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여행】

구만리 보리밭, 여름이 살랑살랑 손짓하네

피나얀 2007. 3. 27. 21:44

 

출처-[일간스포츠 2007-03-27 09:21]

 


 매서운 겨울 추위를 이겨낸 보리는 따사로운 햇살이 쏟아지는 봄에 들녘의 잿빛을 걷어내고 푸른 빛깔로 뒤덮는다. 그래서인지 보리는 끈질긴 생명력을 상징한다.
 
화려하진 않지만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는 모습이 우리 민족의 역사와 비슷해 보인다. 보리는 먹을거리가 부족한 봄철 소중한 양식이 돼 줬던 탓에 우리에게 더 친숙하게 다가오는지도 모른다.
 
 
 
■능선에서 바다까지 푸른 물결
 
경북 포항시 대보면 구만리는 장기반도의 호미곶 바로 왼쪽 영일만 최북단에 자리한 작은 마을이다. 지도상에서 보면 한반도 꼬리의 가장 끝이다.
 
마을에서 자동차로 5분 거리인 호미곶의 일출에 가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매년 봄이면 보리밭이 연출하는 녹색의 향연이 장관이다. 지금 구만리는 봄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대보면사무소 바로 앞 길 건너편 얕은 구릉 지대는 청보리가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10만 평이 훨씬 넘는 면적에 겨울을 보낸 청보리가 무릎까지 자라 바람에 따라 이리저리 출렁이고 있다.
 
최근 웰빙과 여행 바람을 타고 ‘멋’을 내기 위해 일부러 보리밭을 조성하는 일부 지방과 달리 구만리 보리밭은 예나 지금이나 ‘생계’형이다.
 
전에는 이보다 몇 배 더 넓은 면적이었으나 차츰 줄어 여기까지 왔다고 한다. 50년 가까이 구만리에서 살고 있다는 김금순(76) 할머니는 “잘 보이소. 여기서 뭔 농사를 짓겠능교. 먹을거리가 부족하니 아쉬운 대로 보리를 심었지예. 하지만 이젠 젊은이들은 모두 도시로 나가 보리농사마저 지을 사람이 없어예. 게다가 힘들여 가꿔 봐야 남는 것도 없고 …”라고 말했다.
 
구만리 보리밭의 한가운데에 우뚝 서 있는 소나무가 보인다. 수령 100년이 넘는 이 소나무는 본래 다섯 그루였는데 몇 년 전 태풍으로 한 그루는 부러져 줄기만 남아 있다. 이들 ‘소나무 5형제’는 푸른 보리밭과 잘 어울려 봄이면 사진작가들이 자주 찾는 촬영 명소가 되고 있다.
 
 
 
보리밭 주변에서는 지난해 가을 파종한 시금치 수확이 한창이다. 전남 신안 비금도에서 생산되는 비금초와 더불어 전국적으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 포항초다.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니 시금치 사이는 잡초가 무성하다. 전혀 농약을 사용하지 않은 탓이다. 포항초는 4월 말까지 맛볼 수 있다.
 

■일출 1번지. 그리고 상생의 손
 
호미곶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해가 떠오르는 곳으로 알려지면서 일출 명소가 된 곳이다. 구만리에서 구룡포 방향으로 약 5분 정도 가면 닿는다.
 
여기에는 동해시의 추암과 함께 ‘일출 소품’으로 잘 쓰이는 손이 바다 위에 솟아 있다. 해맞이광장 주차장을 지나 작은 길을 따라 들어가면 볼 수 있는 상생의 손이다.
 
그런데 이 손은 한 쌍이다. 바다에 하나가 있고. 바로 앞 해맞이광장 한가운데 다른 한 손이 있다. 이들은 화합을 상징한다. 해맞이광장에는 등대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등대박물관. 인근에는 우리나라에서 두번째로 불을 밝힌 장기곶 등대가 있다.
 
■가는 길
 
포항에서 구만리-호미곶을 지나 구룡포로 이어지는 해안도로는 손꼽히는 드라이브코스다. 전에는 경주에서 추령재·감은사지·대왕암·감포 등을 지나는 길을 많이 이용했다. 길은 멀지만 곳곳에 볼거리가 많아 지루하지 않다.
 
하지만 요즘에는 대구-포항간 고속국도가 개통돼 거리가 확 줄면서 경주-구룡포 구간보다 이용하는 여행객 수가 많아졌다. 포항톨게이트에서 포항 시내를 관통. 31번 국도를 이용해 형산강을 건너 공항삼거리에서 좌회전한다. 이어 약전육교 아래에서 왼쪽 길로 접어들어 영일만을 따라 약 10㎞ 정도 더 가면 구만리 보리밭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