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한국일보 2007-05-10 18:12]
카트만두 행 비행기에 오를 때만해도 에베레스트의 8,848m라는 높이는 그저 수치에 불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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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산의 장엄 속에 숨죽이며 걷는 일 정도야 여행기자로 살면서 길에서 보낸 숱한 날들을 떠올리면 큰 무리는 없겠다는 오만도 있었지요. 그러나, 히말라야의 높이는 도시에서 나고 자란 사람에게는 온몸을 훑고 지나는 전율과도 같은 충격이었습니다.
트레킹의 시작점인 루크라(해발 2,840m)만 해도 백두산(2,744m) 정상보다 높습니다. 고소의 증세는 대관령을 차로 오르내릴 때 느끼는 귀의 먹먹함 정도가 아닙니다. 고소에서는 기압이 낮아지고 산소가 줄어들어 숨쉬기가 쉽지 않습니다. 몇 걸음 옮기지 않았는데 마치 100m를 전력 질주한 듯 헉헉대며 숨을 들이쉴 때도 있습니다.
고소에서는 몸의 상태가 인큐베이터 속 아기처럼 면역력 등이 대폭 떨어진 상태라 모든 걸 조심해야 합니다. 고소병이 심해지면 폐에 급격히 물이 차 사망에 이를 수 있고, 뇌 속의 해마가 산소부족으로 파괴돼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해 지기도 합니다.
고소병을 예방하기 위해선 몸을 빨리 움직이지 마라, 담배 피우지 마라, 술도 안된다, 물은 끊임없이 마셔라, 잘 때도 모자를 벗지 말고 체온을 유지하라 등 지켜야 할 수칙이 많습니다.
몸을 씻는 것도 최대한 자제해야 합니다. 머리를 감거나 샤워를 하는 것은 목숨을 건 용기가 필요합니다. 젖은 머리 때문에 체온을 빼앗길 경우 몸에 쇼크가 올 수 있습니다. 옷도 자주 갈아입지 못하고, 잘 씻지도 못하는 히말라야 트레킹을 하다 보면 몸에 야크 냄새가 저절로 밴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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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까지 10일에 걸쳐 오르고, 박영석 원정대 취재차 오랜 시간 베이스캠프에 체류하는 동안 제 꿈은 ‘어서 낮은 곳에 내려가 머리 한번 시원하게 감아봤으면’ 이었습니다. 털모자 속의 간지러움이 오죽했겠습니까.
마침내 하산길. 해발 4,000m 아래 첫 마을인 팡보체에서 드디어 꿈에 그리던 샤워를 했습니다. 하지만 기대했던 상쾌함의 강도가 그리 크지 않더군요. 한 움큼 빠져나간 머리카락처럼 왠지 허전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모처럼 말끔히 씻은 몸으로 밖에 나갔더니 이제껏 우리의 짐을 나르며 함께 했던 포터에게서 역한 체취가 느껴졌습니다. 처음 그들을 루크라에서 만났을 때 잠시 느꼈다가 이후 잊고 지냈던, 제 몸에도 깊게 배었을 그 냄새가 말입니다. 히말라야의 체취를 씻어내며 이제 드디어 히말라야에 작별을 고하는구나 하는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히말라야에 온 사람들은 고소병에 애를 먹다가도 막상 내려가면 설산을 못잊어하는 저소병에 시달리게 된다고 합니다. 제 몸에서 사라진 야크 냄새가 그리운 걸 보니 제게도 저소병이 시작됐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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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트레킹' 알고 떠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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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병 때문에 술·담배는 물론 머리감기도 안돼
히말라야로 가는 길에는 준비할 것도 많고, 고소병처럼 넘어야 할 장애물도 많다. 두 발로 장기간 산을 올라야 하니 어느 정도의 체력은 기본. 등산화 침낭 헤드랜턴 방한재킷 등 꼭 필요한 등산장비와 함께 고소의 두려움을 이겨낼 배짱과 인내심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시간. 일주일 안에 트레킹 일정까지 소화하는 여행상품도 있지만 ‘다이제스트’식 트레킹으론 대(大) 히말라야의 감동을 느꼈다고 할 수 없는 일. 2주도 빠듯한 시간이라 3주나 4주 정도를 확보해야 제대로 만끽할 수 있다. 또 시간이 여유로워야 고소 적응도 쉬워 큰 탈 없이 여행을 즐길 수 있다.
트레커는 물과 카메라, 여분의 옷 등 가벼운 짐만 지고 오르면 된다. 큰 짐은 현지에서 고용한 포터에게 맡긴다. 하루 미화 10~15달러만 주면 고용할 수 있다.
트레킹 코스 곳곳에는 롯지(숙박촌)가 조성돼 있어 숙박이 가능하다. 난방이 되지않는 칸막이 방에서나마 찬바람을 피해 잠을 청할 수 있다. 아무리 허름한 롯지라도 식사 메뉴는 30여 가지를 갖추고 있다.
네팔 전통식인 ‘달밭’을 비롯 토스트에서 야크스테이크까지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유일하게 난방이 되는(야크의 변 말린 것을 연료로 하는 난로) 롯지의 다이닝룸은 전세계 트레커들이 함께 모이는 공간이다. 난롯불을 가운데 두고 트레커들은 식사를 나누고 서로의 경험을 나눈다.
네팔의 트레킹이 활성화한 지역은 크게 에베레스트와 안나푸르나, 랑탕 등 3곳이다. 각 지역에서는 또 여러 갈래로 코스가 나뉘어지고, 트레커의 걷는 속도와 확보한 시간에 따라 자기만의 코스를 만들어 갈 수 있다.
‘세계 최고봉을 만난다’는 상징성으로 에베레스트 지역 트레킹은 일찍부터 인기를 얻었다. 루크라(해발 2,840m)까지 비행기를 타고 와서는 칼라파타르(5550m)나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5360m)를 보고 하산하는 게 보통의 일정이다.
루크라를 출발해 첫날 팍딩(2,610m)에서 자고 다음날 조금 무리해서 고도를 급상승해 남체(3,440m)까지 이른다. 천천히 가길 원하면 중간 조르살레(2,740m)에서 하루 머물면 된다. 해발 3,000m를 넘어서 남체에서는 고소 순응을 위해 이틀 정도 머무는 게 좋다.
셰르파족의 중심 마을인 쿰중에 다녀오든가 세계 최고 높이(3,900m)의 호텔인 ‘에베레스트 뷰 호텔’에 가서 커피 한잔을 즐겨도 좋다. 남체에서 탕보체(3,860m)까지는 거리가 길어 아침 일찍 출발해야 한다. 중간 풍키텡카(3,250m)로 내려왔다가 바로 고도 600m를 치고 올라가야 해 천천히 마음을 비우고 올라야 고소병을 피할 수 있다.
탕보체를 출발해 디보체(3,710m)와 팡보체(3,930m)를 지나면서 히말라야의 황량함이 조금씩 느껴지기 시작한다. 일반적인 일정으로는 페리체(4,270m)나 딩보체(4,410m)에서 이틀 밤을 보낸다. 해발 4,000m를 넘어섰으니 남체에서처럼 고소순응이 필요하다.
이후 두클라(4,620m)를 지나 로부제(4,910m)에서 하루 잔 뒤 마지막 롯지인 고락셉(5,140m)에서 머물며 칼라파타르나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를 다녀온다. 올라가는 데 7~10일 걸리지만 내려오는 데는 3~5일이면 된다.
안나푸르나 지역도 트레킹의 명소다. 짧은 코스로 안나푸르나 최고 전망대라고 하는 푼힐(3,210m)을 지나는 ‘좀솜(Jomsom)루트’가 좋다. 9~10일 일정으로 최고 3,800m까지 오른다. 좀솜루트를 연장한 ‘안나푸르나 서킷 코스’는 16~18일 일정. 최고 5,410m까지 오른다.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코스는 10~14일 일정으로 최고 4,095m까지 오른다. 계곡이 아름다운 랑탕 트레킹 코스는 7,8일 걸리고 최고로 올라가는 높이는 3,870m다.
히말라야로 가는 길에는 준비할 것도 많고, 고소병처럼 넘어야 할 장애물도 많다. 두 발로 장기간 산을 올라야 하니 어느 정도의 체력은 기본. 등산화 침낭 헤드랜턴 방한재킷 등 꼭 필요한 등산장비와 함께 고소의 두려움을 이겨낼 배짱과 인내심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시간. 일주일 안에 트레킹 일정까지 소화하는 여행상품도 있지만 ‘다이제스트’식 트레킹으론 대(大) 히말라야의 감동을 느꼈다고 할 수 없는 일. 2주도 빠듯한 시간이라 3주나 4주 정도를 확보해야 제대로 만끽할 수 있다. 또 시간이 여유로워야 고소 적응도 쉬워 큰 탈 없이 여행을 즐길 수 있다.
트레커는 물과 카메라, 여분의 옷 등 가벼운 짐만 지고 오르면 된다. 큰 짐은 현지에서 고용한 포터에게 맡긴다. 하루 미화 10~15달러만 주면 고용할 수 있다.
트레킹 코스 곳곳에는 롯지(숙박촌)가 조성돼 있어 숙박이 가능하다. 난방이 되지않는 칸막이 방에서나마 찬바람을 피해 잠을 청할 수 있다. 아무리 허름한 롯지라도 식사 메뉴는 30여 가지를 갖추고 있다.
네팔 전통식인 ‘달밭’을 비롯 토스트에서 야크스테이크까지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유일하게 난방이 되는(야크의 변 말린 것을 연료로 하는 난로) 롯지의 다이닝룸은 전세계 트레커들이 함께 모이는 공간이다. 난롯불을 가운데 두고 트레커들은 식사를 나누고 서로의 경험을 나눈다.
네팔의 트레킹이 활성화한 지역은 크게 에베레스트와 안나푸르나, 랑탕 등 3곳이다. 각 지역에서는 또 여러 갈래로 코스가 나뉘어지고, 트레커의 걷는 속도와 확보한 시간에 따라 자기만의 코스를 만들어 갈 수 있다.
‘세계 최고봉을 만난다’는 상징성으로 에베레스트 지역 트레킹은 일찍부터 인기를 얻었다. 루크라(해발 2,840m)까지 비행기를 타고 와서는 칼라파타르(5550m)나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5360m)를 보고 하산하는 게 보통의 일정이다.
루크라를 출발해 첫날 팍딩(2,610m)에서 자고 다음날 조금 무리해서 고도를 급상승해 남체(3,440m)까지 이른다. 천천히 가길 원하면 중간 조르살레(2,740m)에서 하루 머물면 된다. 해발 3,000m를 넘어서 남체에서는 고소 순응을 위해 이틀 정도 머무는 게 좋다.
셰르파족의 중심 마을인 쿰중에 다녀오든가 세계 최고 높이(3,900m)의 호텔인 ‘에베레스트 뷰 호텔’에 가서 커피 한잔을 즐겨도 좋다. 남체에서 탕보체(3,860m)까지는 거리가 길어 아침 일찍 출발해야 한다. 중간 풍키텡카(3,250m)로 내려왔다가 바로 고도 600m를 치고 올라가야 해 천천히 마음을 비우고 올라야 고소병을 피할 수 있다.
탕보체를 출발해 디보체(3,710m)와 팡보체(3,930m)를 지나면서 히말라야의 황량함이 조금씩 느껴지기 시작한다. 일반적인 일정으로는 페리체(4,270m)나 딩보체(4,410m)에서 이틀 밤을 보낸다. 해발 4,000m를 넘어섰으니 남체에서처럼 고소순응이 필요하다.
이후 두클라(4,620m)를 지나 로부제(4,910m)에서 하루 잔 뒤 마지막 롯지인 고락셉(5,140m)에서 머물며 칼라파타르나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를 다녀온다. 올라가는 데 7~10일 걸리지만 내려오는 데는 3~5일이면 된다.
안나푸르나 지역도 트레킹의 명소다. 짧은 코스로 안나푸르나 최고 전망대라고 하는 푼힐(3,210m)을 지나는 ‘좀솜(Jomsom)루트’가 좋다. 9~10일 일정으로 최고 3,800m까지 오른다. 좀솜루트를 연장한 ‘안나푸르나 서킷 코스’는 16~18일 일정. 최고 5,410m까지 오른다.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코스는 10~14일 일정으로 최고 4,095m까지 오른다. 계곡이 아름다운 랑탕 트레킹 코스는 7,8일 걸리고 최고로 올라가는 높이는 3,870m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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