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문화일보 2007-04-11 15:32]
|
완상할 상(賞)에 봄 춘(春). ‘봄을 만나는 일’을 이렇게 부르지요. 개나리와 진달래가 불쑥 고개를 내밀고, 매화에서 시작한 봄꽃이 산수유, 벚꽃과 복숭아꽃으로 이어지는 계절입니다. 곧 배꽃이며 사과꽃까지 흐드러지게 피어나겠지요. 봄이 늘 꽃뿐일까요. 살랑살랑 바람도 좋고 연초록 산록의 내음은 꽃보다 더 좋습니다.
봄 정취 중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는 바로 ‘물빛’입니다. 봄 계곡을 따라 내려오는 물은 그 어느 계절보다 더 맑고 투명하지요. 계곡여행은 여름이 제철이라지만, 돌돌돌 계곡을 흘러가는 맑디맑고 차가운 물을 들여다보는 것은 봄만한 계절이 없답니다. 두 손을 계곡물에 담갔다가 오무려 떠내서 마셔도 될 만큼 이즈음의 물은 깨끗합니다.
이스케이프 팀은 봄의 한가운데에서 투명한 물이 흐르는 계곡을 찾았습니다. 경북 포항의 내연산. 국립공원도 아니고, 흔한 도립공원도 아니지만, 내연산의 봄 정취만큼은 다른 유명 산들이 따라오지 못할 정도입니다. 내연산은 맑고 시린 12개의 폭포를 갖고 있습니다. 벚꽃이 만발한 산길 초입과 절집 보경사를 지나 이제 막 촉촉한 이끼가 깔리고 있는 산길을 따라 오르는 길에는 작은 폭포들이 즐비합니다. 연초록 신록으로 가득찬 계곡에는 이름을 붙여주고 싶은 폭포가 줄잡아 수백 개가 넘는답니다.
폭포를 따라가는 여정은 본격 등산이 아니라, 왕복 2시간쯤이면 가볍게 걷다가 내려올 만한 트레킹 코스입니다. 호젓한 산길을 따라 하나씩 만나는 폭포마다 번호를 붙여가며 걷다 보면, 7번째와 8번째로 관음폭포·연산폭포와 마주칩니다. 산길 초입의 식당주인이 손가락으로 지도를 짚어주면서, ‘이곳은 꼭 들러보라’고 한 곳입니다. 그의 말대로 학소대의 벼랑에 선 두 개의 폭포는 그야말로 선경입니다. 맑은 물색과 힘차게 내리꽂는 폭포의 위용 앞에서 감탄사가 절로 터집니다.
![]() |
![]() |
관음폭포는 이리저리 뚫린 굴 위에 나란히 두 개의 폭포를 떨구고 있고, 연산폭포는 콰르릉거리며 힘차게 물살을 내리꽂고 있습니다.
내연산은 포항에 있지만, 실제로 포항보다는 영덕과 더 가깝습니다. 이즈음 영덕에는 복사꽃이 만발했습니다. 진초록 풀들이 깔린 복숭아 과수원에는 연분홍 복사꽃과 순백색 살구꽃이 피어났습니다. ‘복숭아꽃 살구꽃~’. 복사꽃 핀 구릉에 서면 고향이 도시인 사람들도 ‘고향의 봄’ 노래가 절로 나옵니다.
복사꽃뿐만 아닙니다. 영덕의 해안도로에는 파란 바다를 내려다보며 노란 수선화가 절정을 넘고 있습니다.
![]() |
![]() |
영덕 강구항의 아침은 고깃배들이 가득 부려놓은 대게의 경매로 분주합니다. 겨울 초입부터 ‘영덕대게가 제철’이라며 요란을 떨었지만, 경매장에서 만난 한 어부는 “진짜 영덕게는 지금부터”라고 살짝 귀띔합니다. 살이 꽉 차는 요즘에 대게가 가장 맛있다는군요. 내연산의 폭포와 영덕의 복사꽃, 그리고 대게까지…. 눈과 입의 호사. 봄을 만나는 여정이 이만하면 괜찮지 않겠습니까.
![](http://www.xn--910bm01bhpl.com/gnu/pinayarn/pinayarn-pinayarn.jpg)
'♡피나얀™♡【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물 좋기로 소문난 곳, 日 구마모토 (0) | 2007.04.13 |
---|---|
물색 꽃향기 폭포소리, 봄에… 사로잡히다 (0) | 2007.04.11 |
'청록빛 들판 마음에…' 고창 청보리밭 축제 (0) | 2007.04.11 |
'환상의 콤비' 전북 부안-고창 (0) | 2007.04.11 |
발리, 신들의 섬에서 예술에 취하다 (0) | 2007.04.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