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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 스크랩】들꽃과 전생에 어떤 인연이었기에...

피나얀 2007. 4. 19. 21:21

 

출처-2007년 4월 19일(목) 8:38 [오마이뉴스]

 

 

▲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산길에서도 조금만 눈을 낮추면 쉽게 볼 수 있는 현호색, 나팔을 부는 듯한 하늘색 꽃이 예쁘다.

 

ⓒ2007 국은정

 

"아무리 찍어대면 뭘 하나. 그것과 얘기를 나누어야지."

김지수의 어른을 위한 동화 <들꽃 이야기>에 나오는 대화이다. 봄꽃들이 숨막히게 피어나는 이즈음이면 고질병처럼 도지는 내 야생화에 대한 집착이 스멀스멀 솟아오른다. 산 속에서 들길에서 야생화에 눈을 맞추고 정신을 잃는 내게 누군가 저렇게 따끔한 일침을 보내줄 것만 같다.

▲ 숲 속 그늘진 자리에서 피어나는 큰괭이밥, 이 꽃에 홀려 숲의 너무 깊은 곳까지 들어갔다.
ⓒ2007 국은정


 
▲ 숲 속 바위 밑에 나란히 피어있던 큰괭이밥 무리.
ⓒ2007 국은정
며칠 사이 야생화들이 피어 있을 법한 곳을 찾아 헤맸다. 사람들이 흔히 다니는 길가 옆이든 시외 한적한 들길이든, 사람들의 인적이 드문 산속 깊은 그늘 자리든 가리지 않고 찾아갔다.

어느 날은 숲 속에서 야생화와 숨바꼭질에 빠져 있다가 문득 정신을 차린 후 주변을 둘러보다 깜짝 놀랐다. 사람들이 다니는 산길에서는 이미 너무 멀어져 버린 비탈진 바위 곁에 서 있는 게 아닌가? 나는 그때 자신에게 물었다.

'대체 얼마나 깊이까지 들어와 버린 것일까? 전생에 나는 누구였을까? 무엇이 나를 이렇게까지 빨아들이고 있는 거지?'

▲ 깽깽이풀, 이름이 주는 이미지와는 달리 연보라색 꽃빛이 너무 단아하고 아름답다.
ⓒ2007 국은정


 
▲ 앵초, 이제는 도심의 화단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앙증맞은 야생화.
ⓒ2007 국은정


 
▲ 4월 깊은 산중에서 만난 노루귀, 늦게 피어난 꽃이 안타까울 만큼 청아해보였다.
ⓒ2007 국은정


 
▲ 숲 속 바위틈에서 때 늦게 피어난 노루귀, 꽃빛에 흠뻑 취해 쉽게 발을 떼지 못했다.
ⓒ2007 국은정
야생화에 홀린 날에는 정말 온몸이 땀에 흠뻑 적도록 숲 속을 헤매기도 하는 내가 요즘은 조금 두렵기도 하다. 집착은 병을 낳는다는 말을 믿고 있는 나이기에 더욱 그렇다.

▲ 피나물, 매미꽃과 너무 많이 닮아서 전문가들조차 구별하기 쉽지 않다고 한다.
ⓒ2007 국은정


 
▲ 동의나물, 노란 꽃송이들이 마치 봄을 노래하고 있는 것 같다.
ⓒ2007 국은정
하지만 나의 이 고질병은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가 않다. 단지 내게 들꽃은 뭔가 특별한 인연으로 맺어진 느낌인 것만은 확실하다. 아무쪼록 내 욕심이 들꽃을 다치게 하지 않으려면 먼저 내 안의 나를 다스려야 한다는 생각을 단단히 새길 것이다. 소유가 아닌 존재로서 아름다운 들꽃과 나, 그 사이를 생각해 보아야겠다.

 

▲ 봄맞이꽃, 이름처럼 봄을 마중나온 듯이 수줍은 모습니다. 이 꽃을 보면 신부의 머리에 꽂아주고 싶은 생각이 든다.

 

ⓒ2007 국은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