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한국일보 2007-05-10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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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다리로 신들의 품에 안기다
해발 5,550m, ‘에베레스트 전망대’로 불리는 칼라파타르에 선다. 이곳에서 보이는 에베레스트(해발 8,848m)는 과연 ‘세계의 정상’답게 당당하다.
정면 깎아지른 듯 수직으로 서 눈이 내려앉지 못한 에베레스트 남서벽은 날 선 검처럼 검푸르다. 구름위로 치솟은 만년설 듬뿍 뒤집어쓴 히말라야 연봉들 사이에서 유난히 검고 그래서 더 강하고 도도한 산.
희박한 산소와 극한의 피로감에 쿵쾅대던 심장이 갑자기 숨을 탁 놓는 것 같다. 나지막이 속삭여 본다. 나마스테. 세계의 정상에게, 그리고 이곳까지 나를 이끈 생(生)에게.
카트만두를 출발한 16인승 경비행기가 20여 분 날았나. 유리창 밖으로 드디어 설산의 연봉들이 나타났다. 구름 위로 치솟은, 만년설 듬뿍 뒤집어 쓴 거산들. 몸에 전율이 인다.
프로펠러의 힘을 못이기는 낡은 동체의 진동이 아니다. 가슴 밑바닥에서 치고 오르는 환희의 울림이다. 히말라야의 감동은 손바닥 만한 비행기 창 너머로 처음 찾아와 영혼을 두드린다.
8,000m급 봉우리가 5,000km를 뻗어 이어지는 ‘지구의 등뼈’ 히말라야. 그 경이로운 산의 품속에 고요한 걸음새로 들어서는 구도의 길, 행복한 고행의 길이 히말라야 트레킹이다.
히말라야 트레킹의 대표적인 코스는 해발 2,840m의 루크라부터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를 잇는 길이다. 루크라는 경사가 급한 산비탈 지형에서도 경비행기가 이ㆍ착륙할 수 있도록 활주로를 경사지게 만든 비행장이 있는 곳이다.
이곳부터 베이스캠프(5,360m)까지 가는 교통수단은 오직 튼튼한 두 다리 뿐. 자동차 오토바이 등 둥그런 바퀴가 달린 탈 것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한 땀, 한 땀 수를 놓듯 호흡을 가다듬고 마음을 다잡으며 설산을 향해 한 발, 한 발 걸음을 옮긴다.
허름한 쿰부 셰르파 족의 집들을 지나고, 계단식 보리밭의 싱그러운 초록을 스치며 구불구불한 길은 조금씩 깊은 산 속으로 이어진다. 마을 어귀 마다 라마교 경전이 새겨진 마니스톤(경전이 새겨진 바위)과 손으로 돌릴 때마다 한발씩 신에게 가까이 갈 수 있다는 원통형 마니차가 설치돼 있다.
어떤 대형 마니차는 흐르는 물을 이용해 물레방아식으로 설치돼 하루 종일 돌아간다. 마치 이 길을 지나는 모든 구도자에게 신의 가호를 기원하는 것처럼.
트레커들은 길에서 만나면 모두들 ‘나마스테’라고 나지막하게 읊조린다. 네팔말로 ‘안녕하세요’ ‘안녕히 가세요’ ‘건강하세요’ ‘행복하세요’ 등 많은 뜻을 가진 인사말이다. 히말라야에 들어가는 사람들이 서로를 위해 마련한 주문처럼 그 말은 트레킹 내내 목덜미를 따뜻하게 감싸준다.
녹색의 낮은 봉우리에 가려있던 설산 연봉은 해발 3,400m인 남체를 지나면서 뚜렷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3,500m를 넘어서면 ‘고소증’의 공포가 엄습해온다. 숨은 벅차고 걸음은 저절로 더뎌진다.
하지만 걷는 길 고개를 떨굴 수 없는 것은 설산이 빚어내는 백색의 파노라마 때문이다. 지구의 3개 극지점 중 하나라고 하는 에베레스트가 눕체 로체 아마다블람 등과 함께 장쾌한 스카이라인을 이루고 우뚝 서있다. 8,000m급 설산 연봉이 순정한 대기에 퍼뜨리는 광채에 넋을 잃는다.
일행 중 한 분이 “히말라야를 다녀간 사람들이 계속해서 히말라야를 그리워하게 되는 것은 결코 기억에서 지울 수 없는 저 빛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해발 4,400m, 사람이 농사를 짓는 마지막 마을인 딩보체와 페리체를 지난다. 이제 히말라야는 사람의 거주를 허락치 않는 신들의 공간이다.
트레커와 원정대를 위한 마지막 롯지(숙박촌) 고락셉(5,140m)을 지나면 길은 두 갈래다.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로 가는 길과 칼라파타르로 가는 길이다. 고소에서 오래 머물기 어려운 탓에 트레커가 양쪽을 모두 가보는 것은 어렵다. 등정에 관심있는 사람은 베이스캠프에, 에베레스트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보고싶은 사람은 칼라파타르로 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열흘 남짓 자발적이고 온전한 고립 속에 내면으로 침잠하는 산행의 끝, 이제 되돌아 내려가야 한다. ‘오체투지’의 심정으로 힘겨워하는 몸과 싸워가며 오른 히말라야. 시선은 설산 너머 검푸른 창공에 고정된다. 그 허허로운 공간을 향해 다소곳이 합장하고 인사를 한다.
“나마스테.”
해발 5,550m, ‘에베레스트 전망대’로 불리는 칼라파타르에 선다. 이곳에서 보이는 에베레스트(해발 8,848m)는 과연 ‘세계의 정상’답게 당당하다.
정면 깎아지른 듯 수직으로 서 눈이 내려앉지 못한 에베레스트 남서벽은 날 선 검처럼 검푸르다. 구름위로 치솟은 만년설 듬뿍 뒤집어쓴 히말라야 연봉들 사이에서 유난히 검고 그래서 더 강하고 도도한 산.
희박한 산소와 극한의 피로감에 쿵쾅대던 심장이 갑자기 숨을 탁 놓는 것 같다. 나지막이 속삭여 본다. 나마스테. 세계의 정상에게, 그리고 이곳까지 나를 이끈 생(生)에게.
카트만두를 출발한 16인승 경비행기가 20여 분 날았나. 유리창 밖으로 드디어 설산의 연봉들이 나타났다. 구름 위로 치솟은, 만년설 듬뿍 뒤집어 쓴 거산들. 몸에 전율이 인다.
프로펠러의 힘을 못이기는 낡은 동체의 진동이 아니다. 가슴 밑바닥에서 치고 오르는 환희의 울림이다. 히말라야의 감동은 손바닥 만한 비행기 창 너머로 처음 찾아와 영혼을 두드린다.
8,000m급 봉우리가 5,000km를 뻗어 이어지는 ‘지구의 등뼈’ 히말라야. 그 경이로운 산의 품속에 고요한 걸음새로 들어서는 구도의 길, 행복한 고행의 길이 히말라야 트레킹이다.
히말라야 트레킹의 대표적인 코스는 해발 2,840m의 루크라부터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를 잇는 길이다. 루크라는 경사가 급한 산비탈 지형에서도 경비행기가 이ㆍ착륙할 수 있도록 활주로를 경사지게 만든 비행장이 있는 곳이다.
이곳부터 베이스캠프(5,360m)까지 가는 교통수단은 오직 튼튼한 두 다리 뿐. 자동차 오토바이 등 둥그런 바퀴가 달린 탈 것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한 땀, 한 땀 수를 놓듯 호흡을 가다듬고 마음을 다잡으며 설산을 향해 한 발, 한 발 걸음을 옮긴다.
허름한 쿰부 셰르파 족의 집들을 지나고, 계단식 보리밭의 싱그러운 초록을 스치며 구불구불한 길은 조금씩 깊은 산 속으로 이어진다. 마을 어귀 마다 라마교 경전이 새겨진 마니스톤(경전이 새겨진 바위)과 손으로 돌릴 때마다 한발씩 신에게 가까이 갈 수 있다는 원통형 마니차가 설치돼 있다.
어떤 대형 마니차는 흐르는 물을 이용해 물레방아식으로 설치돼 하루 종일 돌아간다. 마치 이 길을 지나는 모든 구도자에게 신의 가호를 기원하는 것처럼.
트레커들은 길에서 만나면 모두들 ‘나마스테’라고 나지막하게 읊조린다. 네팔말로 ‘안녕하세요’ ‘안녕히 가세요’ ‘건강하세요’ ‘행복하세요’ 등 많은 뜻을 가진 인사말이다. 히말라야에 들어가는 사람들이 서로를 위해 마련한 주문처럼 그 말은 트레킹 내내 목덜미를 따뜻하게 감싸준다.
녹색의 낮은 봉우리에 가려있던 설산 연봉은 해발 3,400m인 남체를 지나면서 뚜렷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3,500m를 넘어서면 ‘고소증’의 공포가 엄습해온다. 숨은 벅차고 걸음은 저절로 더뎌진다.
하지만 걷는 길 고개를 떨굴 수 없는 것은 설산이 빚어내는 백색의 파노라마 때문이다. 지구의 3개 극지점 중 하나라고 하는 에베레스트가 눕체 로체 아마다블람 등과 함께 장쾌한 스카이라인을 이루고 우뚝 서있다. 8,000m급 설산 연봉이 순정한 대기에 퍼뜨리는 광채에 넋을 잃는다.
일행 중 한 분이 “히말라야를 다녀간 사람들이 계속해서 히말라야를 그리워하게 되는 것은 결코 기억에서 지울 수 없는 저 빛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해발 4,400m, 사람이 농사를 짓는 마지막 마을인 딩보체와 페리체를 지난다. 이제 히말라야는 사람의 거주를 허락치 않는 신들의 공간이다.
트레커와 원정대를 위한 마지막 롯지(숙박촌) 고락셉(5,140m)을 지나면 길은 두 갈래다.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로 가는 길과 칼라파타르로 가는 길이다. 고소에서 오래 머물기 어려운 탓에 트레커가 양쪽을 모두 가보는 것은 어렵다. 등정에 관심있는 사람은 베이스캠프에, 에베레스트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보고싶은 사람은 칼라파타르로 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열흘 남짓 자발적이고 온전한 고립 속에 내면으로 침잠하는 산행의 끝, 이제 되돌아 내려가야 한다. ‘오체투지’의 심정으로 힘겨워하는 몸과 싸워가며 오른 히말라야. 시선은 설산 너머 검푸른 창공에 고정된다. 그 허허로운 공간을 향해 다소곳이 합장하고 인사를 한다.
“나마스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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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에베레스트 등 히말라야 연봉을 끼고 있는 네팔은 남으로 인도, 북으로 중국의 티베트와 접하고 있는 내륙 산악국가.
한반도의 3분의 2 크기인 국토는 동서로 길게 누워있는 형태다. 수도는 카트만두, 해발 1,350m에 있다.
인구는 2,200만명이고 90%가 힌두교도이다. 공용어는 네팔어를 사용하지만 관광지나 식당, 트레킹 길의 롯지 등에서는 영어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 시차는 한국보다 3시간 15분 느리다.
통화는 루피. 최근 환율은 미화 1달러에 65루피 안팎이다. 달러를 들고 가 현지에서 환전해야 한다.
카트만두 트리부반국제공항에서 입국 비자를 받는다. 비자 발급비는 미화 30달러. 대한항공이 매주 토요일 주 1회 카트만두행 직항 비행기를 띄운다.
한반도의 3분의 2 크기인 국토는 동서로 길게 누워있는 형태다. 수도는 카트만두, 해발 1,350m에 있다.
인구는 2,200만명이고 90%가 힌두교도이다. 공용어는 네팔어를 사용하지만 관광지나 식당, 트레킹 길의 롯지 등에서는 영어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 시차는 한국보다 3시간 15분 느리다.
통화는 루피. 최근 환율은 미화 1달러에 65루피 안팎이다. 달러를 들고 가 현지에서 환전해야 한다.
카트만두 트리부반국제공항에서 입국 비자를 받는다. 비자 발급비는 미화 30달러. 대한항공이 매주 토요일 주 1회 카트만두행 직항 비행기를 띄운다.
![](http://www.xn--910bm01bhpl.com/gnu/pinayarn/pinayarn-pinayarn.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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