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동아일보 2007-03-24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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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아이를 가르치는 아빠도 그의 아버지로부터 배웠다. 영어 단어는 그렇게도 잘 잊어버렸지만 이것만은 그렇지 않다.
한 번 배웠을 뿐인데 평생 동안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세상의 아빠들은 하나같이 거짓말을 하며 이걸 가르친다.
“아빠, 놓으면 안 돼.” “걱정 마. 지금도 꼭 잡고 있어.”
바야흐로 자전거 타는 계절이다. 엄마가 아닌 아빠로부터 다음 세대로 물려지는 행태는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다. 마치 유전자처럼….》
○ 첫 자전거: 아빠 vs 아이
‘다리에 힘을 줄 때마다 땅은 더 빠르게 내 발밑을 지나쳤다. 어른 자전거의 안장에 올라 바라본 주변 풍경은 신기했다. 내가 조종하는 두발 자전거가 넘어지지 않고 달리다니….’
아빠들도 두발 자전거를 처음 탈 때는 마냥 신기하기만 했다. 세발 자전거와는 차원이 달랐다.
안장에 올라타는 법부터 배워야 했다. 양손으로는 자전거 핸들을 잡고 페달에만 올라서서 달렸다. 이것만 배우는 데도 한참 걸렸다. 어느 정도 균형을 잡게 되자 크랭크축을 발판삼아 안장에 올라타는 것을 연습했다. 이때 많이 넘어졌다. 혼자서는 제대로 세우지도 못하는 자전거를 그들 아빠의 도움을 받아 가며 배웠다.
안장에는 올라타지 않고 한쪽 다리를 자전거 프레임 사이로 넣어 반대쪽 페달을 밟으며 타는 방법도 있다. 그 모습은 서커스의 곡예와 별반 다르지 않다.
주로 초등학교 시절 배우던 아빠 세대의 자전거 타기는 이래서 어려웠다.
요즘 아이들은 자전거를 ‘그냥’ 배운다. 아이 키에 맞춘 다양한 자전거 덕분에 안장에 올라타기 위한 연습 과정이 필요 없다. 초보자용 보조바퀴가 있어 넘어질 염려도 없다. 다리에 힘이 붙을 때쯤 보조바퀴를 떼어내면 10분도 되지 않아 혼자서 타는 아이도 있다.(보조바퀴를 시차를 두고 한쪽씩 떼어주는 방법도 있다)
보조바퀴를 떼어내면 아빠의 도움이 절실해진다. 17일 안양천변에서 자전거를 타고 노는 목동초등학교 5학년 ‘꼬마 숙녀’ 6명을 만났다.
즉석에서 설문조사를 했다. 자전거 타는 법을 아빠한테 배운 사람은? 6명 모두 손을 들었다. 배운 시기는? 1학년 때 1명, 2학년 때 1명, 3학년 때 2명, 4학년 때 1명, 5학년 때 1명. ‘아빠의 거짓말’을 들어본 사람은? 깔깔거리며 전원이 손을 들었다.
○ 가족과 함께 자전거 여행
서울 양천구 목동에 사는 권주혁(42) 송은아(35) 씨 부부는 2005년 큰아들 순우(10)에게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치다가 자전거 마니아가 됐다. 먼저 권 씨의 몸에서 ‘원초적인 기동(機動)의 욕구’가 살아났고 여기에 둘째 민우(8)까지 나섰다.
권 씨는 토요일 오전에 동호회에 참석해 경기 의왕시의 백운호수나 서울 잠실까지 자전거를 탄 뒤 오후에는 가족과 함께 목동에서 행주산성 인근까지 자전거 여행을 한다.
“처음에는 2∼3km만 가도 힘들다던 순우가 한달 후에 10km를 한 번에 달리더니 지금은 30km를 쉬지 않고 달린다. 모험심이 커졌고 참을성도 늘었다.”
민우는 아직 어려 아빠 자전거 뒷좌석에 탄다. 행주산성 인근의 국수집에서 3000원짜리 국수를 가족과 함께 먹는 것이 주말의 큰 즐거움이다.
권 씨 가족은 자전거 4대를 자동차(카니발)에 싣고 자전거 여행도 다닌다. 전남 곡성의 기차마을, 경남 거제의 저구항, 인천 영종도와 인근의 3개 섬(신도 시도 모도), 경북 경주, 강원 춘천 남이섬 등을 다녀왔다.
특히 영종도 삼목나루터까지 차를 타고 간 뒤 섬으로 가는 배에는 자전거만 싣고 떠나는 섬 여행은 운치가 있다. 신도와 시도, 모도는 다리로 이어져 있다. 내 힘으로 섬을 한 바퀴 돌고 나오는 재미가 쏠쏠하다.
낯선 곳에서 자전거를 타는 것이 무섭지 않으냐는 질문에 순우는 “아뇨. 신나고 재미있어요. 섬에서 자전거 타는 게 얼마나 재미있는데요”라며 웃는다.
송 씨는 원래 자전거를 타지 못했다. 작년에 거제도로 자전거 여행을 갔다가 저구항 인근 공터에서 배웠다. 단번에 성공한 뒤 아이와 자전거를 즐기는 재미에 빠졌다.
“아이와 함께 철새와 꽃을 보면서 얘기를 나눌 수 있어 좋다. 자전거 덕택에 아이들의 심신이 튼튼해져 더 기쁘다.”
○ 자전거를 즐기는 노하우
아이가 어려서 자전거를 타지 못하더라도 자전거 타기의 즐거움은 함께할 수 있다.
트레일러라는 보조기구가 해답. 성인용 자전거 뒤에 연결할 수 있는 작은 마차처럼 생겼다. 두개의 바퀴로 굴러가는 데 아이는 그곳에서 경치를 감상할 수도 있고 낮잠을 잘 수도 있다. 아빠가 끌어 주는 ‘인력거’인 셈.
자전거는 탈 수 있지만 체력이 모자란다면 자전거형 트레일러를 이용하면 된다. 안장과 뒷바퀴만 있는 자전거 형태로 생겼다. 아빠 자전거와 연결하면 2인용 자전거가 된다. 일렬로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아이가 힘들 때는 아빠만 페달을 밟으면 된다.
아이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특정 구간을 정해 두고 경주를 하면 더 재미있다.
아이에게 자전거 타는 재미를 안겨 주는 권 씨 가족의 노하우 한 가지. 우선 동네를 한 바퀴 돈다. 아이는 자신이 살던 곳 주변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면서 자전거 타는 재미를 느낀다. 그러면서 조금씩 반경을 넓히며 호기심을 자극한다. 권 씨는 처음에는 목동 아파트 단지를 돌다가 이웃 동네인 신정동까지 진출하면서 아이의 행동 반경을 넓혀 줬다.
초콜릿이나 양갱을 자전거 안장 밑에 넣어 뒀다가 적절하게 활용하는 것도 방법. “순우야, 10km 더 가서 쉴 때 간식 먹자.”
자전거를 타지 못한다고 걱정할 필요가 없다. 발이 땅에 닿는 자전거를 고르면 봄바람을 즐길 수 있다. 걱정을 버리고 페달을 밟자.
▼자전거 탈때 이것만은 꼭 챙기세요▼
자전거를 본격적으로 타려면 어떤 용품을 갖춰야 할까. 인터넷 카페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의 운영자인 윤동순(30) 씨의 도움을 받아 자전거 용품을 살폈다.
우선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장비로는 헬멧과 안전등, 장갑이 있다.
헬멧은 예기치 않은 사고로부터 머리를 보호한다. 충격이 가해지면 깨지도록 설계돼 있다. 자전거 전용도로나 차도, 보도 등을 달릴 때는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어린이들에게는 특히 중요하다. 머리에 쏙 들어가는 느낌이 나는 것을 고른다. 헬멧의 가격은 3만∼20만 원. 인라인스케이트를 탈 때 사용하던 것을 써도 된다.
자전거를 낮에만 탄다면 안전등의 중요성을 간과하기 쉽다. 그러나 해가 지고 난 뒤 안전등의 효과는 대단하다. 깜빡이면서 자전거의 위치를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뒤에서 봤을 때 밝고 방수가 되는 것이 좋다. 가격은 1만∼4만 원.
장갑은 넘어졌을 때 손바닥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자전거를 오래 타면 손에도 땀이 많이 나는데 이때 브레이크 레버에서 손이 미끄러지는 것을 막아 준다. 쿠션이 있는 장갑을 활용하면 장거리 주행 때 손목에 가해지는 충격을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다. 여름에는 반장갑을 많이 쓰지만 날씨가 쌀쌀하게 느껴질 때는 일반 가죽 장갑을 활용할 수도 있다.
신발이나 안장가방, 물통 등은 자전거 타는 재미를 더한다.
처음에는 운동화를 신고 타도 아무런 불편이 없다. 다만 운동화 끈이 체인이나 크랭크 톱니에 걸리지 않도록 짧게 맨다. 자전거 전용 신발 바닥에는 클릿(페달과 신발을 연결하는 장치)을 부착할 수 있는 홈이 있다. 안장가방은 말 그대로 안장 밑에 다는 조그만 가방이다. 자전거 관리에 필요한 작은 공구나 동전, 간식 등을 넣으면 편리하다.
물통은 자전거 프레임에 붙여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장거리를 달리는 마니아들은 배낭형의 물통을 쓰기도 한다. 별도로 달려 있는 호스를 통해 수분을 섭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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