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요리】

종가의 전통 설 음식… 명문가의 비법이…

피나얀 2007. 2. 16. 19:50

 

출처-[세계일보 2007-02-16 09:33]




설 음식, 즉 세찬은 흰 떡을 뽑아 만든 떡국, 전, 각종 나물, 식혜, 엿강정 등이 대표적. 그러나 최근에는 차례상 차리는 법이 자유로워져 낯선 외국산 과일도 상에 올리는 일이 적지 않다.조선시대부터 전해 오는 차례상을 보고 싶다면 전통을 고수하고 있는 종갓집을 찾아볼 만하다.

 

파평 윤씨 대언공파 16대 종부인 오희숙씨는 “윤씨 종가의 설 음식에는 300년의 전통과 비법이 녹아 있다”며 “차례상에는 조상 대대로 전수된 음식만을 올린다”고 설명했다. 종가의 설 음식에는 무엇이 있을까. 국립문화재연구소, 팔도종가음식 설선물 세트를 내놓은 롯데백화점의 조언으로 종가의 설 음식을 알아봤다.

 

# 삼합장과

 

장과는 다양한 재료를 간장, 고추장, 된장 등에 넣어 오래 저장해 만드는 반찬. 미리 만들어 뒀다 차례상에도 올리고, 데우지 않아도 손님에게 대접할 수 있어 명절 음식으로 주로 이용된다. 삼합장과는 드라마 ‘대장금’에서도 소개된 요리. 전복, 해삼, 홍합 세 가지를 소고기와 함께 간장과 설탕에 조린 것으로 쫄깃한 질감과 달콤한 맛이 특징이다.

 

재료들이 조선시대에는 구하기 어렵고 비싼 것들이어서 처음에는 궁중에서만 먹다가 점차 명문 종가에도 전해졌다. 원래는 세 가지 모두 말린 것을 불려 썼으나, 요즘은 싱싱한 것이 많고 말린 것은 손질이 복잡해 전복과 홍합은 생것을 쓴다. 단, 해삼은 생것을 요리하면 녹아버리므로 말린 것을 불려 써야 한다.

 

해삼과 전복은 한입 크기로 썰고 홍합은 손질해 간장, 마늘, 생강, 해물육수, 조미술 등을 섞은 양념에 조린다. 조개류인 만큼 오래 익히면 질겨지므로 은근한 불에서 살짝 조려 내는 기술이 중요하다. 깨소금, 참기름, 잣가루를 조금 뿌려 마무리하면 된다.

◇삼합장과 등 전통 설 음식을 선물용으로 만든 갤러리아의 ‘예문궁중명찬’ 세트(왼쪽), 예안 이씨 종가에서 만든 연엽주.

 

# 화양적

 

명절에는 기름 냄새를 피워야 한다는 옛말에 따라 대부분의 집안에서 전을 준비하는데, 화양적은 고기와 채소를 꼬치에 꿰어 납작하게 지진 전의 한 종류다. 생선전이나 두부전 보다 손이 많이 가는 고급 음식이다. 화양적 재료는 소고기와 도라지가 기본이고 표고, 당근, 오이 등을 적당한 크기의 막대 모양으로 썰어 각각 양념한다. 재료를 꼬치에 꿰고 기름 두른 팬에 굽는다. 달걀물을 씌워도 된다. 상에는 차곡차곡 쌓는 ‘고임’으로 올린다.

 

# 어포·육포

 

경북 예천, 안동, 의성 등에서는 차례상에 어포를 빼놓지 않는다. 신선한 생선을 구하기 어려운 내륙지방이어서 어포를 올리는 게 전통이 됐다. 북어포, 상어포, 대구포, 문어포, 오징어포 등이 주로 이용되며 많이 준비할 때는 대구포 위에 문어포나 육포, 오징어포 등을 차곡차곡 올린다. 소고기로 만든 육포도 포의 한 가지로 취급해 대구포, 문어포와 함께 쌓기도 한다. 어포는 생선을 손질해 소금물에 담갔다 말린 것이고, 육포는 기름기 없는 소고기를 간장 양념을 한 후 말린 것이다.

◇화양적(맨위)과 매작과(오른쪽 위) 등으로 차린 설 음식.

 

# 골동반

 

설 차례상에 올리는 음식은 아니지만 궁중이나 유서 깊은 종가에서 설 전날, 섣달 그믐에 먹었던 음식이다. 비빔밥과 같은 말로, 익힌 나물과 볶은 고기를 밥에 넣고 고루 비빈 뒤 달걀지단이나 생선전 등을 올려서 먹는다. 골동반을 섣달 그믐에 먹는 것은 묵은 해의 음식이 새해로 넘어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 모두 섞어 먹어 버린다는 의미다. 다음날 새해 첫 음식은 떡국으로 시작한다.

 

# 연엽주

 

연잎을 이용해 만든 술. 찰밥에 엿기름 물을 부어 발효시킨다는 점에서 식혜 만드는 법과 비슷하나 연잎을 넣기 때문에 연잎의 풍미가 녹아 있다. 가을철 서리 내리기 전의 연잎을 따서 담갔다가 설에 친지들이 모여 나눠 마시기 좋다. 함께 넣는 연근과 솔잎의 향도 은은하다. 고종 황제가 즐겼던 이 술은 충남 아산의 예안 이씨 종가에서 만들기 시작한 가양주로, 무형문화재 11호로 지정돼 있다.

 

# 종가의 차례상 들여다보니

 

과일과 소고기, 나물 등 공통의 제사음식 외에 경상도 지역은 어포를, 전라도 지역은 홍어를 올린다는 점만 빼면 종가의 차례 음식은 대부분 비슷하다. 그러나 종가마다 특별한 음식을 몇 가지씩 보유하고 있음은 당연지사다.

 

대구 달성의 서흥 김씨 한훤당 김굉필 종가는 모시잎 절편, 장미화전, 국화주를 올린다. 경북 경주의 월성 손씨 양민공 손소 종가는 해산물과 대나무 꼬치를 사용하고, 수탉을 통째로 찐 계증을 올린다.

 

경기 의정부의 반남 박씨 서계 박세당 종가는 잡채와 식혜를 차례상에 올리며, 소의 간이나 처녑을 지진 간납을 사용한다. 경남 함양의 일두 정여창 종가는 닭 한 마리를 통째로 지진 계적을 올린다. 전남 해남의 해남 윤씨 고산 윤선도 종가는 여러 가지 전을 준비하는데, 바지락으로 만든 전이 독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