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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 스크랩】이슬은 시들지 않는다

피나얀 2007. 2. 20. 22:00

 

출처-2007년 2월 17일(토) 11:01 [오마이뉴스]



▲ 시들어가는 꽃잎에서도 여전히 아름다운 작은 물방울, 그는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어가는 주체입니다.
ⓒ2007 김민수

큰 아이 졸업식을 축하했던 꽃다발을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어 드라이플라워를 만들 생각으로 물없는 꽃병에 꽂아두었습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도 카네이션은 여전히 생생합니다.

비록 뿌리를 잘린 생명이지만 저렇게 살아가려고 애를 쓴다는 생각을 하니 화병에 물도 채워주고, 분무기로 물도 뿌려주었습니다. 비썩 마른 장미꽃에 맺힌 물방울, 그 작은 물방울들을 보면서 올해 사진의 주제로 삼고 싶은 이슬을 떠올렸고, 이슬에 대한 여러 단상들이 떠올랐습니다.

▲ 동그란 물방울, 그는 모나지 않습니다. 세상을 둥글게 살아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2007 김민수

이슬은 작지만 그 작은 곳에 온 우주를 담을 수 있는 넉넉한 마음을 품고 있습니다. 그렇게 넉넉할 수 있는 비결은 둥글기 때문일 것입니다. 세상 살아가면서 모나지 않게 살아간다는 것이 왜 그리도 힘든지 모르겠습니다. 둥글둥글 살아가기 때문에 손해 보는 것 같고, 빼앗기는 것 같을 때 맑은 이슬을 바라보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둥글둥글 살아가겠다고 다짐을 합니다.

▲ 작든 크든 물방울은 동그랗습니다. 그들의 무게에 고개를 숙일만큼 작은 것들 속에서 더 아름다운 물방울들입니다.
ⓒ2007 김민수

이슬은 마를지언정 시들지 않습니다.

그는 마침내 큰 바다가 되는 비결을 알고 있습니다. 비만이 없는 이슬은 낮은 곳으로 낮은 곳으로 향하다 마침내 큰 바다가 됩니다. 그리고 또 그 바다에서 머물지 않습니다. 다시 작은 이슬방울이 되어 그 작은 이슬을 안고 고개를 숙일 줄 아는 들풀에게 다가갑니다. 그리고 이내 자신의 색깔이 아닌 그들의 색깔을 담습니다. 그래서 이슬입니다.

▲ 물방울은 시들지 않습니다. 시들기 전에 자신의 삶을 마감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끝이 아닙니다.
ⓒ2007 김민수

이슬은 맑습니다.

자연이 만든 이슬은 탁하지 않습니다. 너무 맑아 그 작은 이슬을 바라보는 이들의 마음까지도 맑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작지만 둥글둥글 모나지 않게 맑은 마음가지고 살아가고 싶다는 소망을 품게하는 작은 이슬방울들, 이제 곧 완연한 봄이 오면 들판에 피어나는 새싹들 위에 송글송글 맺힐 것입니다.

▲ 타는 목마름을 안고 시든 꽃이지만 여전히 물방울 미워하지 않고 받아들입니다.
ⓒ2007 김민수

이렇게 작은 이슬방울들을 바라보며 행복해하다가 다시 세상을 바라보면 마음이 아픕니다. 내가 발 딛고 살아가는 세상이니 무심할 수도 없습니다. 자칭 지도자라고 하는 분들이나 지도자가 되고 싶은 분들이 작은 이슬방울이 품고 있는 마음을 조금이라도 품고 있으면 이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일까 싶습니다.

▲ 작은 물방울들이 빛을 받아 영롱하게 빛나는 순간, 참 아름답습니다.
ⓒ2007 김민수

입으로는 사랑을 말하면서도 그 혀에는 독이 가득해서 그 입으로 나오는 말이 아무리 미사여구라 할지라도 비수가 되어 남을 찌르는데 그들은 알지 못합니다. 그들은 그들이 하는 짓이 어떤 짓인지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더 마음이 아픕니다. 잘못인 줄 알고 하는 짓이라면 언젠가 돌이킬 수 있는 기회라도 있을터인데 자신들이 하는 일이 옳은 일이라고 사명감을 가지고 합니다. 그래서 더 아픕니다.

▲ 자기만의 색깔을 가지고 있지만 물방울은 늘 타인의 색깔을 자기 안에 담습니다.
ⓒ2007 김민수

이슬방울, 그는 다른 이의 색깔을 담아 아름답게 자신을 만들어갑니다. 그러나 절대로 자신이 그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타자(他者)를 담되 자신을 잃지 않고, 자신을 지키면서도 남을 배척하지 않는 큰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 시들지 않은 카네이션이 물방울을 반갑게 맞이합니다.
ⓒ2007 김민수

이렇게 이슬처럼 작아도 이슬이 가지고 있는 맑은 속마음을 가진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이 세상에는 참 많습니다. 그러나 풀섶에 매일매일 이슬이 맺혀도 그것을 보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처럼 그렇게 맑은 사람들은 스스로 자신을 드러내지 않기에 보려고 하는 사람에게만 보입니다.

▲ 활짝 피어나지 못한 장미를 위하여 기도하는 듯한 물방울입니다.
ⓒ2007 김민수

대선을 앞두고 너도나도 자신이 적임자라고 하고, 이 단체 저 단체에서 이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들 합니다. 또는 저 사람은 이래서 안되고, 이 사람은 저래서 안된다고 상호비방을 합니다.

이번 설에도 단연 이번 대선에 대한 이야기들이 꽃을 피우는 정도가 아니라 말싸움까지 이어지는 일들이 허다할 정도로 많겠지요. 맑은 눈을 가지고, 맑은 마음을 가진 사람을 선택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 말라버린 꽃잎과 맑은 물방울, 극과 극인 듯하면서도 하나입니다.
ⓒ2007 김민수

이슬처럼 작아도 맑은 사람이 그립습니다. 각 분야에 이런 사람들이 하나 둘 자리매김을 하고, 수많은 언론 중에서도 22일이면 창간 7주년을 맞이하는 <오마이뉴스>가 그런 언론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사람 만나고 싶다고 소망하기만 하는 것도 욕심이겠지요. 내가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서 노력해야겠지요. 신정으로 맞이하는 새해에는 분주하게 보내다 무슨 계획을 세웠는지도 모르고 지나갔습니다. 구정으로 맞이하는 새해, 새해에는 작은 이슬방울들도 많이 보고, 담고, 그를 닮을 사람이 되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