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07-03-08 12:23]
한상훈家
휴대폰 소리도, 자명종 시계도, 억척스레 하루를 일궈보라 채근하는 아침 방송도 없다. 구리 풍경(風磬)이 걸린 한옥의 처마 위로 새들의 바지런한 수다가 잰 걸음을 한다. 산새들의 반주에 암탉이 근사한 독창까지 얹었는데도 팔자 좋은 백구(白狗)는 진달래 개나리 꿈을 꾸는지 잠을 털어낼 생각이 없다.
‘징광차밭’ 혹은 ‘징광다원’은 야생 차밭과 전통 옹기 제작으로 이름나 있다. 세상을 뜬 남편을 이어 농장을 꾸려가는 차정금씨가 “차 밭에 그늘을 드리워야 하는데 꽃이 예쁜 매화가 좋겠다” 하며 2004년부터 심은 매화나무가 한 그루 두 그루씩 늘어 어느새 농장 곳곳을 장식하게 됐다.
2번 국도에서 징광다원까지는 꼬불꼬불 좁은 산길로 3㎞다. 금화산 앞으로 자리 잡은 징광 저수지가 농원까지 길 안내를 한다. 큰길서 멀리 떨어진 만큼 인적이 드물다. 꽃구경 명소로 꾸역꾸역 몰려드는 상춘객(賞春客)들의 넘치는 활기에 귀가 먹먹해질 때쯤, 산속에 숨은 매화와의 조용한 만남이 반갑다.
● 가는 길
● 문의
●한옥 민박 가격
양우당
매화가 많은 전남 광양 다압면에는 한옥 민박이 없다. 대신 순천 방향으로 차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백운산 도선국사마을에 ‘양우당(陽友堂)’이라는 깔끔한 한옥이 있다. 차(茶)를 좋아하는 박연숙씨가 광양을 찾은 손님들과 녹차를 나누고 싶어, 낡은 한옥을 허물고 지난해 문을 열었다. 새로 올린 집이라 한옥의 ‘묵은’ 느낌은 없지만 방이 깔끔하고 방마다 현대식 욕실이 갖춰져 있어 머물기 편리하다.
주변에는 물맛이 좋아 원님 전용 식수로 쓰였다는 ‘사또 약수터’와 도자기, 천연염색 등을 직접 해볼 수 있는 ‘양산 테마마을’이 있어 아이들과 즐기기 좋다.
서울 인사동에 있을법한 한옥 카페? 대문을 밀고 들어선 ‘쌍산재(雙山齋)’의 첫인상이다. 전남 구례군 마산면 상사마을 쌍산재 주인 오경영씨가 지난 2004년 6대조 할아버지께서 지은 한옥을 깔끔하고 세련되게 재단장했다. 어머니가 거주하던 안채와 여자 형제들이 시집가기 전 지내던 건너채, 할아버지가 공부도 하시고 아이들도 가르치던 언덕 위 서당채는 반질반질 윤이 난다. 낡고 허물어진 황토벽을 다시 바르면서 기왓장을 박아 무늬를 만들었다. 방마다 주방과 비데까지 갖춘 화장실을 따로 마련했다. 한옥이지만 도시사람이 지내기에도 별 불편 없다. 너무 깨끗해서 사람 사는 집이 아니라 영화 세트장 같다고 느껴질 정도다.
쌍산재의 백미는 역시 서당채다. 안채 뒤 대나무숲을 통과해 목단과 작약이 양옆으로 심어져 있는 길을 따라 낮은 구릉을 오르면 서당채가 보인다. 서당채 입구가 길과 바로 이어지지 않고 옆으로 약간 어긋나 있다. 문 앞에는 산수유나무를 심었다. 안이 약간 들여다보이면서도 완전히 노출되지는 않는 발 역할을 한다.
●산수유꽃 축제
●문의
봄꽃과 한옥의 운치를 동시에 만끽할 수 있는 한옥 펜션으로 ‘곡전재(穀田齋)’도 있다. 구례군 토지면 오미리에 있다. 호박돌을 2.5m 높이로 쌓아 성곽처럼 보이는 돌담이 우선 인상적이다. 솟을대문을 들어서면 5채 한옥이 얌전히 돌담 안에 들어찼다. 이 중 살림집으로 사용하는 안채를 제외한 동행랑, 중간채 등 나머지 4채를 펜션으로 개조해 손님을 받는다.
완벽하게 전통적이고, 고즈넉한 분위기를 기대하면 실망할 수 있다. 주인 이병주씨는 “그냥 시골 외갓집에 왔다 생각하시라”고 했다. 방마다 화장실과 주방이 붙어있다.
▲ 한옥에서 감상하는 매화와 산수유-구례 곡전재 / Tagstory에 올라온 동영상
집 곳곳에 매화나무와 산수유가 막 꽃을 피웠다. 방이 5개로 2~4인실 10만원, 6~8인실 12만~13만원(성수기 15만원), 10~16인실 18만원. 예약 (061)781-8080, 019-625-8444
홈페이지 www. gokjeonja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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