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육아】

용돈 줄 땐 ‘빠듯하게’ 쓰임새는 ‘꼼꼼하게’

피나얀 2007. 4. 9. 19:01

 

출처-[한겨레 2007-04-08 18:57]

 


 
 “아빠 통장에 돈 많이 있잖아”
“은행에 가서 돈 가져오면 되잖아.”
 
값비싼 장난감을 사주는 문제로 아이와 입씨름을 하다 아이한테서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으신가요? 그렇다면 용돈교육을 서둘러야 할 때입니다. 그냥 용돈을 주기만 하면 되냐고요? 물론 아니죠. 제대로 줘서 올바르게 관리하도록 해야지요. ‘부자 되기 교육’ 보다 훨씬 중요한 용돈교육, 이렇게 시작해보세요.
 
■ 용돈 교육, 이렇게 해라
 
어린이 경제교육의 목표는 주어진 조건 아래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습관을 몸에 배게 하는 데 있다. 이런 점에서 용돈은 집에서 꾸준히 실천할 수 있는 눈높이 경제교육의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 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이 2005년 초등학생 1725명을 대상으로 금융 이해력을 측정한 결과, 정기적으로 용돈을 받는 학생의 평균 점수가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100점 만점 기준으로 6.1점이나 높게 나오기도 했다. 자녀에게 현명한 소비·저축습관의 바탕이 되는 용돈관리 능력을 길러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용돈교육, 언제 어떻게?
 
전문가들은 대체로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용돈교육을 시작하라고 권한다. 초등학생이 되면 아무래도 친구들과 어울릴 기회가 많아지고, 학교와 집을 걸어서 오가면서 물건을 살 기회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용돈 액수를 정할 때는 용돈으로 해결해야 할 범위를 어디까지로 할 것인지를 먼저 결정해야 한다. <아이의 미래, 똑똑한 경제습관에 달려 있다>를 펴낸 어린이 경제교육 전문가 김지룡씨는 “처음에는 군것질 비용 정도로 시작해서 점점 용돈으로 지불할 항목을 늘려가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학용품을 항목에 포함시킬 경우에도 처음에는 ‘500원 이하의 학용품’처럼 범위를 제한해야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한국은행 경제교육센터 오진석 과장은 “일단 아이에게 적당한 액수의 돈을 주고 1주일이나 1개월 단위로 어디에 얼마를 썼는지 자유롭게 적게 하고, 이와 함께 부모가 아이에게 지출한 돈도 기록해 아이의 소비생활을 파악한 뒤 이를 근거로 액수를 정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용돈을 주는 주기는 처음 한 주 단위로 시작해 용돈관리에 익숙해지면 한 달 주기로 늘려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무엇보다 용돈은 일정한 액수를 정해진 날짜에 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돈을 계획적으로 쓰는 습관을 기를 수 있다.
 
1주일 단위 적당한 액수 준 뒤
저축· 소비할 돈 나눠 적게 해

계획적 습관 몸에 배게 해야
할 일 했을 때 용돈 줘선 안돼
 
용돈에는 당장 써야 할 돈(소비) 말고도 자기의 미래를 위해 쓸 돈(저축)과 남을 위해 쓸 돈(기부)도 포함시켜야 한다. 용돈 가운데 어느 정도를 저축하고 기부할지에 대해서는 아이와 협의해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액수를 정할 때 아이의 의견이 반영되면 그만큼 책임감도 커진다. 김정훈 원광대 가정아동복지학과 교수는 “용돈을 받으면 미리 정해 놓은 만큼의 저축할 돈과 기부할 돈을 먼저 뗀 뒤 나머지 돈을 갖고 쓰도록 지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독교청년회(YMCA) 청소년경제체험센터 홍연금 부장은 “저축을 할 때는 아이 스스로 ‘가족과 함께 놀이공원 가기’와 같은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도록 하는 것이 좋다”며 “목표를 이루는 데 필요한 비용을 마련하려고 스스로 예산을 짜고 저축을 하는 과정에서 큰 성취감을 맛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처음 용돈을 줄 때 아이와 용돈계약서를 쓸 것을 권한다. 용돈계약서에는 용돈 액수와 용돈 주는 날짜, 용돈으로 부담하는 항목, 가불 규칙 등을 담는다. ‘저축과 이웃돕기를 먼저 하고 나머지로 지출계획을 짠다’는 내용 등 용돈관리 규칙을 넣어도 좋다.
 
한정된 용돈을 짜임새 있게 쓰려면 용돈 기입장을 작성하는 것도 필요하다. 용돈 기입장은 날짜별로 수입과 지출 내역을 꼼꼼하게 기록하는 장부다. 용돈 기입장을 작성하면 돈이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 한눈에 볼 수 있고, 자신의 지출습관도 파악할 수 있다. 용돈 기입장은 문방구에서 구입할 수 있으며,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 홈페이지에서 전자 용돈 기입장 프로그램을 무료로 내려받아 써도 된다.
 

 
대가성 용돈에도 원칙이
 
집에서 딸과 함께 4년째 용돈교육을 실천해 오고 있는 김지룡씨는 “용돈을 빠듯하게 주라”고 강조한다. “용돈을 풍족하게 주면 욕망을 참는 훈련을 할 수 없고, 돈을 제대로 다루는 법도 배울 수 없기 때문”이다. 대신, 아이가 집에서 일을 하고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 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때는 금전적 보상을 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자기 방 청소, 공부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김씨는 더 나아가 저녁 준비 돕기 등 가족 구성원으로서 분담해야 할 집안일이나, 아빠 어깨 주물러 주기와 동생 돌보기처럼 가족에 대한 사랑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해서도 대가를 지불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용돈을 줘도 되는 일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김씨는 “아이가 꼭 할 필요가 없는 일을 하면 대가를 지불해도 좋다”며 “아빠 구두 닦기, 부모 휴대폰에 전화번호 입력해 주기, 명함 정리해 주기, 자동차 청소 등 찾아보면 아이가 집에서 아르바이트로 할 수 있는 일은 많다”고 설명했다.
다른 전문가들도 대부분 이에 동의한다. 홍연금 부장은 “땀흘려 일을 해서 돈을 버는 경험을 해보면 돈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장점이 있지만, 마땅히 해야 할 일에 대해서도 돈을 주게 되면 자칫 금전적 대가 없이는 어떤 일도 하지 않으려 하거나 일을 할 때마다 돈을 요구하는 그릇된 태도가 길러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훈 교수는 아이에게 일한 대가로 돈을 줄 때는 명확하게 책임을 요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맡은 일을 성실하게 수행했는지 확인한 뒤에 보상을 하라는 얘기다. 김 교수는 “이를 위해 부모와 아이가 일의 내용과 기간, 임금 등을 담은 고용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