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건강】

올해 독감 지독한 고열… 젊은이도 ‘끙’

피나얀 2007. 2. 6. 19:12

 

출처-[주간조선 2007-02-06 16:53]




신종 인플루엔자 기승에 독감주의보… 예방주사 맞고 발병 땐 항바이러스제 복용

올 겨울 독감(인플루엔자)은 건장한 청년도 울고 갈 만큼 독하다. 며칠씩 고열이 계속되면서 전신이 욱신거리고 아픈 데다 겨우 열이 내려도 마른 기침이 좀처럼 떨어지질 않는다. 1∼2주 고생은 기본이다. 올해는 어린이보다 20∼49세 청장년층에서 더 유행이라지만 이렇게 심하게 앓고 나면 젊은이도 기운이 다 빠진다.

회사원 김창규(37)씨는 독감 때문에 입사 후 처음 결근했다. “꼬박 사흘을 앓아 누웠습니다. 온몸이 불덩이처럼 열이 나면서 어찌나 쑤시고 아픈지…. 흠씬 두들겨 맞은 것 같았어요.” 열이 내린 후에도 김씨는 2주 이상 기침약을 먹어야 했다. 내과와 이비인후과를 번갈아 가며 약을 먹고도 3주째 들어서야 겨우 차도가 있었다.

지난 연말부터 밀린 업무로 과로했던 회사원 이지연(32)씨는 독감으로 눈병까지 앓았다. 어느 날 아침 눈이 벌겋게 충혈되면서 심하게 부어올라 안과를 찾은 이씨는 한겨울에 ‘유행성 결막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안약을 넣고 사흘 만에 가라앉긴 했지만 대신 갑자기 열이 오르면서 심한 몸살을 앓았다. 의사는 나중에 “유행성 결막염이면 대개 일주일에서 보름 가량 고생하는데, 그보다는 오히려 독감 때문인 듯하다”고 말했다.


과로로 면역력이 크게 떨어진 상태에서 독감에 걸리다 보니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눈으로 옮아가 염증을 일으킨 것이라 했다. “극히 드문 경우지만 쇠약한 사람에겐 독감바이러스가 결막염, 뇌염, 근육 염증 등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독감이 전국적으로 유행하면서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1월 12일 ‘독감주의보’를 내렸다. 독감 환자가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늘기 시작해 올 들어 전국에서 2배 이상 증가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정희진 교수는 “39도 이상 고열과 심한 몸살을 앓는 30∼40대 환자가 최근 대학병원에서도 늘고 있다”며 “고열과 심한 근육통은 현재 유행 중인 독감바이러스 ‘인플루엔자 A형’의 전형적인 증상”이라고 말했다. 예년에 비해 독감이 오래 가고 환자가 많은 편이지만 그렇다고 이번 독감을 특별한 변종으로 볼 수는 없다고 했다. 질병관리본부 강춘 인플루엔자바이러스팀장도 “이번 독감이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올해 유행할 것으로 예상했던 독감바이러스와 다르지 않다”며 “독감 백신의 타깃으로 삼았던 균과 같은 종류”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이 ‘유난히 잘 낫지 않는 심한 독감’으로 여기는 이유는 뭘까.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올해 유행한 바이러스가 작년과 달라졌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독감을 일으키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크게 A, B, C형으로 나뉜다. 이 중 A형이 가장 고약한 종(種). 갑작스런 고열과 심한 근육통 등 중증도 이상의 독감을 일으키며 나이에 상관없이 발병한다. B형은 주로 어린이가 걸리며 A형보다는 수월하다. C형은 사람에겐 독감을 거의 일으키지 않는다.


인플루엔자 A형은 다시 다양한 종류로 세분되는데 대표적인 것이 H3N2와 H1N1이다. 바이러스란 원래 끊임없이 변형을 일으키며 환경에 적응하는 생물이라 같은 H3N2, H1N1 바이러스라도 조금씩 차이가 난다. 그래서 각각을 구분하기 위해 바이러스가 처음 분리된 지역의 지명을 따라 이름을 부른다.


 


2000년 이후 지금까지 계속 유행하고 있는 H1N1 바이러스는 ‘뉴칼레도니아주’다. H3N2 바이러스의 경우 2000∼2003년에는 ‘모스크바주’가 유행했고, 2004년 ‘푸젠주’, 그리고 2005∼2006년엔 ‘캘리포니아주’가 유행했다. 하지만 올 겨울에는 ‘위스콘신주’가 본격적으로 유행하고 있다. 문제는 바이러스 종류가 바뀔 때마다 더 심한 독감이 유행한다는 점. 본래 H3N2가 더 독한 바이러스인 데다 올해 새로운 종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많은 환자가 고생하게 된 것이다. 이번 독감의 주범은 바로 ‘위스콘신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인 셈이다.

다소 복잡한 이런 이유를 전부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서 걱정할 필요는 없다. 건강한 사람은 어떤 독감에 걸려도 며칠 앓고 나면 절로 낫기 때문이다. 좀 수월하게 넘기고 싶다면 발열 후 48시간 이내 항바이러스제를 먹으면 된다.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정두련 교수는 “독감이 감기와 다른 가장 뚜렷한 특징은 갑자기 고열이 오르는 것”이라며 “지금 같은 독감 유행철에 39도 이상 열이 나면 빨리 병원을 찾아 ‘타미플루’나 ‘리렌자로타디스크’ 같은 약을 복용하는 것이 고생을 더는 길”이라고 말했다. 타미플루는 한 알에 4000원이 넘고, 리렌자로타디스크도 2만8000원이나 하는 비싼 약이지만 독감주의보가 내리면 의료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다. 환자 본인이 부담하는 금액은 약값의 40%로 낮아진다. 이런 독감약은 주로 종합병원에서 처방하며, 위장이 약한 사람은 타미플루보다 코로 들이마시는(흡입제) 리렌자가 낫다. 약을 먹는 한편 따뜻한 차나 물을 많이 마셔 고열로 인한 탈수가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당뇨병, 심혈관질환 등을 앓고 있거나 65세 이상 노약자는 합병증을 막기 위해서라도 독감약을 먹어야 한다. 지금이라도 독감 예방주사를 맞아두면 도움이 된다. 우리나라에선 12월 말에서 이듬해 1월 초 사이 독감 유행이 피크를 이뤘다가 3월쯤 다시 한 번 (주로 B형) 유행하기 때문이다.

백신을 맞아도 독감에 걸릴 순 있지만, 대신 훨씬 가볍게 앓고 폐렴 같은 합병증을 60%, 사망은 80% 이상 줄일 수 있다. 임신한 여성과 6개월 이상 만 2세 미만인 아기도 우선적으로 독감 백신 주사를 맞아야 하는 이들이다. 임신 중에 독감에 걸리면 치료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고열 때문에 태아에게 산소부족을 초래, 유산의 위험이 높아진다. 6개월∼만 2세 아기는 아직 면역력이 약해 독감에 취약하다.

아예 독감에 걸리지 않으려면 평소 충분한 영양 섭취와 휴식, 꾸준한 운동으로 체력을 유지해야 한다.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박용우 교수는 “독감 유행철에는 손을 더 자주 씻고, 외출 후에는 반드시 양치질을 하며,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곳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독감에 걸린 사람은 주변에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퍼뜨리지 않도록 반드시 마스크를 쓰고, 기침을 할 때는 입을 가리며, 가래를 뱉을 때는 휴지로 싸서 버려야 한다.

박 교수는 “이런 간단한 기본 예절만 지켜도 독감 유행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집단생활을 하는 직장인이나 학생은 독감에 걸리면 집에서 쉬는 것이 본인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사람을 독감으로부터 구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