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연합르페르 2007-03-02 09:59]
올리브산(감람산, Mt. Olives) 전망대에 올랐다. 올리브산은 예수가 '주의 기도'를 제자들에게 가르쳐준 곳이자, 수난을 당하기 시작하고 승천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전망대 뒤쪽으로는 광활한 유대 광야(Judean Desert)가 펼쳐져 있고, 앞쪽에는 예루살렘 구시가(Old City)가 내려다보인다.
누런 빛의 건물들이 성벽 안쪽에 빽빽이 들어차 있고, 성벽 중앙에는 이슬람의 성전인 바위 돔(Dome of Rock) 사원의 황금지붕이 햇빛을 받아 눈부시게 반짝인다. 뾰족한 탑들이 중간 중간 솟아올라 있고, 남쪽 성벽 바깥의 도로에는 주차한 관광버스들이 긴 행렬을 이루고 있다. 성벽 너머에는 유대인과 이슬람인, 그리스도인, 아르메니아인이 구역을 4개로 나누어 놓고 서로 다른 생각과 생활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다.
왼쪽의 키드론(Kidron) 골짜기에서 전망대 바로 아래까지는 공동묘지가 들어서 있다. 수많은 회색빛 석관은 유대인의 것으로 '최후의 심판이 이곳에서 열린다' 하여 이곳에 묘지를 쓰고 있다. 길 건너 맞은편 성벽 아래에는 아랍인들의 공동묘지가 있다. 지금은 벽돌로 막혀 있는 황금의 문(Golden Gate)을 통해 메시아가 온다고 믿고 있어 아랍인들은 황금의 문 가장 가까이에 묘를 쓰고 있다고 한다.
전망대에서 도로를 따라 아래로 내려가자 오른쪽 철대문 안쪽으로 예루살렘의 붕괴를 예언하며 예수가 눈물을 흘렸다는 '도미누스 플레빗'(Dominus Flevit, '주께서 우셨다'는 뜻, '눈물교회'라고도 한다)이 나타났다.
교회 안으로 들어서자 아무도 없는 내부에는 정적이 감돈다. 제대 뒤 반원형 창문을 통해서는 바위 돔 사원의 황금빛 지붕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곳에 서서 예루살렘을 바라보고 눈물을 흘렸을 예수의 모습이 그려지는 듯하다.
눈물교회 아래쪽에는 '겟세마네 번민성당(Gethse mane, The Basilica of the Agony)'이라고도 부르는 '만국교회'(The Church of All Nations)가 있다. 오래된 올리브 나무가 가득한 정원을 지나 교회 안으로 들어서자 은은한 파란색과 붉은색의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작은 빛들이 스며들고 있었다.
높다란 아치형의 푸른 천장에는 교회를 세울 때 돈을 모은 나라들의 상징들이 남겨져 있었다. 제대 앞에는 사각형의 커다란 바위가 놓여 있다. 예수가 마지막으로 고뇌하며 기도하던 바위로 방문객들은 바위 주변에 무릎을 꿇고 앉아 묵상을 한다. "아버지, 이 잔을 저에게서 거두어주소서. 그러나 제 뜻대로 마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소서."
오른쪽으로 이슬람 사원인 엘 악사(El Aqsa) 모스크가 웅장한 모습을 드러낸다. 발굴되고 있는 유적지가 모스크 앞으로 형성되어 있고, 서쪽 벽 아래에는 떨어져 내린 헤로데스 시대(BC 1세기)의 건물 잔해들이 나뒹굴고 있다. 가이드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커다란 돌에는 '가장 높은 곳'이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다. 악마가 예수를 거룩한 도시의 성전 꼭대기로 데려갔다는 성서의 내용이 상기되는 유적이다.
서쪽 벽 중앙에는 아치(Arch)의 잔해가 남겨져 있다. 헤로데스가 예루살렘을 재건하고 거대한 성전을 지었을 때 성전산(Temple Mount)으로 가는 계단의 일부가 남아 있는 것이다. 이 잔해는 발견자의 이름을 따서 '로빈슨의 아치'라고 불리는데 아래에는 길이 형성되어 있었다. 아랍은 이 구조물 위에 현재의 모스크를 세웠다.
구불한 길을 따라가자 광장이 나타났다. 광장에 모인 관광객들 뒤로 거대한 벽이 가로막고 있고, 높은 장벽의 바로 아래에는 사람들이 서 있다. '통곡의 벽(Wailing Wall, Western Wall)'이다. 머리에 유대인들의 머리쓰개인 '키파(Kipa)'를 쓰고 통곡의 벽을 향해 갔다.
검정 중절모와 양복, 귀 옆의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정통 유대인과 관광객들이 벽에 바짝 붙어 기도를 하고 있다. 벽에 머리를 기대거나 입맞춤을 하기도 한다. 거대한 벽돌과 벽돌의 틈새에는 말거나 접은 종잇조각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각자의 소원을 적은 종이쪽지이다. 유대인은 물론 이방인의 소원도 들어준다는 믿음으로 이곳은 항상 소원을 염원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통곡의 벽 왼쪽의 내부 공간으로 들어서자 온통 검정 복장의 유대인들이 가득하다. 어린 아이에서부터 할아버지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성경인 '토라(Torah)'를 펼쳐놓고 온몸을 앞뒤좌우로 흔들어가며 읽고 있다. 마치 신들린 사람의 모습처럼 보인다.
통곡의 벽을 벗어나 검문소를 통과해 무슬림 지역으로 진입했다. 좁은 길을 따라 양옆으로 집과 상점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고, 여기저기 골목이 어지럽게 연결되어 있다. 거리는 남루하지만 아랍인들의 삶은 활기가 넘쳐 보인다.
푸르스름한 조명 속에서는 땅에 엎드린 예수가 십자가의 무게를 힘겨워하고 있다. 그리고 슬픈 표정의 천사들이 내려다본다. 관광객들의 엄숙한 기도소리가 성당에 울려퍼지고 있었다. 비아 돌로로사를 따라서는 아랍인들의 잡화점과 기념품 가게가 양쪽으로 늘어서 있다. 수난의 길을 따라 마침내 성묘성당(Holy Sepulchre, 예수무덤성당)에 도착했다.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가 마지막으로 처형을 당했던 곳이다.
서양인, 동양인, 아프리카인, 아랍인 등 수많은 방문객들이 성당 안을 가득 채우고 있다. 예수를 염했다는 직사각형의 반들반들한 바위는 핏빛인 양 붉은 빛을 띠고 있었다. 오른쪽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오르자 같은 벽면의 오른쪽에는 예수 옆에서 울고 있는 마리아를 그린 그림이, 왼쪽에는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상이 벽을 채우고 있다. 그리고 두 그림의 가운데에 놓인 유리관 속의 마리아는 슬픈 표정을 짓고 있다. 아들의 죽음을 너무도 아파하는 어머니의 모습이 애처롭게 느껴진다.
돌연 천사의 음성이련 듯 여성의 아름다운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고 장엄한 남성들의 노래가 대화를 하듯 뒤를 따른다. 촛불을 켠 방문객들이 천사의 음성을 가진 수녀와 신부들의 뒤를 따라 2층으로 올랐다. 매일 오후에 진행되는 십자가의 길이라고 한다. 엄숙하면서도 아름다운 의식을 끝낸 이들은 계단을 내려가 예수의 무덤을 향해간다.
성당 안의 어두운 건물 안쪽이 그의 무덤이다. 관광객들은 길게 줄을 서서 무덤으로 하나씩 들어섰다. 무덤을 빠져나온 할머니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린다. 예수의 죽음을 슬퍼하는 것인지, 그의 부활을 기뻐하는 것인지 가늠하기 어려운 눈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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