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오마이뉴스 2007-04-17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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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보다 더 바다같은' 고창 청보리밭에는 지금 축제가 한창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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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서부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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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완연해지는 계절이니만큼 우리네 산천 곳곳 화려하지 않은 곳이 있을까마는, 그 중에도 전라북도 고창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고 북적이는 4월을 보내고 있습니다.
아직도 선운사 대웅보전 뒤편 '삼인리 동백숲'은 여전히 붉은 꽃잎이 진초록 끝에 매달려 있고, 풍천 개울가 애기단풍은 맑은 물에 잠길 듯 푸르름을 뽐내며 그들만의 가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선운사 동백꽃을 맛깔스럽게 노래한 미당 서정주의 질마재 고향 마을도 지척이라 함께 들르자면, 하루 해가 짧기만 합니다.
역사 공부도 할 겸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수백여 기의 고인돌을 돌아봐야 하고 그곳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공음면 '학원 농장 보리밭'도 지금부터 더워지기 전까지가 찾기에 제철입니다.
봄바람에 하늘거리는 보리들의 움직임은 흡사 수평선이 보이는 푸른 바다의 파도 같습니다. 그런 연유에서인지 이곳을 푸른 바다에 견줘('초록'이 아닌) '청' 보리밭으로 이름 붙인 듯합니다.
청보리밭에서 눈과 가슴이 후련해졌다면 고창 읍내로 가서 이 고장 또 하나의 상징인 읍성(모양성)에 올라야 합니다. 성곽 안팎이 우윳빛 벚꽃과 형형색색의 봄 철쭉으로 포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전해오는 전설에 따라 '무병장수'할 겸 성곽을 한 바퀴 돌양이면 울긋불긋 봄꽃 잔치에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입니다.
아직도 선운사 대웅보전 뒤편 '삼인리 동백숲'은 여전히 붉은 꽃잎이 진초록 끝에 매달려 있고, 풍천 개울가 애기단풍은 맑은 물에 잠길 듯 푸르름을 뽐내며 그들만의 가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선운사 동백꽃을 맛깔스럽게 노래한 미당 서정주의 질마재 고향 마을도 지척이라 함께 들르자면, 하루 해가 짧기만 합니다.
역사 공부도 할 겸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수백여 기의 고인돌을 돌아봐야 하고 그곳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공음면 '학원 농장 보리밭'도 지금부터 더워지기 전까지가 찾기에 제철입니다.
봄바람에 하늘거리는 보리들의 움직임은 흡사 수평선이 보이는 푸른 바다의 파도 같습니다. 그런 연유에서인지 이곳을 푸른 바다에 견줘('초록'이 아닌) '청' 보리밭으로 이름 붙인 듯합니다.
청보리밭에서 눈과 가슴이 후련해졌다면 고창 읍내로 가서 이 고장 또 하나의 상징인 읍성(모양성)에 올라야 합니다. 성곽 안팎이 우윳빛 벚꽃과 형형색색의 봄 철쭉으로 포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전해오는 전설에 따라 '무병장수'할 겸 성곽을 한 바퀴 돌양이면 울긋불긋 봄꽃 잔치에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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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당 서정주의 고향마을, 폐교부지를 활용해 조성한 미당 시문학관의 모습. |
ⓒ2007 서부원 |
지난 주말 이틀간 '봄의 고장' 전라북도 고창엘 다녀왔습니다. 토요일에는 인촌 김성수 생가와 미당 시문학관을 돌아 선운사 동백꽃을 만났고, 일요일에는 공음면 청보리밭과 고창 읍성에 들렀습니다. 장관이라는 서해안 낙조와 아산면 고인돌군(群)을 제외하면 아쉬운 대로 부지런히 발품 팔아가며 고창을 두루 섭렵했다 할 만한 여행이었습니다.
선사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시간 여행이자, 역사로부터 문학, 자연이 어우러지는 문화 여행이기도 합니다. 인촌 생가와 그로부터 불과 2㎞ 남짓 떨어진 미당의 고향에서 '친일'이라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남아있는 굴절된 우리 역사를 떠올린다면, 폐교를 탈바꿈한 미당 시문학관에서는(친일 행적과 부정한 권력에 무릎 꿇은 시인의 나약함을 잠깐 접어둔다면) 토속적 내음 물씬 풍기는 주옥같은 시들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우리 현대사와 문학의 거물로서, 동시대를 살았고 고향도 같은 데다 공교롭게도 친일이라는 결코 가볍지 않은 오점을 남긴 두 사람을 함께 만날 수 있는 곳은 흔치 않습니다. 말하자면, 비록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아 언제 찾아도 한적하지만, 이곳은 그 어느 박물관이나 유적지 못지않은 '무게'가 있는 여행지입니다.
선사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시간 여행이자, 역사로부터 문학, 자연이 어우러지는 문화 여행이기도 합니다. 인촌 생가와 그로부터 불과 2㎞ 남짓 떨어진 미당의 고향에서 '친일'이라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남아있는 굴절된 우리 역사를 떠올린다면, 폐교를 탈바꿈한 미당 시문학관에서는(친일 행적과 부정한 권력에 무릎 꿇은 시인의 나약함을 잠깐 접어둔다면) 토속적 내음 물씬 풍기는 주옥같은 시들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우리 현대사와 문학의 거물로서, 동시대를 살았고 고향도 같은 데다 공교롭게도 친일이라는 결코 가볍지 않은 오점을 남긴 두 사람을 함께 만날 수 있는 곳은 흔치 않습니다. 말하자면, 비록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아 언제 찾아도 한적하지만, 이곳은 그 어느 박물관이나 유적지 못지않은 '무게'가 있는 여행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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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운사에서 도솔암 가는길, 물에 잠길 듯 매달린 곱디 고운 애기단풍의 모습 |
ⓒ2007 서부원 |
미당 시문학관과 초가로 새뜻하게 복원한 미당 생가를 지나 질마재를 돌아 넘어야 선운사에 이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가보고 싶어 하는 절로 몇 손가락 안에 드는 절이라지만, 정작 동백숲을 빼면 별로 알려진 게 없습니다. 참선 도량이라는 절 본연의 모습과는 무관하게 이곳 주변이 '원조'라는 풍천장어와 복분자가 외려 더 유명할 따름입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동백숲은 미당의 시에도, 어느 가수의 노랫말 등에도 자주 등장하는 빼놓을 수 없는 보배로운 존재임에 틀림없지만, 그것만으로 선운사를 다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도솔암 가는 길, 절과 나란히 이웃하며 흐르는 '풍천'을 따라 늘어선 애기단풍의 초록빛이 물에 비쳐 곱고, 격동의 조선 말 새로운 시대를 열망했던 백성들의 절규가 서린 동불암 마애불도 인상적입니다. '동백꽃이 눈물처럼 뚝뚝 떨어지는' 봄 못지않게 단풍 곱게 물들 가을과 마애불에 소복하게 상서로운 눈이 서릴 겨울 역시 멋질 것 같습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동백숲은 미당의 시에도, 어느 가수의 노랫말 등에도 자주 등장하는 빼놓을 수 없는 보배로운 존재임에 틀림없지만, 그것만으로 선운사를 다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도솔암 가는 길, 절과 나란히 이웃하며 흐르는 '풍천'을 따라 늘어선 애기단풍의 초록빛이 물에 비쳐 곱고, 격동의 조선 말 새로운 시대를 열망했던 백성들의 절규가 서린 동불암 마애불도 인상적입니다. '동백꽃이 눈물처럼 뚝뚝 떨어지는' 봄 못지않게 단풍 곱게 물들 가을과 마애불에 소복하게 상서로운 눈이 서릴 겨울 역시 멋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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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보리밭 주변 벤치에 앉아 독서삼매경에 빠진 한 관광객의 평화로운 뒷모습. |
ⓒ2007 서부원 |
도솔암 뒤편 낙조대에서 바라본 서해 낙조가 일품이라지만, 아스라한 그 바다를 보지 못했다고 굳이 아쉬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곳 고창에는 '바다보다 더 바다 같은' 청보리밭이 있기 때문입니다. 보릿대가 푸르게 선 지금부터 5월 중순까지가 여행의 적기인데, 때 맞춰 5월 13일까지 '고창 청보리밭 축제'가 열리고 있습니다.
보리밭 사잇길로 걸어가면 누구나 진한 초록빛에 묻혀 눈이 시릴 정도이고, 군데군데 설치한 스피커에서 은은히 울려나오는 귀에 익숙한 옛 노래들이 무척 정겹습니다. 산들산들 봄바람을 타는 보리밭과 함께 그 음악을 카메라에 그대로 담고 싶은 마음이 생겨날 정도입니다.
보리밭 사이마다 관광객들이 점점이 박혀 이곳저곳에서 카메라의 셔터소리가 요란하긴 해도, 그에 아랑곳 하지 않고 나무 벤치에 앉아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 있거나 다리를 꼰 채 책을 읽는 사람들의 모습이 외려 평화롭습니다. 하나 같이 보리밭과 잘 어울리는 정경들입니다.
보리밭 사잇길로 걸어가면 누구나 진한 초록빛에 묻혀 눈이 시릴 정도이고, 군데군데 설치한 스피커에서 은은히 울려나오는 귀에 익숙한 옛 노래들이 무척 정겹습니다. 산들산들 봄바람을 타는 보리밭과 함께 그 음악을 카메라에 그대로 담고 싶은 마음이 생겨날 정도입니다.
보리밭 사이마다 관광객들이 점점이 박혀 이곳저곳에서 카메라의 셔터소리가 요란하긴 해도, 그에 아랑곳 하지 않고 나무 벤치에 앉아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 있거나 다리를 꼰 채 책을 읽는 사람들의 모습이 외려 평화롭습니다. 하나 같이 보리밭과 잘 어울리는 정경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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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창의 랜드마크, 모양성에도 봄내음이 가득합니다. |
ⓒ2007 서부원 |
고창에는 푸른 보리밭이 하늘과 맞닿아 지평선을 이루는 보기 드문 '자연'도 있지만,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고인돌과 같은 유서 깊은 역사를 보여주는 유적도 많습니다. '모양성'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고창 읍성도 그 중의 하나입니다.
고창 시가지를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산자락에 능선을 따라 튼실하게 쌓아올린, 이 고장은 '랜드마크'인 이 성에도 봄내음이 가득합니다. 성곽 안팎으로 울긋불긋 화려한 봄꽃들도 그렇지만, 성 안쪽 사면을 따라 늘어선 늘씬한 적송들도 하늘을 가린 채 5월의 신록을 예비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성 동쪽 사면에는 중국에서 건너온 관상용 대나무인 '맹종죽' 군락이 잘 가꾸어져 있는데, 간벌을 한 듯 족히 셋 중 하나는 잘려 나갔음에도 세 뼘 남짓으로 굵은 데다 워낙 빽빽하게 들어차 있어 숲 안에 들어가면 밤처럼 어둡습니다. 대숲에서 잔잔히 이는 바람 소리에도 봄이 가득합니다.
고창 시가지를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산자락에 능선을 따라 튼실하게 쌓아올린, 이 고장은 '랜드마크'인 이 성에도 봄내음이 가득합니다. 성곽 안팎으로 울긋불긋 화려한 봄꽃들도 그렇지만, 성 안쪽 사면을 따라 늘어선 늘씬한 적송들도 하늘을 가린 채 5월의 신록을 예비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성 동쪽 사면에는 중국에서 건너온 관상용 대나무인 '맹종죽' 군락이 잘 가꾸어져 있는데, 간벌을 한 듯 족히 셋 중 하나는 잘려 나갔음에도 세 뼘 남짓으로 굵은 데다 워낙 빽빽하게 들어차 있어 숲 안에 들어가면 밤처럼 어둡습니다. 대숲에서 잔잔히 이는 바람 소리에도 봄이 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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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곽 안팎이 울긋불긋 화려한 봄꽃들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
ⓒ2007 서부원 |
현재 옹성과 치성은 물론 성곽 위 문루와 성 안의 관청 건물 들이 대부분 복원되어 있고, 조선 말 쇄국 정책의 자취인 척화비와 이곳을 거쳐 간 수령들의 공덕비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바삐 서두른다고 해도 족히 두세 시간은 걸립니다.
더구나 성 입구인 북문(공북루) 앞에는 조선말 우리나라 판소리를 집대성한 동리 신재효의 고택과 문화관이 자리 잡고 있어 고창 읍성을 찾을 요량이라면 충분한 여유를 둘 필요가 있습니다.
이 봄이 소리 소문도 없이 지나가기 전에, 5월의 신록에 가벼이 들뜨기 전에, '봄의 고장' 전라북도 고창을 찾아가 보십시오. 일단 고창엘 들어서면 어디부터 찾아가야할지 행복한(?) 고민에 빠져들게 될지도 모릅니다.
더구나 성 입구인 북문(공북루) 앞에는 조선말 우리나라 판소리를 집대성한 동리 신재효의 고택과 문화관이 자리 잡고 있어 고창 읍성을 찾을 요량이라면 충분한 여유를 둘 필요가 있습니다.
이 봄이 소리 소문도 없이 지나가기 전에, 5월의 신록에 가벼이 들뜨기 전에, '봄의 고장' 전라북도 고창을 찾아가 보십시오. 일단 고창엘 들어서면 어디부터 찾아가야할지 행복한(?) 고민에 빠져들게 될지도 모릅니다.
덧붙이는 글
지금 고창에는 청보리밭 축제(4월 14일~5월 13일)가 한창입니다.
지금 고창에는 청보리밭 축제(4월 14일~5월 13일)가 한창입니다.
![](http://www.xn--910bm01bhpl.com/gnu/pinayarn/pinayarn-pinayarn.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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