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여행】

5월엔‘3色 1味’… 지금 떠나면 딱!

피나얀 2007. 5. 18. 19:29

 

출처-[문화일보 2007-05-18 18:02]

 


 
산에 오를 때 ‘나무 풍경’들은 휙휙 지나가 버린다. 나뭇가지에 걸리지 않으려고 몸을 비틀어 대면서도 앞으로만 전진하게 된다. 정상에 누가 빨리 올라가나 내기도 한다. 어느 산행에서건 옆 사람과 빨리 걷기 경쟁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일상의 바쁨 속에 몸에 밴 허둥대는 습관도 어김없이 나온다. 북한산을 몇시간에 주파했다고 자랑할 때도 있다. 북한산의 수많은 풀꽃, 벌레, 나무와 친구한 기억은 별로 없다.
 
호젓한 산행길에서는 새도 외로웠다는 듯 가까이 와서 지저귀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등산하느라 정신없을 때는‘새의 노래’도 건성으로 듣고 만다. 오대산 산꽃 기행을 하면서 오랫만에 ‘느리게 걷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오대산은 어머니 품처럼 보드라우면서도 포근한 산이다. 비로봉 정상부 부근에서는 한참의 바윗길을 걸어야 하지만 비로봉과 두로봉을 잇는 능선은 주로 흙길이다. 산 위에서 예쁜 풀꽃을 살펴보느라 땅에 붙다보니 흙과 친해졌다.
 
1色 1㎞ 전나무숲…느린 걸음의 즐거움
 
강원 평창군 진부면에 자리잡은 국립공원 오대산. 매표소를 지나서 좀 올라가면 보행자 전용길이 된 전나무숲길(사진)과 차도로 나뉜다.
 

입구에서 약수터로 가는 1㎞ 남짓한 전나무숲길이 좋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오대산사무소는 3월부터 11월까지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전나무숲 자연해설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이곳에는 나이가 400~500년이 되고 수간폭이 20m나 되는 아름드리 전나무가 하늘을 찌를 듯 우뚝 서 있다.
 
이 전나무들은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가로수들이다. 전나무 뒤편으로는 다양한 수종의 활엽수들이 자라고 있다.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매달아둔 알록달록한 연등을 바라보며 숲의 기운을 깊숙이 들이마셨다. 피톤치드(나무가 병충해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뿜는 방향성 물질)를 뿜는 전나무들은 피로에 지친 심신에 활력을 북돋아준다. 숲길을 천천히 걸으면 나무들도 명상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머리가 맑아지고 온몸이 정화되는 기분이 든다. 다만 온갖 풍상을 겪으며 묵묵히 한 자리를 차지하고 세월의 흐름을 지켜 보던 최고령 전나무가 누운 채 고목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어 안타깝기만 하다. 주변 일부 고목들과 함께 작년 10월 강풍 때 쓰러졌다.
 
2色 곳곳 들꽃들 만발…‘천연 꽃 박물관’
 
오대산의 다양한 생태계를 살펴보기 위해 풀꽃사진전문가인 김광근 신구문화사 상무와 동행했다.
 
그와 몇걸음을 걷다 멈춰 사진을 찍고 다시 몇걸음 걷다 멈추기를 반복했다. 오대산은 토산으로 이뤄져 있고 산세가 험하지 않다. 그뿐 아니라 울창한 산림에 걸맞게 식물 분포도 다양하다. 이미 날씨가 더워졌지만 산 아래쪽보다 기온이 시원한 산 정상부근 흙길에서는 다양한 봄꽃들이 저마다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비로봉과 두로봉 중간의 능선에서는 토종민들레를 발견했다. 꽃받침이 젖혀지는 서양 민들레와 달리 토종 민들레는 꽃받침이 밑에 달라붙어 있는 것이 특징. 앵초는 다 져버렸지만 철쭉과 얼레지가 아직까지 피어있다. 이밖에 연녕초, 숙바람꽃, 현호색, 노랑무늬 붓꽃 등 꽃술이 예쁜 봄꽃들이 곳곳에 군락을 이루고 있다. 이곳에 지천으로 피어있는 노랑제비꽃은 향수의 원료가 되기도 한다.
 
꽃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바람과 싸워야 한다. 꽃 사진을 찍기 위해 한참을 엎드려 있어야 하는 이유다. 봄바람과 맞바람이 맞나는 순간을 포착해야 흔들리지 않는 꽃 사진을 찾을 수 있다. 기다리는 순간이 지루할 수 있지만 흙의 청정한 기운이 온몸으로 스며드는 기분좋은 순간이기도 하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오대산 사무소 직원은 최근 희귀한 흰 얼레지를 발견하기도 했다.
 
한편 오대산국립공원 안에 자리한 한국자생식물원도 빼놓을 수 없는 명소다. 오대산 자락 3만3000여평에 심은 우리꽃과 1200종 이상의 다양한 풀꽃들이 자라고 있다. 이곳에서는 희귀종인 개불알꽃도 볼 수 있다. 이곳에서 황병산으로 오르는 산길에도 예쁜 꽃들이 많고 오붓한 산행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3色 월정사-상원사 그리고 적멸보궁…
 
오대산은 태백산맥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으며 1563m의 비로봉을 주봉으로 동대산, 두로봉, 상왕봉, 호령봉의 다섯 봉우리가 병풍처럼 늘어서 있다. 1000m가 넘는 준봉들이 많아 넉넉하면서도 웅장한 느낌을 준다. 오대산은 너른 산자락에 유서 깊은 천년사찰인 월정사와 상원사를 품고 있다. 월정사 경내의 팔각구층석탑(사진)은 보물 제48호이며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다각다층석탑이다.
 
상원사는 오대산 산행의 출발점이다. 이곳에서 적멸보궁을 거쳐 주봉인 비로봉에 올라 상왕봉, 목대사를 거쳐 다시 상원사로 내려오는 코스가 일반적이다. 일반 등산객이라면 5시간 30분을 잡아야 한다. 상원사에서 45분쯤 올라가면 적멸보궁이 나타난다.
 
제일의 명당 자리라는 좌청룡, 우백호 그 중간에 보궁이 자리하고 있다. 적멸보궁은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봉안한 전각이다. 적멸보궁에서 가파른 길을 따라 1시간 30분 정도를 올라가야 비로봉 정상이다. 비로봉에서는 산사람들이 하나둘씩 쌓아올린 돌무지탑이 등산객을 반긴다. 나무 하나 없이 확 트인 이곳에 서면 그림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맑은 날 북쪽으로 설악산 대청봉이 보이고 동쪽으로는 동해바다를 구경할 수 있다. 월정사를 출발해 북대 사자암을 거쳐 홍천 내면을 잇는 코스도 명품트레킹 코스다.
 
덤으로 1味 ! 동대산식당 산채정식… 30여가지 ‘깊은 산속 나물’ 푸짐
 

 
 
오대산에 5월이 오면 깊은 산자락에서 뜯어낸 산나물들이 쏟아져 나온다. 오대산에는 약초도 많고 산삼도 가끔 발견된다. 산의 규모가 크고 품이 넉넉한 탓에 산나물이 다양한다. 오대산 초입에는 산채류를 파는 음식점들이 즐비하다.
 
월정사 매표소에 가기 전 초입에 자리잡은 동대산식당(033-332-6910)에서 산채정식을 시켰다. 산골의 향기가 진한 참두릅, 곰취나물, 개드릅, 고달비, 당귀, 참나물절임, 신선초졸임, 곤드래 등 30여가지의 반찬이 푸짐하게 차려졌다. 여러가지 양념을 한 뒤 굽는 더덕구이는 약간 씁쓸하면서도 상큼한 맛이 난다. 직접 담근 된장으로 만든 구수한 된장찌개도 토속적이면서 깔끔하다. 산에서 곧바로 채취한 나물은 조미료를 넣지 않아 담백한 산채의 향을 그대로 맛볼 수 있다.
 
산채정식, 산채비빔밥이 주 메뉴지만 황태구이정식, 표고버섯무침, 두릅무침, 산더덕구이, 감자부침, 도토리묵도 판다. 산채정식과 산더덕구이가 1만3000원. 산에서 나오는 작은배로 만든 산신배주, 삼지구엽초, 산머루주, 메밀꽃 동동주 등 토속주들과 잘 어우러지는 메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