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연합르페르 2007-04-17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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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찾아가도 좋은 곳이 있다. 때묻지 않은 곳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 중 남도의 아름다운 두 강인 섬진강과 보성강을 끼고 있는 전남 곡성은 남원 춘향이의 유명세와 구례 지리산의 명성, 광양 매화의 화사함에 밀려 아직은 일반인에게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은 고을이다. 화려하지 않지만 정감 어린 풍경, 섬진강변을 달리는 증기기관차의 재미는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추억거리다.
봄이 꽃으로만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건 아니다. 때로는 풀 한 포기에, 비쩍 마른 강내음에도 봄이 실려온다. 오감이 촉촉히 곤두서야 온전히 느껴진다.
그 봄을 보려고 남도 끝으로 내려갔다. 섬진강은 봄날 풍경이 인상적이다. 매화, 산수유꽃, 벚꽃이 앞다퉈 피어나 섬진강은 꽃밭 사이로 흐르는 강이 된다. 그래서 이맘때면 상춘객들로 몸살을 앓는다. 500리 물길인 섬진강이 진안에서 발원해 광양 앞바다에 이르기까지 잠시 쉬었다 가는 곡성은 그 이름 그대로 첩첩산중의 고을로, 결혼 첫날 밤 새색시의 풀어진 치마끈처럼 예쁘고, 때묻지 않고, 순수하면서도 수줍어하는 누이 같은 정겨운 고향이다.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 중에 하나인 17번 국도가 지나는 곡성에 들어서면서부터 지리산 줄기를 타고 넘어 온 우람한 산세와 어우러져 섬진강은 두메산골 아낙처럼 가꾸지 않았지만 촌스럽거나 무지해보이지 않는다. 곡성의 오곡과 압록을 지나 구례구역까지 구간은 철길과 나란히 달리는 국도를 끼고 있어 서정적인 남도 풍치를 감상하기에 그만이다. 꽃길 드라이브도 좋지만 섬진강의 소박한 봄 풍경을 즐겨볼 만하다. 물론 국도와 나란히 달리는 기찻길에서 증기기관차를 타고 차창 밖으로 스치는 섬진강 경치를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강이 흐르면 봄도 흐른다. 실핏줄 같은 개울이 하나 둘 모여 전라도를 흐르는 섬진강은 곡성에서 비로소 강다운 모습을 드러낸다. 곡성 옥과면 합강리에서 옥과천과 만나 제법 강의 모습을 갖춘 섬진강은 입면 군촌마을의 함허정에서 잠시 숨을 고른다. 450여 년 전 심광형 선생이 학문을 닦고 풍류를 즐기기 위해 섬진강 절벽 위에 세웠다는 함허정은 이끼 낀 고목에 둘러싸인 아담한 정자. 강변 논둑엔 장닭 서너 마리가 오후의 넉넉한 봄볕을 즐기고 있다.
함허정을 지나 제월교에 다다르면 '경관이 좋은 곳'이라는 팻말이 눈에 들어오고 곧바로 '청계동계곡' 이정표가 보인다. 동악산이 큰 용처럼 달려오다 강줄기를 만나 멈춘 곳, 청계동 계곡은 청정한 산골짜기와 맑은 강줄기가 어울림을 하고 있는 곳이다. 솔향기도 계곡물을 따라 흐르는 듯한 산책길은 번잡한 것을 싫어하는 사람들에겐 그만이다.
다시 국도로 나와 섬진강변에 쭈그리고 앉아 물길의 처음과 끝을 더듬는다. 전남북과 경남 삼도, 열두 개 군을 거치는 남도 500리(212.3km)를 흐르는 섬진강은 먼 옛날 사수강, 두치강 등의 이름으로 불렸다고 한다. 그러던 것이 고려 우왕11년(1385년)에 왜구가 섬진강 하류에 침입하다 수십만 마리의 두꺼비가 울부짖어 왜구가 광양쪽으로 피해갔다는 전설이 생기자 그 후에 두꺼비 섬(蟾), 나루터 진(津)자를 붙여 섬진강(蟾津江)이 되었다고 한다. 우리 나라에서 네 번째로 긴 강이 섬진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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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섬진강과 헤어져 곡성읍과 새로 신축한 곡성역을 지나자 호곡나루터가 반긴다. 줄배가 한가로이 나그네들을 기다린다. 강을 가로지르는 줄을 당겨 사공없이도 혼자 강을 건너는 줄배는 호곡리와 강 건너 바깥세상을 이어주는 유일한 통로였으나 지금은 강줄기를 돌아 마을로 들어가는 작은 도로가 마을에 닿아 있다.
산모롱이를 돌 때마다 두루마리처럼 펼쳐지는 한적한 강마을의 풍경이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여느 강기슭처럼 살골, 두계산골, 가정마을 등 섬진강 강마을들도 산모퉁이와 강자락이 무척 살갑게 교접하는 자리에 둥지를 틀고 있다. 속도를 줄이고 자동차 창문을 활짝 열어 자연의 향기를 한껏 만끽해 볼 만하다.
강을 비스듬히 가로질러 돌로 보를 쌓은 살뿌리(일종의 독살)와 두가현수교를 지나면 압록이다. 마을 주위로 조그마한 간이역을 사이에 두고 철로와 국도와 파란 강물줄기가 나란히 달린다. 특히 압록 백사장은 너른 은빛 모래밭과 하늘이 비치는 맑은 강물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강변에는 압록의 별미인 참게탕, 은어회, 매운탕을 맛볼 수 있는 향토음식점들이 즐비해 있어 또 다른 즐거움을 안겨준다.
압록에서는 섬진강을 버리고 보성강 줄기를 따라 오르면 섬진강에 비해 강폭은 좁지만 풀빛 물빛이 하늘과 산, 들과 어우려져 한 폭의 수채화로 펼쳐진다. 파란 보리밭 너머로 몸을 풀고 있는 보성강을 바라다보는 즐거움이 있다. 한껏 물오른 버드나무가 푸른 강물에 머리를 감고, 생동감 넘치는 대숲을 배경으로 물오리떼는 강심에서 한가롭게 자맥질을 하며 그림같은 풍경을 만든다.
이렇게 곡성 여행은 섬진강과 보성강을 중심으로 빛을 발하고 있다. 봄 색깔이 점점 짙어가는 이즈음, 가족끼리 연인끼리 봄 정취가 가득한 섬진강으로 떠나보자.
![](http://www.xn--910bm01bhpl.com/gnu/pinayarn/pinayarn-pinayarn.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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