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오마이뉴스 2007-04-09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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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분홍색으로 불타는 산자락에도 화려한 봄이 내려앉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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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김연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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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퇴근하자마자 서둘러 천주산(638.8m, 경남 창원시) 산행을 나섰다.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연분홍 진달래꽃들을 바라보며 머리를 짓누르는 학교 일로 우울한 내 마음을 달래고 싶었다.
얼마 전 내가 근무하는 중학교에서 몇몇 학생들이 문제를 일으켜 처벌받게 되었다. 그런데 벌세운 방법이 교육적이지 못하다는 생각에 교감과 교장 선생님에게 그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일이 있었다. 그 일이 잘 마무리되지 않아 머리가 계속 복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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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김연옥 |
천주산 정상에 이르는 길은 여러 갈래이지만 나는 천주암 코스로 해서 산행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 이유는 순전히 기차가 다니는 건널목을 거쳐 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기차가 지나갈 때면 땡땡 소리가 나고 차단기가 내려지면서 기다려야만 한다. 그래도 한가한 시골 풍경 같은 정겨운 건널목이 아직 남아 있다는 게 너무 좋았다.
천주산 등산객들을 위한 무료 주차장 안으로 들어선 시간이 벌써 오후 1시 45분께. 이미 자동차들이 빽빽이 들어차 있었다. 마침 한군데 비어 있어 운 좋게 주차할 수 있었다. 혼자서 천주암 쪽으로 올라가는데 천주암에서 들려오는 예불 소리가 내 마음속으로 파고들었다.
불교 신자는 아니지만 경건한 예불 소리에 늘 마음이 끌린다. 그리고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점이 불교의 큰 매력이다. 그날 천주산에는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산행을 나온 부모들이 많았다. 자연을 좋아하는 부모를 따라 어릴 적부터 산을 찾는 아이들은 가족끼리 하나하나 쌓는 즐거운 추억만큼이나 마음도 예뻐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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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달래꽃들이 어우러져 피어나면 연분홍 비단을 곱게 깔아 놓은 것 같아 내 마음이 설렌다. |
ⓒ2007 김연옥 |
1시간 정도 걸어갔을까. 연분홍 진달래꽃들이 산자락을 곱게 물들이며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괜스레 나른한 봄 햇살을 받으며 졸다 살랑대는 봄바람에 연분홍 머리카락을 나부끼며 화들짝 깨어나는 진달래꽃의 모습을 그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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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김연옥 |
연분홍색으로 불타는 산자락에는 화려한 봄이 내려앉았다. 지난해에 없던 기다란 나무 계단까지 만들어 놓았다. 그 나무 계단에 기대서서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얼굴은 평화롭고 한가한 느낌을 주었다.
진달래는 군락을 이루고 있는 모습이 더욱더 예쁘다. 여럿이서 어우러져 피어나면 마치 연분홍 비단을 곱게 깔아 놓은 것 같아 마음이 몹시 설렌다.
천주산의 주봉인 용지봉(龍池峰)에는 오후 3시께에 도착했다. 정상 군데군데 앉아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이 보였다. 천주산(天柱山)은 경남 창원시, 마산시와 함안군을 품고 있는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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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계 약수터로 내려가는 길에. |
ⓒ2007 김연옥 |
어떻게 생각하면 '하늘이 무너지지 않도록 괴고 있는 기둥'을 뜻하는 천주(天柱)라는 이름이 거창하게 들린다. 그러나 넓디넓은 연분홍 진달래 꽃밭을 바라보면 그 이름을 붙인 이유를 금세 알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정상에서 소계 약수터 쪽으로 조금 내려가 보았다. 지난해에 그 진달래 꽃길이 참 예뻤던 기억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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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김연옥 |
그 길은 구불구불 나 있는 오솔길이라 진달래꽃이 더 예쁜 느낌이 든다. 자꾸 옆구리를 간질이는 봄바람에 진달래꽃이 쿡쿡 소리 내며 웃고 있는 듯했다. 나도 가까이에 있는 진달래꽃에 눈을 맞추고 코도 박으며 잠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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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김연옥 |
문득 청소 시간에 이따금 허리를 뒤틀며 자연스레 춤추던 학생들의 발랄한 모습이 떠올랐다. 요즘 학생들은 대체로 춤을 잘 춘다. 좋은 음악이 흐르면 흥에 겨운지 내가 가까이에 있어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춤추는 학생들을 더러 보게 된다.
나는 이번에 오랜만에 담임을 맡았다. 우리 반 학생들은 서른여섯 명이다. 오월까지 그들과 밥 한 끼를 같이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그들의 건강을 생각해서 화학조미료를 거의 쓰지 않는 음식점을 골랐다. 그리고 그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음식이 계속 나오는 코스 요리를 정했다. 내 나름대로 그 계획을 '즐거운 식탁'이라 이름을 붙였는데, 가까이 지내는 친구들끼리 둘 또는 셋을 초대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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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김연옥 |
그들과 그렇게 밥을 같이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미처 몰랐던 그들의 또 다른 모습을 보게 되어 좋았다. 그들 또한 전보다 훨씬 내 말에 귀를 기울이려 하는 작은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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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즈넉한 천주암으로 가는 길. |
ⓒ2007 김연옥 |
나는 다시 정상으로 올라가서 하산을 서둘렀다. 고즈넉한 천주암에 들렀다가 주차장을 향해 내려갔다. 얼마 가지 않아 화사하게 피어 있는 복숭아꽃이 내 발길을 그만 붙잡았다. 화려한 봄꽃처럼 내 마음에도 따뜻한 봄이 머물기를 바라면서 나는 어여쁜 복숭아꽃을 가만히 올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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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사한 복숭아꽃도 내 무거운 마음을 붙잡았다. |
ⓒ2007 김연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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