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연합르페르 2007-02-23 09:57]
흥미로운 광경을 지나치다 보니 어느덧 시내의 쑹산공항에 도착했다. 국내선 수속은 발권에서 짐 검사까지 10분 만에 마무리됐다. 모든 과정이 일사천리로 진행됐고, 절차도 간소해서 오래 걸릴 이유가 없었다.
대만 동부의 가장 남부 도시 타이둥 공항을 나서자 타이베이에서 체험하지 못했던 한산함이 느껴졌다. 덩그러니 심겨진 야자수 몇 그루만이 길손을 맞이할 뿐 인적이 거의 없었다. 이곳에서는 빠르게 돌아가는 타이베이의 일상을 쫓을 필요가 없었다.
도시에서 시골로 순간이동을 한 것처럼 환경이 바뀐 탓에 자연스레 심신이 느긋해졌다. 길도 막히지 않았고 대도시 특유의 소음도 들리지 않았다.
사실 화롄의 남쪽에 있는 타이둥은 한국 사람들에게 가장 덜 알려지고 여행하기도 힘든 지방 가운데 하나다. 눈길을 잡아끄는 경승지가 없는 탓에 패키지 상품도 없고, 자유여행으로 가더라도 교통편이 좋지 않다. 대중교통인 기차를 이용할 수 있지만, 자동차나 오토바이를 빌리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타이둥에서 화롄까지 이어진 화둥해안도로의 곳곳에 볼거리가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태평양을 끼고 달리는 해안도로의 왼쪽과 오른쪽으로 펼쳐지는 경관은 사뭇 대조적이다. 한쪽에서 험한 산세가 진을 치고 있다면, 반대편에서는 수평선 끝까지 바다가 넘실거린다. 이국적인 풍광에 지루해질 때쯤 첫 번째 명소인 싼셴다이(三仙臺)에 이르렀다.
연한 하늘색과 짙은 파란색이 층을 이뤄내는 바닷물은 열대의 섬에서 보던 것처럼 예뻤다. 바닥이 그대로 비치는 맑은 물이 햇빛을 받아 찬연하게 빛났고, 때마침 흐리던 하늘에서도 구름이 걷혀 멋진 색조를 만들었다.
싼셴다이와 육지는 8개의 아치가 놓인 다리로 연결돼 있다. 파도는 모두 교각 방향으로 전진과 후퇴를 반복했다. 집어삼킬 듯 강렬한 기세로 들어왔다가는 이내 고요히 뒤로 빠졌다. 다리를 해변으로 착각한 바닷물이 시원한 파열음을 뿜어내며 포말을 흩뿌렸다.
바다 위에 올망졸망한 돌들이 일렬로 늘어서 있는 시유산(石雨傘)을 거쳐 바셴둥(八仙洞)으로 나아갔다. 석기 시대의 유적인 이곳은 바위에 크고 작은 동굴들이 파인 곳으로 신선이 노닐었을 만큼 경치가 좋다.
다음 동굴인 조음동(潮音洞)까지는 가파른 계단을 힘겹게 올라가야 했다. 바다의 파도소리가 천둥처럼 들린다는 동굴에는 아래와는 달리 찾는 이가 거의 없었다. 불상을 제외하곤 전혀 볼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머지 동굴들도 불상과 위패만이 고요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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