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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의 쇳물 펄펄'..대가야 축제 개막

피나얀 2007. 4. 6. 18:50

 

출처-[연합뉴스 2007-04-06 13:42]

 

"순장된 가야인의 숨결이 느껴져요"


"아지매(아주머니) 여기 가야 쇠붙이 한번 두들겨 보이소"
 
6일 경북 고령군 '대가야 박물관' 앞 광장이 인파로 북적거렸다. 이날부터 4일간 계속되는 '2007 대가야 체험 축제'의 행사장이기 때문이다.
 
◇철 = 광장 어귀에 어른 키만 한 용광로가 세워졌다. 어린이 4∼5명이 올라가야 겨우 눌려지는 대형 풀무가 느리게 바람 소리를 낸다.
 
대가야는 쇠를 녹이는 불길이 꺼지지 않는 곳이었다. 단단한 철제 무기는 이웃 신라와 백제를 압도했고 교역을 통해 일본까지 건너갔다.
 
올해 축제 주제는 그래서 '제철'이다. 관람객들이 직접 철을 다뤄 보는 체험 행사를 주로 선보였다. 쇠를 두들겨 볼 수 있는 '단조 체험장'에서는 한 부부가 망치를 들고 열심히 뭔가를 두들긴다.
 
녹인 쇠를 틀에 붓는 '주조 체험장'은 안전 문제로 쇳물 대신 특수 실리콘 용액을 썼다. 아이들은 쇳조각을 맞춰 투구 모형 등을 완성하는 퍼즐 코너에 많이 몰렸다.
 
광장을 지나 대가야 박물관으로 들어가면 갑옷과 칼을 비롯해 진짜 가야 철기를 볼 수 있다. 규모는 작지만 전시 내용은 알찬 편.
 
무료인 야외 행사장과 달리 박물관은 입장료를 받는다. 일반 성인이 2천원, 초ㆍ중ㆍ고교생 1천500원, 유아와 노인(65세 이상)은 무료다.
 
◇순장 = 대가야 박물관 옆에 난 길로 인파가 이어졌다. 박물관 뒤편 주산(主山.311m)으로 가는 등산로다. 정상에 오르다 보면 산 주변에 모여 있는 가야 무덤 200여 개가 오롯이 보인다.
 
이 중 '44호 고분'은 1977년 국내 최초로 발굴된 순장묘(殉葬墓)다. 죽은 왕을 위해 산 백성을 함께 묻었다. 등산로 근방 '왕릉전시관'은 이 고분 내부를 그대로 옮겨온 곳.
 
돔(원형지붕)형 건물 안 중앙에 왕의 관이 보이고 백성의 유골 20여개가 각자 돌방(석실)에 담겨 그 주위를 둘러싸고 있다. "진짜 죽은 거야?" 부모의 손을 잡고 아이들이 으스스 몸을 떨었다.
 
'다행히도' 고분과 유골은 실제 크기로 만든 모형이다. 진짜 왕릉은 훼손을 우려한 문화재청의 방침에 따라 일반인에게 개방이 안된다.
 
대가야 박물관 1층 기획 전시관에도 사람들이 몰렸다. 순장자의 실제 유골과 순장을 앞두고 제사에 쓴 토기 등을 선보이는 '지산동 고분 발굴 30주년 기념 특별전'이다.
"전투 태세로!"

 
44호 고분에 함께 묻혔다는 한 아버지와 딸을 봤다. 유골이 형태를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삭아버렸다. 부녀(父女)는 죽은 왕을 따라 스스로 무덤에 들어가길 원했던 것일까. 확인할 길이 없었다.
 
◇우륵 = "나를 그저 내버려두시오. 신라가 가야를 멸하더라도, 신라의 땅에서 가야의 금을 뜯을 수 있게 해주시오. 주인 있는 나라에서 주인 없는 소리를 펴게 해주시오" (김훈의 소설 '현의 노래 252쪽)
 
가야금의 창안자 우륵은 조국이 쇠락하자 신라로 투항했다. 그의 삶을 보여주는 유물은 지금까지 발견된 것이 없다. 망명한 악사의 흔적을 찾기가 쉽지는 않다.
 
축제 현장에서 차로 10분 거리인 '우륵박물관'도 볼거리가 그리 많지는 않다는 평. 모형 전시물과 설명 자료가 대부분이다.
 
이 박물관이 세워진 부지는 조선 중기 인문지리서인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이 예전 우륵의 활동지라고 밝힌 곳이다.
 
과거엔 가야금 금(琴)자를 써 경북 고령군 고령읍 '금곡'이라고 불리다 현재는 가야금이 내는 소리를 딴 단어인 '정정골'로 이름이 바뀌었다.
 
박물관에서는 그나마 가야금 '공방'이 눈에 띈다. 시간에 맞춰 가면 가야금 제작 기능 보유자가 직접 악기를 만드는 모습도 볼 수 있다고 했다. 이 곳은 대가야 박물관과 달리 입장이 무료다.
 
◇가는 길 = 고령은 대구에서 차로 30∼40분 거리다. 대중 교통을 이용하려면 대구 서부 정류장에 버스가 많다. 역시 40여 분 코스.
 
고령 시외 버스 정류장(고령 축협 앞)에서 내린 뒤 행사장인 대가야 박물관 광장까지는 걸어서 10분, 택시로는 기본 요금이 나온다. 장소 문의는 박물관(☎ 054-950-6065)으로 하면 된다.
 
서울에서 오려면 승용차로 5시간 정도 걸린다. 경북고속도로, 대전∼통영간 고속도로를 달린 뒤 함양 분기점에서 88고속도로 대구 방향으로 달린다. 30분 정도 지나 고령 IC를 빠져나온 뒤 왼쪽으로 튼 뒤 큰 길로 약 4㎞ 달리면 고령 읍내다.
 
축제 기간에는 행사장 인근 고령여중(☎ 054-955-3599)과 가야대(☎ 054-956-3100)가 무료로 주차장을 개방한다.
 
"가야 철기 체험하고 있어요"

온 김에 고령 '딸기 체험장'도 들려보자. 성인 기준으로 6천원을 내면 고령 특산물 딸기를 직접 따서 먹을 수 있는 행사다. 축제 현장에서 체험장까지는 차로 10분 거리로 무료 셔틀 버스가 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