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연합르페르 2007-03-30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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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원에서 일정하게 울려오는 은은한 종소리가 자명종인 양 아침 단잠을 깨웠다. 그 청아하고 감미로운 울림은 차갑고 고요한 새벽 공기에 온기를 전해주는 듯했다. 비엔티안에서의 아침은 사원의 종소리처럼 그렇게도 경건하게 시작되고 있었다.
란쌍 거리의 '파투싸이(독립기념문)'를 지나자 오른쪽 도로 끝에 황금빛 불탑이 휘황한 자태를 드러낸다. 부처의 가슴뼈가 묻혀있다고 전해지는 거대한 금빛 불탑을 품고 있는 탓 루앙 사원(Wat That Louang)이다. 라오스의 국가 표장과 지폐에 등장할 만큼 라오스를 상징하고 있는 '왕국의 성스러운 탑'은 뾰족한 꼭대기가 하늘에 닿을 만큼 높이 솟아 있다.
란쌍왕국의 성스러운 황금불탑 매년 11월이면 화려한 촛불을 든 승려와 라오스인들이 행렬을 하며 부처의 자비를 세상에 전하는 '분 탓 루앙' 축제를 여는 여의도 공원 크기의 광장을 지나자 탑은 한층 위엄과 육중함을 더한다. 둥그런 반원형의 미얀마 양곤의 쉐다곤 대탑이나 날렵하면서 뾰족하게 하늘을 향해 솟은 태국의 불탑과는 구별되는 모양이다.
16세기 중반 탓 루앙을 세웠다는 쎄타티랏 왕이 아직도 위엄을 간직한 채 앉아있는 곳을 지나 사원 안으로 들어서자 라오스인들의 해맑은 미소를 닮은 금부처가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다. 부처상 앞으로는 꽃병에 담긴 울긋불긋 화려한 꽃들과 시야를 가릴 정도로 하얗게 피어오르는 향 연기가 라오스인들의 부처에 대한 존경심을 대변하고 있는 듯했다.
연꽃 받침대 위에 왕국의 옥새를 엎어놓은 듯한 중앙탑(높이 45m) 주변의 사각형 하단부에는 같은 모양의 작은 탑들이 부처의 뼈를 지키는 호위병이라도 되는 듯 빙 둘러 위용을 뽐낸다. 지옥의 신장인 듯 험상궂은 표정의 검은색 용 조각 사이를 지나 탑 상층부를 향해 난 계단을 오르자 탑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고 금빛 벽만이 나타난다. 한참을 올려다보아도 금빛 벽면과 푸른 하늘뿐이다. 테라스 아래로는 황금불탑을 찾아온 관광객들이 한가하게 정원에 산책을 나온 듯 조용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탑 주변을 둘러싼 회랑으로는 라오스의 자연과 풍습, 소수민족 등을 담은 라오스 현대 화가들의 다양한 작품이 벽면 가득 전시되어 있다. 미술관이 따로 없는 때문인지 관광객들을 상대로 판매하기 위한 목적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어지럽게 내걸린 모양새가 작품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는 듯해 보였다.
기괴한 조각의 부처공원 비엔티안에서 남동쪽으로 메콩 강 줄기를 따라 자동차로 30여분을 가면 '씨앙 쿠안 부처 공원(Xieng Khouane Budda Park)'에 닿게 된다. 1958년에 세워진 이 공원은 역사적인 중요성과는 별개로 내부를 장식하고 있는 기괴한 모양의 조각들이 관광객의 눈길을 끄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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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조각들은 분루아(Bounlua)라는 성인에 의해 세워졌는데 그는 불교와 힌두교를 접목시킨 자신의 독창적인 우주관과 삶의 철학을 설파하기 위해 공원을 조성했다고 한다. 공원 안으로 들어서자 시멘트로 만든 검은 형체의 조각들이 비좁다 싶을 정도로 빼곡히 들어차 있다.
4개의 얼굴과 8개의 팔, 머리 위에는 해골을 올려 놓은 문어모양의 조각, 여인을 집어 삼키는 험상궂은 물고기와 뱀, 커다란 고양이를 타고 팔을 10개 가진 힌두의 여신 등 조각들은 꿈에라도 나타날까 두려운 모습들이다.
눈을 감고 깊은 생각에 잠긴 듯한 와불(臥佛)이나 좌불, 입불은 오히려 조각들의 기괴함에 파묻혀 제대로 눈길 한 번 끌지 못했다. 도대체 예전의 그 성인은 뭘 가르치려 했던 것일까? 타락한 세상에서 느낀 어지러움과 번뇌였을까? 혼돈의 세상에서도 눈을 감고 평화로운 미소를 지을 수 있는 부처가 되라고 하는 것일까?
공원에서 만난 한 승려는 "이곳에는 지옥과 현세와 극락이 공존하고 있다. 윤회의 수레바퀴 속에서 동물로도, 사람으로도, 미물로도 다시 태어날 수 있는 불교의 가르침을 전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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