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중앙일보 2007-05-11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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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게 파도는 연인이다. 토피노 해변에서 파도를 타기 위해 서핑보드를 머리에 인 채 가고 있는 여인.달력에 일주일 동안 빨간 줄 쫙 긋고, 내 맘대로 내 멋대로 탁 트인 도로를 달리는 기분. 그것도 캐나다에서. 생각만 해도 짜릿하지 않은가요. 앗! 이거 뭡니까. "전방 500m 앞에서 우회전하세요." 맞습니다. 내비게이션에서 들려오는 그녀의 목소리입니다.
렌터카 예약할 때 한국어 서비스가 되는 내비게이션을 빌렸거든요. 숙소 예약 끝냈겠다, 한국말 나오는 내비게이션 있겠다, 비록 초행이지만 자신만만입니다. 자, 이제 밴쿠버와 밴쿠버섬 구석구석을 누벼 볼까요. 누구 맘대로? 운전수 맘대로 ^^.
온화하고 예쁜 밴쿠버
인구 200만 명이 넘는 밴쿠버는 캐나다에서 셋째로 큰 서부 최대의 도시입니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이하 BC주)에 속해 있습니다. 온화한 기후, 많은 비, 아름다운 항구로 유명합니다.
우선 밴쿠버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볼까요. 공항에서 렌터카를 받아 시내를 관통해 그라우스산으로 갑니다. 전망대가 있기 때문입니다. 아직 눈이 녹지 않아 하얀 빵모자를 쓴 듯한 해발 1100m의 그라우스산은 서울 남산과 닮았습니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갑니다. 정상에 오르니 태평양이 시원하게 펼쳐집니다. 도심 속 원시림도 눈에 들어옵니다.
스탠리파크인데 122만 평이 넘습니다. 뉴욕 센트럴파크보다, 여의도보다도 큽니다. 수족관.동물원이 있고 곳곳에 캐나다 원주민인 코위찬('태양이 따뜻하게 해 주는 땅'이란 뜻)들의 토템폴 등 예술작품을 감상할 수도 있는 볼거리.놀거리가 풍성한 공원이지요. 걸어서 돌아보기엔 힘이 부칩니다. 입구에서 자전거나 인라인을 빌려 타는 것이 좋은 방법입니다.
그라우스산 전망대 뒤쪽을 보니 눈밭입니다. 스키장이네요. 이번엔 고개를 남쪽으로 돌립니다. 비 때문에 뿌옇습니다. 하지만 흐리게나마 미국 워싱턴주의 올림픽산이 보입니다.
다운타운을 달립니다. 대도시 도심이라 클 줄 알았는데 의외로 아담합니다. 걸어서 돌아볼 수 있을 정도입니다. 잘 구획된 도로는 찾기 쉽고 다니기 편합니다. 거리마다 벚꽃과 이름 모를 신록이 활짝 반깁니다. 러시아워라는데 그리 막히지 않습니다.
캐나다 하면 거대한 산맥과 나이애가라 폭포로 대표되는 거친 이미지가 강한데 밴쿠버는 그런 모습이 아니라 온화하고 예쁘고 포근하네요.
빌딩 높이의 침엽수림이 쭉쭉 뻗은 밴쿠버섬 4번 고속도로. 레포츠·휴양 천국 밴쿠버섬
아침 10시, 페리를 타고 밴쿠버섬으로 향합니다. 물론 렌터카도 싣고요. 밴쿠버 호스슈베이항에서 밴쿠버섬 나나이모항까지 거의 2시간이 걸립니다. 밴쿠버섬은 남한 면적의 3분의1 정도 되는 캐나다 서부 최대의 섬입니다. 캐나다인들이 은퇴 뒤 가장 살고 싶어 하는 곳이랍니다. 번잡하지 않고 절경에 기후 또한 겨울에도 거의 영하로 떨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3일을 머물 예정입니다.
먼저 밴쿠버섬 서쪽 해안의 퍼시픽 림 국립공원 북단에 위치한 작은 어촌 토피노로 갑니다. 토피노 가는 길은 첩첩산중입니다. 하늘을 가릴 정도로 높이 솟은 침엽수들이 도로 옆에 빌딩처럼 서 있습니다. 온대 우림입니다. 미송 중에는 100m까지 뻗어 오르는 것도 있다 합니다. 차를 타고 삼림욕하는 격이지요. 원시림으로 소문난 커티드럴 그로브 파크를 중간에 들렀습니다. 울울창창 그야말로 산소통입니다. 큰 나무의 둘레는 13m나 됩니다. 800년 가까이 된 나무도 있지요. 1시간 정도 걸리는 하이킹 코스가 유명합니다.
토피노의 롱비치는 휴양과 레포츠를 즐기기에 더없는 곳입니다. 롱비치 리조트로 가는 버스가 하루 한 대뿐이라 렌터카가 없으면 접근이 어렵습니다. 열 겹이 넘는 파도가 치는 해안에서는 서핑하는 사람들의 묘기를 즐길 수 있고, 배를 타고 나가면 고래.바다사자 등 갖가지 해양 동물을 볼 수 있습니다. 계곡에서 플라잉 낚시도 즐길 만합니다. 좀 비싼 게 흠이랄까요.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하는 중 헝가리식 미네랄 워터 풀장인 그로토 스파에서 피로를 달랬습니다. 500평 규모의 타이나마라 리조트에 있는 밴쿠버섬에서 가장 큰 스파입니다.
세계적인 벽화마을과 꽃동산
밴쿠버섬 동남쪽에는 세계적으로 예쁜 두 명소가 있습니다. 슈메이너스 벽화마을과 부차트가든입니다. 슈메이너스는 마을 전체가 온통 벽화로 꾸며진 독특한 마을입니다. 총 36개의 대형 벽화가 있고, 이를 구경하는 데만 1~2시간은 족히 걸립니다. 벽화의 내용은 19~20세기 이 마을의 역사와 관련한 것입니다. 동화 속에나 등장할 법한 예쁜 가게와 집들도 자꾸 시선을 머물게 합니다.
밴쿠버섬 가장 남쪽에 자리한 빅토리아에서 20여km 북동쪽에 있는 부차트가든은 채굴 끝난 채석장 부지에 부차트 부부가 정성 들여 만든 22만 평 규모의 꽃 천국입니다. 봄철인 지금은 수십 만 송이의 수선화와 튤립. 진달래, 그리고 세계 각국의 봄꽃들이 총집합해 '땅으로부터의 폭죽 잔치'를 벌이고 있습니다. 여름철에는 장미가든에 200여 종의 장미가 만발하는데 원예 기술의 극치라는 찬사를 받는답니다.
캐나다 속 영국, 빅토리아
밴쿠버섬에서의 마지막 날, 빅토리아시로 향합니다. 빅토리아는 BC주의 주도(州都)이며, 정원도시라는 애칭을 갖고 있을 만큼 거리마다 꽃과 나무가 잘 가꿔진 아름다운 도시입니다. 영국 여왕의 이름을 딴 지명에서도 알 수 있듯 빅토리아는 캐나다 속 영국입니다. BC주 의사당, 페어몬트 엠프레스 호텔, 로열 브리티시 컬럼비아 박물관 등이 특히 고전적인 영국풍 냄새를 물씬 풍깁니다. 날렵한 요트와 수상 비행기, 수상 버스가 분주히 오가고 고풍스러운 관광용 마차가 지나가는 모습이 이색적입니다.
다음날 아침, 다시 밴쿠버로 가는 페리에 올랐습니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 있다 보니 벌써 선착장이네요. 이제 공항에 렌터카를 반납하면 하루 같았던 일주일 여행도 끝입니다. 아쉽냐고요? 행복합니다!
렌터카 이용 TIP
-밴쿠버 휘발유 값은 1ℓ에 약 1.2C$(환율은 1 C$=약 838원 (5월 6일 기준)).-허츠(Hertz)버짓(Budget)에이비스(AVIS) 등은 인터넷 예약이 가능하며 공항에 영업소가 있다. 허츠는 4월부터 캐나다 지역 최초로 밴쿠버공항 영업소에서 내비게이션 한국어 서비스(사진)를 시작했으며, 이르면 6월에 캐나다 및 미국 전역 영업소에서 한국어 서비스를 한다.-렌터카 요금은 시기, 주행거리, 렌트 기간, 차종, 렌터카 회사, 보험 옵션에 따라 차이가 있다.
-국제운전면허증과 국내운전면허증 모두 필요.
-현지에서의 사고에 대비해 휴대전화를 로밍해 가자.
여행정보
-캐나다 전역이 110V를 사용하기 때문에 11자 코드를 준비해야 한다.
-우리나라와는 -17시간의 차이. 서머타임이 적용되는 4~10월 사이에는 -16시간 차이가 난다.
![](http://www.xn--910bm01bhpl.com/gnu/pinayarn/pinayarn-pinayarn.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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