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여행】

곡성② 칙칙폭폭, 추억과 낭만을 싣고 달린다

피나얀 2007. 4. 17. 20:29

 

출처-[연합르페르 2007-04-17 10:14]

 


섬진강변을 따라 산과 들, 그리고 농촌마을을 배경으로 추억의 증기기관차가 달린다. 섬진강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구간을 기차를 타고 차창 밖으로 스치는 섬진강 경치를 감상하는 맛이 색다르고 재미도 쏠쏠하다. 가족 나들이는 물론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들에게도 최고의 여행코스다.
 
뚜∼칙칙폭폭, 뚜∼칙칙폭폭…. 하얀 연기를 내뿜기도 하고 가끔 기적도 울리는 섬진강변 증기기관차가 곡성의 명물로 떠오르고 있다. 증기기관차의 추억과 섬진강의 경관을 접목시킨 관광상품 증기기관차는 전라선 복선화 공사로 폐선이 된 구 곡성역에서 가장역까지의 10㎞ 구간을 시속 30-40㎞로 달린다. 왕복에 걸리는 시간은 1시간 10분.
 
곡성읍에서 5분여 거리에 위치한 섬진강 기차마을. 1933년에 건축된 구 곡성역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향수를 자극한다. 표를 끊고 개찰구를 빠져 나오자 여느 시골 간이역처럼 평화롭고 한가한 게 마치 낡은 흑백사진을 보는 것처럼 정겹다.
 
증기기관차의 외관은 옛날 그대로의 모습이다. 이 열차는 단선 구간을 달리기 때문에 앞뒤에 기관차가 있고, 중간에 객차 3량이 위치해 있다. 관광객들 모두 기관차 앞에서 사진을 찍느라고 정신이 없다. 오전 11시 증기기관차는 기적소리와 함께 증기를 내뿜으며 추억의 타임머신 여행을 시작했다.
 
기차가 '덜컹 덜컹' 움직이기 시작하자 어린아이가 소풍가듯 가슴이 설렌다. 글을 쓸 수 없을 정도로 덜컹거리는 증기기관차의 내부는 객차마다 좌석을 달리 배치했고, 섬진강의 물길을 훤히 내다볼 수 있도록 유리창을 통유리 형식으로 설계했다.
 
역사를 벗어난 증기기관차는 금세 섬진강과 17번 국도가 어깨를 나란히 달리는 호곡나루터에 접어든다. 호곡마을 주민들이 곡성읍내 장보러 가는 데 이용하던 줄나룻배가 강기슭에 한가로이 올라앉아 있다. 마을 인근에 고달교와 두계교가 있지만 아직도 이용하는 주민들이 있다. 섬진강변의 줄나룻배는 호곡나루터를 포함해 서너 개에 불과하다.

증기기관차는 다시 한번 기적소리를 낸다. 비록 녹음된 소리지만 그래도 정겹고 섬진강의 푸른 물결이 오늘따라 더욱 빛난다. 객차 안에서 함성이 터진다. 호곡나루터에서 압록역까지 전라선 폐선과 섬진강 사이로 달리는 17번 국도는 우리 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로 손꼽힌다. 느릿느릿 산모퉁이를 돌 때마다 두루마리 풀리듯 펼쳐지는 전원풍경, 말없이 사방에 봄 기운을 퍼뜨리고 있는 섬진강의 운치 등이 한 폭의 산수화를 연상케 한다.
 
 
20분 정도 지나자 섬진강변 위로 바위들이 튀어나온 '마천목장군도깨비살'에 이른다. 도깨비살은 도깨비가 만든 살뿌리란 의미로 민물고기를 잡기 위해 돌로 둑을 쌓아 물살을 늦추거나 가둬둔 곳을 말한다. 이런 살뿌리는 곡성의 섬진강가에 유일하게 보존되어 있다고 한다. 마치 도깨비살에 하얗게 부서지는 섬진강의 물소리가 들리는 듯 상쾌하다.
 
차장 밖의 풍경에 감탄하는 사이, 증기기관차는 어느새 종착역인 가정역에 도착해 거친 숨을 고른다. 열차는 20분 정차한 후 다시 기차마을로 출발한다. 자전거하이킹이나 물놀이 등 섬진강을 좀 더 가까이, 심도 있게 즐기고 싶으면 곧바로 곡성역으로 되돌아가지 말고 2시 40분에 돌아가는 기차를 타면 된다.
 
가정역에 내리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붉은 색의 두가현수교. 샌프란시코의 금문교를 닮은 두가교는 바람이 불때마다 흔들거려서 '흔들다리' 또는 '구름다리'라는 애칭을 얻고 있다. 섬진강변의 물결 위를 걷는 기분이 이색적인 현수교는 밤이면 형형색색의 조명으로 갈아 입는다.

현수교를 지나면 자전거 하이킹 코스가 나온다. 섬진강변을 따라 자전거 하이킹을 해보는 것도 추억 쌓기에 안성맞춤이다. 자전거 하이킹 도로의 곳곳에는 섬진강을 조망할 수 있는 원두막도 있지만 강변 아무 곳에나 자전거를 세워두고 강물에 손도 씻으며 여유를 즐길 만하다. 자전거 전용도로가 싫증나면 황톳길을 달려보는 것도 좋다. 강물의 흐름에 속도를 맞춰 페달을 굴리다 보면 강이 마음 속으로 촉촉하게 흘러 들고, 일상에서는 보지 못했던 것과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자세하게 들여다보게 된다.
 
자전거 하이킹을 즐기고 난 후 다시 기차마을로 되돌아온다. 기차마을 내 선로 위를 달리는 레일 자전거는 자전거를 못 타는 사람도 즐길 수 있다. 4인용 레일 자전거는 레일과 바퀴가 맞물려 있어 페달만 열심히 밟으면 된다. 처음에는 약간 힘이 들지만 막상 구르기 시작하면 탄력이 붙고, 바퀴 구르는 소리 또한 재미있다.
 
전시용 증기기관 열차 안으로 들어가면 낡은 나무의자가 인상적인 50년대식 기차를 만난다. 그 옆 객차에는 영화나 드라마 촬영현장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다. 기차마을은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아리랑', 드라마 '서울 1945', '토지', '사랑과 야망' 등 여러 영화와 드라마의 무대가 됐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에서 진태(장동건)와 진석(원빈) 두 형제가 한국전쟁 피난길에 강제 징집돼 군용열차에 오르면서 가족들을 애타게 부르던 모습, 장단역을 배경으로 한 전투장면과 진태가 훈장을 타는 장면 등을 이곳에서 찍었다. 어릴적 추억을 되살리고 싶으면 섬진강 증기기관차를 타볼 일이다. 인터넷(www.gstrain.co.kr)으로도 좌석예약이 가능하다. 문의 061-360-8850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