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오마이뉴스 2007-03-22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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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왕봉을 배경으로 한 우이궁에는 목련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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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조창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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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편히 잠을 자선지 다들 아침 표정이 밝다. 맑은 산 기운과 공기까지 청량해 밖을 나서기 편하다. 작은 술렁임도 잠시 버스에 올랐다. 스물댓 살쯤 되어 보이는 가이드의 한글 표현이 귀엽다. 어제 건넌탕양시(棠陽溪)의 다리를 건너서 왼쪽으로 돌아 1분도 가지 않아 차가 선다.
우이궁(武夷宮)은 따왕펑(大王峰)을 뒤 배경으로 서 있는 조용한 정원 같은 곳이었다. 과거에는 도교 사원이었지만 지금은 우이산과 연관된 명인들의 흔적이 전시되어 있는 곳이다.
당(唐) 천보연간(天寶年間, 742∼755년)에 만들어졌다가 송대에는 300칸에 이르렀지만 지금은 전각이 그리 많지 않다. 우선은 우이산의 명인들을 모신 완니엔궁(万年宮)을 둘러봤다. 건물의 주변에는 우이산 관련 인물들의 벽화가 그려져 있다.
김풍기 선생이 그림 속 인물들에 대해서 설명을 한다.
"송대 여조겸(呂祖謙, 1137∼1181)은 주자나 육상산처럼 후학들에게 강의로 유명했던 인물입니다. 주자와 함께 근사록(近思錄)을 편찬했어요. 이 책은 신유학에서 가장 중요한 책인데 우리나라에서는 그다지 중시되지 않는 것 같아요."
하나하나씩 듣고 있자면 다시 한번 그들의 생각이 궁금해진다. 그밖에 육유 같은 시인이나 정성공 같은 명장, 서하객 등 명인이 그려져 있다.
우이궁(武夷宮)은 따왕펑(大王峰)을 뒤 배경으로 서 있는 조용한 정원 같은 곳이었다. 과거에는 도교 사원이었지만 지금은 우이산과 연관된 명인들의 흔적이 전시되어 있는 곳이다.
당(唐) 천보연간(天寶年間, 742∼755년)에 만들어졌다가 송대에는 300칸에 이르렀지만 지금은 전각이 그리 많지 않다. 우선은 우이산의 명인들을 모신 완니엔궁(万年宮)을 둘러봤다. 건물의 주변에는 우이산 관련 인물들의 벽화가 그려져 있다.
김풍기 선생이 그림 속 인물들에 대해서 설명을 한다.
"송대 여조겸(呂祖謙, 1137∼1181)은 주자나 육상산처럼 후학들에게 강의로 유명했던 인물입니다. 주자와 함께 근사록(近思錄)을 편찬했어요. 이 책은 신유학에서 가장 중요한 책인데 우리나라에서는 그다지 중시되지 않는 것 같아요."
하나하나씩 듣고 있자면 다시 한번 그들의 생각이 궁금해진다. 그밖에 육유 같은 시인이나 정성공 같은 명장, 서하객 등 명인이 그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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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이궁 안에 있는 쑹지에 입구. |
ⓒ2007 조창완 |
전시관을 나와 밖으로 나오자 대나무와 꽃들이 어우러진 거대한 정원이 펼쳐진다. 한쪽에는 송나라 거리를 재현한 쑹지에(宋街)가 있고, 한쪽에는 유영(柳永 987?∼1053?)을 모신 기념관이 있다. 유영은 북송(北宋)의 문인으로 송사(宋詞) 풍의 긴 산문을 썼으며 문집으로 <악장집(樂章集)>이 있다.
그런데 그의 기념관에는 그 대신에 아리따운 아가씨가 주인 자리를 차지고 있다. 그는 당시 최고의 플레이 보이로 전해지는데, 그의 문학적 결과물은 화류계의 출입에서 얻어진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만년에는 인기를 잃고 각지를 방황하다가 죽었다니 자못 플레이보이들에게 주는 교훈이 많다.
그런데 그의 기념관에는 그 대신에 아리따운 아가씨가 주인 자리를 차지고 있다. 그는 당시 최고의 플레이 보이로 전해지는데, 그의 문학적 결과물은 화류계의 출입에서 얻어진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만년에는 인기를 잃고 각지를 방황하다가 죽었다니 자못 플레이보이들에게 주는 교훈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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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송 최고의 플레이보이인 유영이 여인과 손 잡은 상. |
ⓒ2007 조창완 |
그러나 그의 기념관 앞에는 그와 손을 잡은 수줍은 여인의 상이 있어, 죽어서라도 혼을 외롭지 않을 것 같다. 유영기념관을 나와 뒤를 보니 대왕봉과 어울린 우이궁의 모습이 매우 아름답다. 아! 이런 정원 하나 있으면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이산 풍물을 파는 상가이기도 한 쑹지에를 걸어나와 다시 버스에 올랐다. 출구 앞에 우체국이 있었다. 문득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아름다운 풍경을 조금이라도 전해줄 수 있고, 그것을 느낄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가이드가 멀리서 부른다. 늦으면 래프팅 배 놓친다고 한다.
행복한 래프팅 여행
우이산 풍물을 파는 상가이기도 한 쑹지에를 걸어나와 다시 버스에 올랐다. 출구 앞에 우체국이 있었다. 문득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아름다운 풍경을 조금이라도 전해줄 수 있고, 그것을 느낄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가이드가 멀리서 부른다. 늦으면 래프팅 배 놓친다고 한다.
행복한 래프팅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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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우취래프팅의 시작 부두. 많은 대나무 댓목이 기다리고 있다. |
ⓒ2007 조창완 |
다시 버스는 계곡을 타고 10분여를 달린다. 다음은 지우취시(九曲溪) 래프팅이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대하는 이벤트 가운데 하나다. 어제 톈요우펑(천유봉)에서 본 그 계곡을 대나무 뗏목으로 간다니 얼마나 행복한가.
한 배에 오를 수 있는 최대 인원은 6명이다. 김 교수님을 비롯해 일군의 사람들이 앞 뗏목을 타고, 나는 뒤 뗏목을 탔다. 나랑 탄 인원들은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위드프로젝트의 김상민 대표와 감독들이다. '옥루몽'의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영감을 얻기 위해 시작한 중국 방문이 이제 가장 기대하는 시간이 되어버린 새로운 중국 마니아다.
우리 넷을 제외하고 탄 사람들은 후난성에서 왔다는 제법 여유 있는 중년 부부였다. 2∼3명이 탈 수 있는 작은 뗏목을 붙여서 6명이 타게 한 이 래프팅 배는 보기만 해도 정겹다. 배를 타자마자 바닥은 물이 차일 정도여서 발을 꼼작하지 못하지만 손을 대면 맑은 강물이 잡히는 래프팅이 시작됐다. 도착 후 김풍기 교수가 나누어준 '무이구곡가' 해석이 있기에 이해가 더 쉽다.
무이산 위에 선령(仙靈)이 있으니,
산아래 흐르는 한류가 굽이굽이 맑네
그 가운데 빼어난 곳을 알고자 하니,
삿대질 노래(櫂歌)를 한가히 두 서너 소리 들어보세
武夷山上有仙靈
山下寒流曲曲淸
欲識箇中奇絶處
櫂歌閑聽兩三聲
한 배에 오를 수 있는 최대 인원은 6명이다. 김 교수님을 비롯해 일군의 사람들이 앞 뗏목을 타고, 나는 뒤 뗏목을 탔다. 나랑 탄 인원들은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위드프로젝트의 김상민 대표와 감독들이다. '옥루몽'의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영감을 얻기 위해 시작한 중국 방문이 이제 가장 기대하는 시간이 되어버린 새로운 중국 마니아다.
우리 넷을 제외하고 탄 사람들은 후난성에서 왔다는 제법 여유 있는 중년 부부였다. 2∼3명이 탈 수 있는 작은 뗏목을 붙여서 6명이 타게 한 이 래프팅 배는 보기만 해도 정겹다. 배를 타자마자 바닥은 물이 차일 정도여서 발을 꼼작하지 못하지만 손을 대면 맑은 강물이 잡히는 래프팅이 시작됐다. 도착 후 김풍기 교수가 나누어준 '무이구곡가' 해석이 있기에 이해가 더 쉽다.
무이산 위에 선령(仙靈)이 있으니,
산아래 흐르는 한류가 굽이굽이 맑네
그 가운데 빼어난 곳을 알고자 하니,
삿대질 노래(櫂歌)를 한가히 두 서너 소리 들어보세
武夷山上有仙靈
山下寒流曲曲淸
欲識箇中奇絶處
櫂歌閑聽兩三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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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에서 바라본 톈요우펑은 더욱 웅장한 느낌이다. |
ⓒ2007 조창완 |
이 시가 무이구곡가의 프롤로그다. 여행 내내 우리는 이곳의 공기를 감싼 신성한 기운을 느낄 수 있으니 주자가 그저 없는 소리를 한 것 같지는 않다.
무이구곡가는 1곡에서부터 시작하지만 래프팅은 9곡에서부터 거슬러 내려간다. 한 시간여의 래프팅은 맑은 물과 산수로 인해 지루할 틈이 없다. 그저 나른할 뿐이다. 많은 선인들이 이 시의 순서가 지성이 성숙하는 순서라고도 했는데, 따홍파오 차를 두고 래프팅을 하면 신선이 따로 없을 듯했다.
무이구곡가는 1곡에서부터 시작하지만 래프팅은 9곡에서부터 거슬러 내려간다. 한 시간여의 래프팅은 맑은 물과 산수로 인해 지루할 틈이 없다. 그저 나른할 뿐이다. 많은 선인들이 이 시의 순서가 지성이 성숙하는 순서라고도 했는데, 따홍파오 차를 두고 래프팅을 하면 신선이 따로 없을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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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팔라 사람들이 오를 수 없는 유일한 봉우리인 위뉘펑(옥녀봉). |
ⓒ2007 조창완 |
강가의 바위에는 그 굽이가 표기되어 있다. 가는 길에 사공이 각기 설명을 한다. 처음에는 해석을 해주다가 나중에는 그냥 말았다. 때로는 그런 설명이 쓸데없는 참견 같기도 했기 때문이다. 때로는 수십 미터 깊이인 용소를 지나고, 강가 바위는 개구리, 낙타 등 삼라만상의 형상이 있다.
톈요우펑의 옆을 지나는 육곡(六曲), 벼랑에 관을 안장한 현관(縣棺)을 볼 수 있는 삼곡(三曲), 옥녀봉과 만나는 이곡(二曲)이 인상적이지만 어느 곳 하나 버릴 수 없는 명승이 펼쳐진다. 특히 다른 봉우리들과 달리 벼랑으로만 되어 있어 등반할 수 없기 때문에 옥녀봉(玉女峰)의 오롯한 자태가 더 인상적이다.
따홍파오 차 나무와 조우
톈요우펑의 옆을 지나는 육곡(六曲), 벼랑에 관을 안장한 현관(縣棺)을 볼 수 있는 삼곡(三曲), 옥녀봉과 만나는 이곡(二曲)이 인상적이지만 어느 곳 하나 버릴 수 없는 명승이 펼쳐진다. 특히 다른 봉우리들과 달리 벼랑으로만 되어 있어 등반할 수 없기 때문에 옥녀봉(玉女峰)의 오롯한 자태가 더 인상적이다.
따홍파오 차 나무와 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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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가 바위에는 선인들이 제각기 글을 남겼다. |
ⓒ2007 조창완 |
래프팅이 끝난 후 식사를 하고 우이산 차의 대명사격인 따홍파오(大紅袍) 차나무를 만나러 갔다. 중심에서 10분여만 가면 따홍파오 차나무를 만나러 가는 길이 시작된다. 사실 우이산이라는 단어 자체는 어찌 보면 차의 대명사 같다. 이번에 가는 따홍파오라는 명차도 있지만, 황제의 차를 생산하는 위차위앤(御茶園), 바위에서 자라는 암차(岩茶) 등은 중국 차를 공부하는 이들에게 가장 호기심의 대상이 된다.
따홍파오를 만나러 가는 길은 재미있다. 바위 사이로 난 벼랑 같은 길을 타고 20분쯤 걷는데 옆에는 옛 선인들이 남긴 글씨들이 붉게 치장되어 발길을 잡는다. 다시 작은 언덕을 넘어가니 따홍파오가 나타난다. 따홍파오는 한 바위에서 자라는 두 대에 걸친 차나무들을 말한다. 바위 아래에도 후손 같은 차나무들이 있지만 바위에 있는 앞 대의 명성을 따를 수 없다.
따홍파오를 만나러 가는 길은 재미있다. 바위 사이로 난 벼랑 같은 길을 타고 20분쯤 걷는데 옆에는 옛 선인들이 남긴 글씨들이 붉게 치장되어 발길을 잡는다. 다시 작은 언덕을 넘어가니 따홍파오가 나타난다. 따홍파오는 한 바위에서 자라는 두 대에 걸친 차나무들을 말한다. 바위 아래에도 후손 같은 차나무들이 있지만 바위에 있는 앞 대의 명성을 따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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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이산 차 가운데서도 대왕이라 할만한 따홍파오 차 나무의 모습. |
ⓒ2007 조창완 |
선학(仙鶴)이 멀리 봉래섬(蓬萊島)에서 종자를 가져와 이 벼랑이 심었다는 전설과 천심사(天心寺)의 스님이 이 찻잎으로 황제의 병을 치료해 황제가 붉은 가사(紅袍)를 선물했는데, 이후 붉은색의 차 성분을 띠게 됐다는 말이 있다. 그런 말이야 전설일 것이고 보아하니 뒤에 있는 바위가 붉은색 성분을 머금은 것 같은데, 그곳에 뿌리를 박고 자라서 차를 우리면 붉은색이 띠는 것 같다.
가이드가 따홍파오에 관해서 설명한다.
"따홍파오는 우이산에서 나는 차의 대표입니다. 차중에서 성인으로 불리는 이 차는 반 정도 발효시킨 우롱차 계열입니다. 철관음과 비슷한 스타일인데, 저 따홍파오에서 무성생식 시킨 차를 따홍파오라고 부릅니다. 좋은 차들은 사실 대만이나 홍콩의 차 애호가들이 대부분 구입해 갑니다."
얼핏 보니 대홍포를 만드는 것은 모체로 삼은 붉은 바위도 있지만, 아홉 구비의 협곡의 맑은 기운과 역시 그 협곡을 지나는 이슬일 것이다. 어미 따홍파오 나무에서 나온 차는 매년 5월 13일에서 15일까지 축제 후에 세상에 나온다. 찻값이 금값을 능가하는 것이야 당연지사고, 돈 많은 이들이 많아졌으니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간다.
따홍파오를 나와 호텔에 가서 짐을 찾아 버스에 올랐다. 원래는 오후 기차로 항저우를 향하려 했으나 우리가 타려는 기차는 좌석을 잡지 못했다. 늦은 기차를 타면 내일 일정을 소화할 수 없게 되어 그냥 버스로 항저우를 향하기로 합의하에 결정했다. 6∼7시간에 달하는 버스에서의 피로에도 내일 일정을 소화하려는 투지로 버스행을 결정했다.
버스는 치엔산(鉛山), 어후(鵝湖)를 지나 지앙시성 상라오(上饒)에서 고속도로에 접어들었다. 허후를 지날 때 김풍기 교수가 아쉬운 마음을 전했다.
"여기가 주자가 육구연과 논쟁을 했던 아호서원(鵝湖書院)이 있는 곳인데, 그 코앞을 지나면서도 못 들리네."
흔히 '아호(鵝湖) 논쟁'으로 불리는 두 사람의 이야기는 좀 뻔하다. 육구연은 배움에서 도덕 함양을 가장 우선시했고, 주자는 독서 등 학문을 통해 만물의 본질을 깨닫는 것이 우선이라고 주장하는 논쟁이었다. 하루 벌어 하루 먹는 나 같은 인생에 그런 논쟁이 들어올 리 없지만, 길지도 않은 중국 여행의 기회에 이곳을 다시 지날 수 있을지 기약하기 어려우니 덩달아 아쉬움이 남았다.
중간에 고속도로 휴게실에서 춘지에를 마치고 귀경하는 사람들의 틈바구니에서 중국 컵라면과 지아싱(嘉興) 종자(粽子)로 배를 채우는 악전고투 끝에 버스는 늦은 시간에 항저우에 들어섰다. 내일이 마지막 날이라는 아쉬움과 안도가 교차하며 잠에 들었다.
가이드가 따홍파오에 관해서 설명한다.
"따홍파오는 우이산에서 나는 차의 대표입니다. 차중에서 성인으로 불리는 이 차는 반 정도 발효시킨 우롱차 계열입니다. 철관음과 비슷한 스타일인데, 저 따홍파오에서 무성생식 시킨 차를 따홍파오라고 부릅니다. 좋은 차들은 사실 대만이나 홍콩의 차 애호가들이 대부분 구입해 갑니다."
얼핏 보니 대홍포를 만드는 것은 모체로 삼은 붉은 바위도 있지만, 아홉 구비의 협곡의 맑은 기운과 역시 그 협곡을 지나는 이슬일 것이다. 어미 따홍파오 나무에서 나온 차는 매년 5월 13일에서 15일까지 축제 후에 세상에 나온다. 찻값이 금값을 능가하는 것이야 당연지사고, 돈 많은 이들이 많아졌으니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간다.
따홍파오를 나와 호텔에 가서 짐을 찾아 버스에 올랐다. 원래는 오후 기차로 항저우를 향하려 했으나 우리가 타려는 기차는 좌석을 잡지 못했다. 늦은 기차를 타면 내일 일정을 소화할 수 없게 되어 그냥 버스로 항저우를 향하기로 합의하에 결정했다. 6∼7시간에 달하는 버스에서의 피로에도 내일 일정을 소화하려는 투지로 버스행을 결정했다.
버스는 치엔산(鉛山), 어후(鵝湖)를 지나 지앙시성 상라오(上饒)에서 고속도로에 접어들었다. 허후를 지날 때 김풍기 교수가 아쉬운 마음을 전했다.
"여기가 주자가 육구연과 논쟁을 했던 아호서원(鵝湖書院)이 있는 곳인데, 그 코앞을 지나면서도 못 들리네."
흔히 '아호(鵝湖) 논쟁'으로 불리는 두 사람의 이야기는 좀 뻔하다. 육구연은 배움에서 도덕 함양을 가장 우선시했고, 주자는 독서 등 학문을 통해 만물의 본질을 깨닫는 것이 우선이라고 주장하는 논쟁이었다. 하루 벌어 하루 먹는 나 같은 인생에 그런 논쟁이 들어올 리 없지만, 길지도 않은 중국 여행의 기회에 이곳을 다시 지날 수 있을지 기약하기 어려우니 덩달아 아쉬움이 남았다.
중간에 고속도로 휴게실에서 춘지에를 마치고 귀경하는 사람들의 틈바구니에서 중국 컵라면과 지아싱(嘉興) 종자(粽子)로 배를 채우는 악전고투 끝에 버스는 늦은 시간에 항저우에 들어섰다. 내일이 마지막 날이라는 아쉬움과 안도가 교차하며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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