고 3차 모니터링까지 거치며 ‘문제 있음’으로 지목된 기사 158건(5%)에 대해서는 해당 기자에게 ‘음성 피드백’을 보냈다. 예컨대 호르몬 치료의 효과를 확대해석한 기사에 대해 ‘완전한 치료가 아닌데 오해의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의 메일을 보내는 식이다.

 

“의학은 목숨을 건 줄타기”

 

초창기 모니터링분과 위원장으로 활동한 고려대 안암병원 김형규 교수(신장내과)는 “건강의학 관련 기사는 국민 건강에 깊은 영향을 끼쳐 의학적으로 신뢰도를 높일 필요가 있었다”며 “음성 피드백에 관련된 기자들의 저항이 적지 않아 모니터링에 기자가 참여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음성 피드백 기사는 외부에 공개되지 않아 일반인으로선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데 있다. 예컨대 ‘고층빌딩에 살면 왼손잡이가 많다’는 논문이 발표되면 비슷한 주제의 기존 연구를 검토하는 ‘메타 분석’ 없이 마구잡이식으로 보도한 기사의 문제를 지적해도 언론사 기사 목록에서 빠지지 않는다.

 

어떤 식으로든 대중적 지지를 받은 ‘처방’이 사라지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한때 사라질 것으로 보였던 호르몬 요법만 해도 아직까지 요실금에 효과가 있다고 믿는 여성들이 적지 않다. 미국 여성건강연구(WHI)는 2002년 에스트로겐이 심장마비나 뇌졸중, 유방암 등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 뒤 전세계적으로 수백만 명의 여성들이 장기간에 걸친 호르몬 요법을 중단했다. 그러자 호르몬 요법 지지자들은 열감증이나 요실금 같은 폐경증후군에 이롭다며 단기간 처방을 시도했다. 하지만 WHI에 참여하는 여성 2만4천여 명이 나선 2005년 실험에서 에스트로겐은 요실금에 효과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요즘 어린이나 청소년도 본태성 고혈압(원인 질병 없이 생기는 고혈압)에 노출될 수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식생활 변화와 운동 부족이 원인이라며 서둘러 치료하지 않으면 평생 치료해야 한다는 ‘경고’도 빠지지 않는다. 이미 성인 고혈압은 건강보험 외래 다빈도 상병 목록 1위를 꿰차고 있다.

 

지난 2001년 1180만여 건으로 외래 다빈도 4위였던 본태성 고혈압은 지난해 상반기에만 1217만여 건으로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는 고혈압으로 인한 신체 위협에서 벗어나려는 ‘예방’에서 비롯된 것으로 여길 수 있다. 하지만 고혈압 진단 기준 혈압이 140/90mmHg에서 120/80mmHg으로 낮아진 이유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오래전 고대 이집트인들은 심장이 사고의 중심이며 간에서 혈액을 만들고 뇌가 몸을 식혀준다고 믿었다. 현대의학이라고 해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의 주간지 <뉴요커>에 의학·과학 관련 고정 칼럼을 쓰는 외과의사 아툴 가완디는 <합병증: 불완전한 과학에 대한 한 외과의사의 노트>에서 “의학은 불완전한 과학이고 불확실한 정보와 오류에 빠지기 쉬운 인간들의 모험이며 목숨을 건 줄타기”라고 지적했다. 의료 현장에 적용되는 치료법 가운데 과학적으로 규명된 의학적 사실은 10% 안팎일 뿐이라는 주장에 귀기울이면 ‘떠도는’ 건강의학 정보의 신뢰성은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예비 환자’들이 건강의학 정보에서 나침반을 마련할 수는 없을까. 과학자의 업적이 치료로 자신에게 적용되리란 기대는 접는 게 좋다. 설령 말기 환자가 특정 약물로 생명을 연장했다고 해도 자신의 일로 여기지 말아야 한다. 기사에 드러나지 않은 사망 사례에 자신이 속할 수도 있다.

 

한국방송 <비타민> 같은 프로그램에 소개되는 ‘나쁜 음식’을 피하고 ‘좋은 음식’만 먹는다고 건강을 보장받지도 못한다. 아주대 의대 이종찬 교수(예방의학)는 “코미디언 이주일씨는 폐암 진단 한 달 전 종합검진에서 ‘이상 없음’ 판정을 받았다”며 이렇게 말한다. “전문가의 조언과 상식 사이에서 개인의 맞춤형 정보를 찾을 수 있다.”


참고 문헌

 

<불량의학>(크리스토퍼 완제크 지음, 열대림 펴냄), <질병판매학>(레이 모이니헌 외 지음, 알마 펴냄), <나는 고백한다, 현대의학을>(아툴 가완디 지음, 소소 펴냄)


 
[ 인터뷰/모니터링분과위원회 김석일 위원장]

모니터링에 사회적 지원을
홈페이지에 실린 좋은 기사 읽으면서 정보의 옥석 가려야
 

대한의사협회 국민의학지식향상위원회(아래 지향위)가 지난 1월26일 별도의 인터넷 홈페이지(www.healthup.info)를 꾸리면서 산하 ‘모니터링분과위원회’가 국민 곁으로 한 걸음 다가설 듯하다. 지향위의 모니터링 사업은 미국의 ‘헬스뉴스리뷰’보다 무려 4년이나 먼저 뉴스 모니터링을 시작했으면서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국민의 의학지식 향상보다는 언론매체 기자의 자질 향상에 초점을 맞춘 때문이었다. 지향위 산하 모니터링분과위원회 김석일 위원장(가톨릭대·예방의학)을 만나 의료 기사 모니터링 사업의 현황에 대해 들어봤다.

 

역사에 견줘 건강정보 모니터링 사업에 대해 아는 사람이 거의 없는데.


= 아쉬운 대목이다. 사업을 시작할 때 인터넷 보급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의료 기사가 국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물론 의료 전문가들이 주도적으로 활동해야 한다는 공감대도 있었다. 그런데 순전히 자원봉사 형태로 운영하다 보니 자료 수집이 용이하지 못했다.

 

초창기부터 좋은 건강의학 정보를 보급할 수도 있었을 텐데.

 

= 이에 대한 견해 차이가 있었던 것 같다. 많이 알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쪽과 기자들의 지식 향상을 도모하는 게 낫다고 여기는 쪽이 있었다. 대다수가 후자였던 탓에 국민들에게 정확한 의학 지식이 전달되는 것을 돕는 식으로 활동했다. 그러니까 의사와 기자의 관계에서 모니터링 사업이 이뤄진 셈이다.

 

그동안 의협 홈페이지를 통해 ‘좋은’ 기사만 올린 이유는.

 

= 칭찬을 하는 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만일 부정적인 평가를 받은 기사가 공개되면 해당 기사를 작성한 당사자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그래서 기자들이 위원으로 참여하도록 했고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을 때 해당 기자에게 관련 자료를 첨부한 ‘음성 피드백 검토의견서’를 보냈다.

 

별도의 홈페이지에서 건강정보를 제공하기로 결정한 까닭은.

 

= 많은 사람들이 방송과 신문을 통해 건강의학 정보를 얻는다. 문제는 일반 사람들이 보도나 기사에 대해 의문을 품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제는 질 좋은 정보가 유포되는 데 모니터링 사업이 이바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홈페이지에 많이 들어와 좋은 기사를 읽으면서 정보의 옥석을 가릴 수 있어야 한다.

 

이전보다는 쉽게 홈페이지를 찾겠지만 제공하는 정보량이 많지 않은데.

 

= 이런 모니터링 활동에 사회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자원봉사를 하는 의사들의 기사에 대해 판단은 할 수 있겠지만 시스템을 운영하는 데는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간다. 헬스뉴스리뷰처럼 외부 기금이나 연구비를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당장은 쉽지 않겠지만 양질의 의료 뉴스가 있는 사이트로 알려지면 방법이 있지 않겠는가.

 



대표적인 4가지 오류 사례

 

김수영 교수 분석 결과 방송 뉴스의 오류 비율 40%
 

대부분의 사람들은 방송과 신문의 건강의학 정보를 신뢰한다. 하지만 전문가의 눈에는 거슬리는 게 적지 않다. 한림대 의대 김수영 교수도 그랬다. 김 교수는 “눈에 띄게 많아진 건강의학 정보를 접하면서 잘못 해석하거나 확대해석한 사례를 적지 않게 발견했다”고 말한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많은 사람에게 노출되는 TV 저녁 뉴스를 대상으로 삼아 의학적 평가에 나섰다. 놀랍게도 방송 뉴스에 보도되는 뉴스의 오류 비율은 40%나 됐다. 김 교수가 제시한 건강의학 정보의 4가지 오류를 살펴본다.

 

대리결과와 최종결과의 혼돈

 

대리결과는 생리·해부학적 결과이고, 최종결과는 증상의 해소나 기능 회복, 생존 연장 등이다. 대체로 대리결과와 최종결과는 일치하는 경향을 보이지만 대리결과가 최종결과에 이르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논문 저자나, 전문가, 기자 등의 용어 혼용에서 비롯된 결과이기도 하다. 국내 한 대학병원의 연구 결과 김치를 많이 먹는 사람들이 고혈압에 관련된 혈중 호모시스테인의 농도가 낮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를 근거로 매 끼니에 김치를 먹으면 심장병에 걸릴 위험이 낮아진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이때 김치는 중간적인 구실로 농도를 낮출 뿐이다.

 

비인체 실험 결과를 사람에게 확대해석

 

동물실험 결과나 배양세포 단계의 실험 결과를 그대로 사람에게 적용하는 경우다. 동물실험은 임상시험의 전 단계로서, 이때 치료 효과가 나타나더라도 실제 임상시험에서는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이 나타나는 사례가 수두룩하다. 사람에게 안전성이 검증되지도 않은 신물질이나 약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을 갖게 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로 인해 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도 있다. 흰쥐에 고추의 캅사이신을 투여하자 위궤양 발생이 억제되고 항암작용·비만억제 등의 효과가 있다고 보도했다. 사람이 고추를 먹는다고 위암과 비만을 막는다고 단정할 수 없다.

 

인과관계 없는 결론에 큰 의미 부여

 

연구 설계에서 얻을 수 있는 결론의 강도를 확대해석하는 것이다. 예컨대 단면적인 연구 결과에 인과관계를 부여해 확정적으로 밝히거나, 치료 연구의 결과를 예방 효과가 있다고 하는 것, 대조군이 없는 연구 결과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 등이다. 이탈리아 밀라노대 연구팀이 폐경기 여성 가운데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사람이 정상인보다 골다공증 위험이 74% 높아진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를 근거로 뼈를 튼튼히 하려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야 한다는 식의 결론을 이끌어냈다.

 

의미가 명확하지 않은 변수 동원

 

주관적이거나 의미가 불분명한 언어를 사용해 보도에서 애초 말하고자 한 원인이나 결과가 잘못 전달되는 것을 말한다. 대체로 연구 내용을 축약하는 과정에서 빚은 오류가 많다. 한 대학병원이 임신 중 당뇨를 앓은 산모를 조사한 결과 아이를 낳고 3kg 이상 체중이 늘면 당뇨병에 걸릴 위험이 4.9배 높아지고, 몸무게가 줄어든 여성은 당뇨병에 걸릴 위험이 5분의 1로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문제는 분만 뒤 당뇨병에 걸릴 위험이 낮아진다는 기준이 임신성 당뇨가 있었으나 체중을 줄인 사람인지, 임신성 당뇨를 앓지 않은 사람인지 분명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