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여행】

대만 동부① 낯선 대만을 만나는 즐거움

피나얀 2007. 2. 23. 19:40

 

출처-[연합르페르 2007-02-23 09:57]




중세시대 대만에 발을 디딘 포르투갈 제독은 '아름다운 섬'이란 뜻의 '일라 포모사(Ilha Formosa)'라고 명명했다. 그의 눈에 비친 동양의 섬은 험준하고 높은 산과 깊은 골짜기, 드넓은 평야가 오밀조밀하게 모여 있는 신비한 곳이었다.

 

비좁은 땅덩어리 안에는 자연의 모든 아름다움이 응축돼 있었다. 추측건대, 제독이 들렀던 곳은 사람의 손이 닿지 않아 순수함을 간직한 동쪽이었을 것이다.

 

지형 탓에 여전히 개발되지 않고 있는, '미지의 땅' 대만 동부로 발길을 옮겼다. 가이드북에도 자세한 설명이 나와 있지 않은 곳이기에 더욱 호기심이 일었다.

 

◆ 감추어진 대만으로의 여행

 

타이베이(臺北)에는 서울처럼 국제선과 국내선을 위한 공항이 따로 있다. 인천을 이륙한 비행기는 타이베이 시내에서 한 시간쯤 떨어져 있는 중정국제공항에 착륙한다. 하지만 대만 국내로 이동하려면 대만에서 비행기가 가장 많이 뜨고 내린다는 '쑹산(松山)'공항으로 이동해야 한다.

 

타이베이와 제2의 도시 가오슝(高雄)을 잇는 항공편만 해도 하루에 70편이 넘을 정도니 쑹산공항은 들락날락하는 항공기들로 항상 부산스럽다. 면적이 우리나라의 절반도 안 되는 나라에서 항공교통이 발달한 이유는 국토가 길쭉한데다, 고봉(高峯)이 한가운데 우뚝 솟아 있기 때문이다.

 

대만을 여행하고 돌아온 사람들은 흔히 '한국과 대만 사이에는 흡사한 점이 참 많다'고 말하곤 한다. 일본의 침략을 받은 뒤 미국의 도움으로 경제를 부흥시켰던 역사도 그러하고, 편의점에 들어갔을 때 체감하게 되는 물가도 그러하다. 그런데 지도를 유심히 관찰하면 '동고서저(東高西低)'의 지형도 비슷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학창 시절 '지리' 시간에 재미없게 배워야 했던 얘기를 새삼 꺼내는 것은 지형이 대만 동부의 지역적 특성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후지산(3776m)보다 높은 위산(玉山)은 해발고도가 3952m에 이르는데, 우리네 태백산맥처럼 위산에서 뻗어 내려오는 산맥은 죄다 오른쪽으로 쏠려 있다.

 

경기도와 강원도의 격차마냥, 대만에서도 서부 지역은 인구가 많고 농산물이 풍부한 반면, 동부는 개발의 속도가 느려서 자연의 풍광을 온전히 유지하고 있다. 땅의 모양새에 기인한 동서간의 차이는 오히려 대만 쪽이 큰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동부의 중앙에 있는 도시 '화롄(花蓮)'에서 자동차를 몰고 정서쪽에 있는 '타이중(臺中)'에 가려면 섬의 반을 일주해야 한다. 쉽게 설명하자면 경상북도 울진을 떠나 같은 위도에 있는 서해안의 당진으로 가는데, 동해안을 따라 내려가 부산을 들렀다가 남해안 도로를 달린 뒤 목포부터 서해안고속도로로 올라가는 것과 같은 이치다.

 

물론 높다란 산 사이로 굽이치는 도로를 횡단하는 방법이 있긴 하지만, 시간도 오래 걸리고 운전하느라 피곤해지기 십상이다. 이렇듯 불편한 도로사정 때문에 항공편을 선택하는 사람이 많은데, 재미있게도 이 역시 30분이면 닿을 거리를 한 시간이나 걸려서 가야 한다. 시가지 뒤로 가파른 산세를 자랑하는 중앙산맥이 버티고 있어서 비행기가 섬을 에둘러 가야 하기 때문이다.

 

화롄 시에 들어가면 뒤쪽으로는 3000m가 넘는 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고 앞으로는 수심이 5000m에 달하는 바다가 출렁이고 있다. 좁쌀만 한 좁은 땅에 도시가 형성된 것이 신기해 보인다. 비좁은 평지에 도시 건물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탓에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화롄 시 위쪽으로는 아예 깎아지른 절벽과 바다밖에 없으니 감사할 노릇이다. 그곳에는 인간이 생활의 터전으로 삼을 수 있는 땅이 전무하다. 기껏해야 차들이 오갈 수 있도록 터널을 만드는 것이 고작이다. 타이베이에서 화롄까지는 기차로 3시간이 소요되지만, 버스로는 구불구불한 2차선 도로를 6시간 동안 달려야 하는 고행길이다.

 

교통이 불편하다면 당연히 인간의 왕래도 쉽지 않다. 대만의 현(縣) 가운데 가장 넓은 화롄과 타이둥(臺東)은 뒤늦게야 문명을 접할 수 있었다. 일본인이 도로를 놓기 전까지는 원주민들이 화전을 일구고 물고기를 잡으며 살아가던 미지의 땅이었다.

 

그래서 이곳은 여전히 한족(漢族)의 흔적보다는 원주민의 문화가 많이 남아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소박하고 단순하면서도 꾸밈이 없는 자연으로의 여행은 대만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준다.

 

여하튼 대만의 동부는 타이베이와 가오슝을 잇는 서부의 친숙함과는 거리가 먼 곳이다. 과연 어떤 여행지가 길손을 기다리고 있을지 자못 궁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