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세계일보 2007-04-13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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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마모토(熊本)는 일본 4개 섬 중 가장 남쪽에 위치한 규슈(九州)의 정중앙에 자리잡고 있다. 벚꽃이 만발한 구마모토성과 흰 연기 자욱한 아소산 풍경으로 기억되는 곳이다. 이것들 외에도 구마모토에는 색다른 무언가가 여행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쓰준교(通潤橋)에 가다
구마모토현에는 홍예교로 불리는 아치식 석교가 320여개나 남아 있다. 아소산 분출로 인해 인근에 가공하기 쉬운 암석이 많았고, 마을의 권력자들이 세를 과시하기 위해 이처럼 석교를 많이 지었다고 한다. 이 석교들 중 현 중앙을 가로지르는 미도리강 유역에 쓰준교(通潤橋)가 있다. 국가 지정 중요문화재로, 한자 의미는 ‘윤택함이 통하는 다리’다.
쓰준교는 농업용수가 부족한 지역에 물을 대기 위해 1854년 만들어졌다. 표고가 높아 물을 끌어올릴 방법이 없자, 다리를 건설해 수로를 연결한 것.
지금은 엄청난 양의 물이 강으로 쏟아져 내리며 관광객들의 탄성을 자아내지만, 원래는 수로에 쌓여 물 흐름을 방해하는 오물을 배출했다고 한다. 21.59m 높이에 길이 77.5m, 폭 6.65m 규모로 놓인 다리에서 강으로 물이 양갈래로 뿜어져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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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연기를 뿜어대는 아소산(왼쪽), 일본 ‘명수 백선’에도 포함될 정도로 수질이 좋은 시라카와 수원. |
이젠 다리 위에서 물이 방출되는 장관을 구경하려면 누군가는 대표로 물값 5000엔을 내야 한다. 농업용수교를 관광상품화한 것도 이채롭지만, 이 다리를 짓기 위해 연인원 5만5000여명이 수년 동안 작업을 했다는 설명에 또 한번 놀라게 된다. 일본에만 이 같은 다리가 2개 더 있다.
#시라카와 수원(水源)과 요시미신사
물 좋기로 유명한 구마모토현에는 나라에서 정한 ‘명수 백선’ 중 4개가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시라카와 수원은 일급 하천인 시라카와강에 물을 공급한다. 물속 모래와 함께 매분 60여t의 물이 솟아 나온다. 시라카와 수원 인근의 요시미신사는 일본의 웬만한 수원지에는 꼭 있는 신사로, 맑은 물을 지켜 달라는 의미에서 지어졌다. 일본어 ‘요이’(좋다)와 ‘미즈’(물)가 합쳐져 ‘요시미’인데, 한마디로 물이 맑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사로 향하다 보면 빈 물통을 파는 상점을 여럿 보게 되는데, 물맛이 좋고 병에도 효험이 있다고 전해져 인근 주민이나 관광객들이 물을 떠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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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와 분라쿠 공연이 끝난 뒤 인형 조작법을 알려주고 있는 공연자들. |
일본에는 요시미신사말고도 크고 작은 신사 약 80만개가 있다. 신사에 가면 ‘도리이’(鳥居)와 ‘오미쿠지’를 쉽게 볼 수 있다. 신사 초입에 한자 ‘元’(원)자처럼 생긴 문이 ‘도리이’인데, 우리 말로 풀면 ‘새가 쉬어가는 곳’쯤이 된다. ‘도리’는 새를 의미하는데, 일본에선 새가 신과 인간의 매개체라고 믿기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신사의 나무나 줄에 매달려 있는 흰 종이가 ‘오미쿠지’인데, 운세 뽑기다. 50∼100엔을 내고 뽑으면 대길(大吉)·중길·소길·흉(凶) 등의 글귀가 적혀 있다. 대길이 나오면 집으로 가져가지만 나머지는 신사 곳곳에 묶어두고 간다.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운세는 가져가도 되지만, 적당히 좋은 운세는 달아나지 않게 묶어두고, 나쁜 운은 신에게 빌어 좋은 운세로 바꾸기 위해서란다. 입시가 닥치면 신사는 인산인해를 이루는데, 오각형 나무판자에 그림을 그려 넣어 소원을 빌기도 한다.
#구마모토의 세이와 분라쿠(文樂)
15세기부터 이어온 일본 전통 인형극인 분라쿠는 가부키(歌舞伎)·노(能)와 함께 일본 3대 고전 예능으로 꼽힌다. 서사적 노래 이야기인 조루리(淨瑠璃)를 풀어내는 사람과 샤미센(三味線·세 가지 맛이 나는 악기) 연주자, 연주에 따라 인형을 조종하는 사람 등이 조화를 이룬다. 인형 하나를 세 명이 조종하는데, 이야기에 따라 3∼4개의 인형이 등장한다.
분라쿠는 원래 교토, 도쿄, 오사카 등 주로 대도시를 중심으로 발달했다. 그런데 벽지인 구마모토에서 분라쿠라니. 사정은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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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카와 수원(水源) 인근 요시미신사에 매달린 오미쿠지. |
1800년대 중반 대도시 공연팀들은 일본 전역을 돌면서 분라쿠를 공연했다. 당시 조루리를 풀어내는 사람 중 유명했던 기미다유가 구마모토의 세이와 출신이었는데, 말년에 함께 활동했던 이들을 데리고 세이와에 들어 와 분라쿠를 퍼뜨렸다. 이때부터 농업이 주업인 세이와 주민들은 농한기에 분라쿠를 배우기 시작했다.
요즘 세이와 주민들은 분라쿠를 계승할 사람이 더 이상 나오지 않아 고민이다. 인형 얼굴 중엔 100년이 넘는 것도 있고 특히 남자 인형은 표정까지 변화시킬 수 있지만, 이 얼굴 부분을 수리할 장인도 없다는 것. 여러 여건 탓에 세이와 분라쿠는 오사카나 교토에 비해 규모가 작고, 큰 몸짓 위주로 극이 진행된다. 이에 비해 대도시의 분라쿠는 세세한 얼굴 표정까지 표현한다.
분라쿠가 인기를 끌던 에도 막부 시기의 일본에서는 여성이 다리를 드러내는 게 수치스러운 일이었다. 이 때문에 남자 인형에는 다리가 있지만, 여자 인형에는 어린아이를 제외하곤 다리가 없다. 여자 어른 인형은 3∼4㎏이지만, 남자 어른 인형은 10㎏이 넘는 것은 이 때문이다.
≫ 여행 정보
구마모토로 곧바로 가는 방법과 후쿠오카를 거쳐서 들어가는 방법이 있다. 인천∼구마모토는 아시아나항공이 매주 월·목·토요일 주 3회 운항한다. 공항에서 시내까지 택시를 이용할 경우 약 45분이 걸리며, 요금은 5000엔 정도다.
후쿠오카에서는 JR 하카타역에서 열차를 이용해 JR 구마모토역까지 가는 게 가장 일반적이다. JR 특급을 타면 약 1시간20분 만에 닿는다. 고속버스를 이용하면 2시간 정도 걸린다.
![](http://www.xn--910bm01bhpl.com/gnu/pinayarn/pinayarn-pinayarn.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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