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2007년 2월 14일(수) 오후 8:12 [도깨비뉴스]
[도깨비 뉴스] 가난과 배고픔으로 어려웠던 1950~60년대. 인터넷에 당시 생활상을 담은 사진이 올라오면 화제가 되는 것은 그때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세대들이 아직 많고, 부모 세대의 삶이 궁금한 네티즌들 또한 많기 때문일 것이다. 교육열이 최고조에 이른 현재와는 달리 그 시대 배고팠던 사람들에게 학업이라는 것은 '쓸데없이 아까운 돈만 낭비하는 것', '차라리 쌀을 사지' 등의 생각을 갖게 하는 존재였다.
지난 13일 인터넷에는 당시의 배고픔과 학업에 대한 고민 등을 실감할 수 있는 게시물이 올라와 네티즌들을 눈물 짓게 만들고 있다. 그 주인공은 디시인사이드에 카툰을 연재하고 있는 엄인진(닉네임 amazing)님.
그는 어느날 책장을 정리하다가 아버지의 낡은 일기장을 발견했다. 그는 그것을 읽기 시작했고, 아버지의 추억을 읽던 도중 숙연해지는 글을 읽게 되었다고 한다. 1967년 5월 6일에 쓴 그 페이지에는 아버지 세대의 어렵고 힘들었던 시절, 학업에 대한 고민 등이 담겨 있었다. 그 일기를 찍은 것이 바로 위 사진이다.
일기는 중학교 선생님들이 소풍을 가서 일찍 집에 들어갔다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아버지는 점심을 먹기 위해 부엌의 찬장문을 열었지만, 그 곳엔 밥 찌꺼기가 조금 있었을 뿐이었다. 그 것이라도 먹기 위해 꺼냈지만, 누나는 먹지 못하게 한다. 아버지는 홧김에 "밥을 하겠다"며 쌀을 퍼냈다. 누나는 야박하게도 "학교 갔다 오는 것이 유세냐"며 동생의 뺨과 머리를 후려 갈겼다. 쌀이 쏟아지자 더 많은 손찌검이 돌아왔다.
아버지는 누나에게 반항을 해보려고 손을 들었지만,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고 한다. "부모 없는 우리들끼리 싸우면 뭘 하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고작 밥 때문에 벌어진 이 일 때문에 아버지는 심각한 고민에 빠진다. '쌀이 무엇이며, 돈이 무엇이길래 이렇게도 형제간의 우정을 갈라놓을까?', '학교를 그만두는 게 나을까? 중학교를 마치는게 좋을까? 전부 내가 학교를 다니는 탓이다'며 일기는 끝마친다. 아래는 일기의 전문이다.
1967년 5월 6일 비 토요일
이제까지 일기를 쓰지 않으려고 했지만 아니 쓸 수가 없다. 너무도 괴로운 나의 심정을 이해 해주는 이가 없다. 공부 공부 하지만 무조건 공부를 한다는 것은 좋긴 좋지만 그만한 환경이 되어 있어야 한다. 집에 대해서는 전혀 쓸려고 하지 않았다. 오늘은 다른 날보다 일찍 집으로 오게 되었다. 우리 학교 선생님들께서 소풍을 가신다고 하였기 때문이다.
집에 가서 점심을 먹으려고 하니깐, 누나가 어제 저녁 국수를 먹으라 했다. 그래서 부엌으로 가서 찬장문을 확 열었다. 거기에는 도시락 밥과 그릇에 찌꺼기 비슷한 밥이 조금 있었다. 그래서 도시락을 끄집어 내니까 누나가 못먹게 하고 다른 찌꺼기밥을 먹으라고 하길래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밥을 한다고 쌀을 퍼 내었다. 그러니까 누나가 뺨과 머리를 후려 갈겼다. 그리고는 쌀을 퍼 든 그릇을 떨어뜨리게 만들었다. 그리고는 나에게 쌀을 쏟았다고 때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반항하기 싫어서 그냥 그대로 있으니깐 또 학교 갔다 오는 것이 유세냐고 하면서 빰을 철썩 때렸다. 그래서 나도 반항해서 몇번 때렸다. 실로 세게 때릴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부모 없는 우리들끼리 싸우면 뭘 하나에서 였다. 정말 학교를 그만 두고 싶다. 돈만이 머리 속에 생각이 된다. 나는 쌀 한 줌을 쥐어서 내 책상 위에 놓고 울었다. 쌀이 무엇이며, 돈이 무엇이길래 이렇게도 형제간의 우정을 떼어 놓을 수가 있는 것일까? 쌀을 입에 넣으니까 어머님의 모습이 자꾸 자꾸 떠 오를 뿐이다.
자꾸 자꾸 눈물이 나온다. 다른 날 같으면 이렇게 많이 맞지도 않았으며 눈물도 조금밖에 나오지 않았는데 오늘은 이렇게 한없이 눈물과 울음이 나오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내가 잘못한 탓이겠지. 이제부터는 내가 먼저 누나에게 말을 걸지도 않으며 대답도 하긴하되 잘 하지 않을 것을 이 일기장에 맹세하는 바이다.
한없이 울어도 내 가슴이 시원치 않다. 정말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학교를 그만두는 게 나을까? 중학교를 마치는게 좋을까? 전부 내가 학교 다니는 탓이겠지. | 디시인사이드 카툰 갤러리에 올라온 이 일기는 순식간에 힛 갤러리(화제 게시물)로 옮겨졌다. 네티즌들은 "너무 감동적이다", "눈물이 앞을 가린다" 등 감동적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한편 "낚시 게시물이 난무했던 힛 갤러리에 오랜만에 제대로된 게시물이 올라왔다"며 환영하기도 했다.
▲너무 감동적입니다. 본 순간부터 지금까지 눈물이 나요. ㅠ ㅠ ▲아버지 사랑합니다. 앞으로 효도 많이 할께요. 오래 사세요! ▲오랜만에 올라온 힛갤러리감 게시물입니다. 감동적이네요.
아버지의 일기를 올린 엄인진님과 인터뷰를 해봤다. 그는 자신을 서울에 사는 23세의 대학생이라고 소개했다.
일기속의 주인공인 그의 아버지는 55세로 현재 공무원이라고 한다. 7세때 아버지를 초등학교 4학년때 어머니를 여읜 엄인진님의 아버지는 어린 시절부터 형 두명과 누나, 그리고 남동생 등 5남매와 함께 부산에서 노점을 하며 생계를 이어나갔다고 한다.
다행히도 아버지는 학업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한다. "형들의 일을 도와가면서 학업을 이어나갔습니다. 그래서 고등학교는 야간 상업고등학교를 가셨고, 해군 하사관으로 6년을 복무하시면서 야간 대학을 나오셨습니다"고 그는 전했다.
엄인진님은 "쑥스러워서 인터넷에 올린 것을 아버지께 말씀드리지 못했습니다. 이렇게까지 화제가 될지는 몰랐어요. 많이 공감해 주신 네티즌들께 감사드립니다"고 말했다. 또한 만화가 전공이 아니라서 잘 그리지 못하지만, 앞으로도 진심된 내용으로 그려 네티즌들에게 감동을 주는 만화를 연재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아래는 엄인진님이 디시인사이드에 함께 올린 카툰이다.
출처 : http://kr.dcinside3.imagesearch.yahoo.com/zb40/zboard.php?id=hit&no=40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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