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일간스포츠 2007-05-22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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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중부 태평양 연안에 자리한 시즈오카는 후지산과 녹차로 유명하다. 또한 400여 년 전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유년 시절 볼모로 잡혀 있었고, 또 에도막부를 세운 후 말년을 보낸 곳이기도 하다.
남알프스 연봉 위에 우뚝 솟은 후지산과 태평양 쪽으로 스루가만(灣)을 품고 있는 시즈오카시에서는 지난 주말 조선통신사 400주년 기념 행사가 열리기도 했다.
■일본의 상징 후지산
후지산(3776m)은 일본의 상징이다. 전형적 원뿔형의 성층 화산으로 시즈오카현 북동쪽과 야마나시현 남쪽에 걸쳐 있다. 워낙 높은 탓에 웬만큼 맑은 날씨가 아니면 정상을 볼 수 없다. 일년에 봉우리를 보이는 날이 50일도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일본 도착 이틀 만에 후지산을 볼 수 있었다는 것은 행운이었다. 시 관계자 등 일본 사람들은 후지산은 바로 밑에 가도 웬만해서는 볼 수 없다고 강조했지만 낯선 이방인에게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후지산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요리조리 몸을 숨기면서 이방인의 기운을 모두 뺀 다음 속살을 살짝 내비쳤다.
부산과 함께 조선통신사 400주년 기념 행사를 주관한 시즈오카시의 초청으로 나고야를 거쳐 시즈오카를 찾았던 지난 주말.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후지산을 배경으로 시 한가운데에 세웠다는 순푸성. 산은 쉽게 모습을 내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날. 새벽녘 내린 비가 하늘의 구름을 모두 걷어 냈음에도 숨바꼭질은 계속됐다.
해안가 미호노 마츠바라, 해발 300m의 니혼다이라공원 등을 시계추처럼 왔다 갔다 했건만 산은 여전히 구름으로 몸을 가리고 있었다. 미호노 마츠바라는 약 400년 전 바닷바람을 막기 위해 심었던 소나무로 일본 3대 송림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보면 송림과 어우러진 후지산이 절경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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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포인트인 니혼다이라공원은 시내 한가운데 구웅산 정상에 마련된 전망대다. 이곳에 서면 시즈오카 시내, 스루가만, 후지산을 포함한 남알프스 연봉이 파노라마처럼 눈앞에 펼쳐진다.
아침부터 두 곳을 왕복하는 사이 해는 뉘엿뉘엿 서산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니혼다이라공원을 마지막으로 포기하고 돌아서는 순간, 구름이 걷히면서 후지산은 조금씩 모습을 드러냈다. 하얀 눈을 뒤집어쓴 봉우리는 마치 하얀 사발을 거꾸로 뒤집어 놓은 듯한 모습이었다.
이 사발이 붉은 햇빛을 조명 삼아 연분홍으로 물들어 가는 형상은 장관이었다. 해발 2000m 내외의 남알프스 연봉은 후지산에 비하면 낮은 야산에 불과했다. 웅장함과 장엄함이란 단어도 부족한 듯했다. 차라리 언어가 갖는 표현 능력의 한계를 절감하는 것이 빠를 듯 싶었다. 어쨌든 힘들었지만 운이 좋은 하루였다.
■일본 3대 명차 '시즈오카 녹차'
일본 사람들은 식사를 할 때면 예외없이 녹차와 함께한다. 1인당 연간 녹차 소비량도 1㎏이 넘어 중국인(약 400g)보다 훨씬 많다.
일본의 차 문화는 80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영서선사란 고승이 중국 송나라에서 차나무 씨를 가져와 고향인 시즈오카에 심으면서 차 문화가 시작됐다.
이제 시즈오카에서 차밭을 보는 것은 전혀 어색하지 않다. 경지 면적만도 2만 300㏊로 일본 전역 차밭(4만 9100㏊)의 41%나 된다.
시즈오카 녹차는 교토 지방의 '우지차', 사이타마현의 '차야마차'와 함께 일본 3대 차로 꼽히는데, 비교적 저렴한 가격과 부드러운 향, 깊고 맑은 맛 등으로 대중적 인기는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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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즈오카에서는 차를 이용해 비스켓·아이스크림·음료 등 수백 종에 이르는 상품을 개발하는 등 차의 상품화에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
- 천험의 요새로 도쿠가와 묘가 있는 사당
■그밖의 가 볼 만한 곳
▲구도잔 도쇼구(久能山 東照宮)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묘가 있는 사당이다. 니혼다이라공원을 품은 구노잔(久能山) 능선에 자리한 이 사당은 입구가 스루가만으로 향하는 작은 계곡뿐일만큼 천험의 요새처럼 돼 있다.
이 때문에 원래 서기 600년 진씨 성을 가진 백제인이 창건했다고 알려진 절이었으나 일본 전국 시대 이 지역을 지배하던 이마가와 요시모토를 꺾은 다케다 신겐이 성으로 개조해 사용했다. 이후 도쿠가와가 전국을 통일한 후 1616년 사망할 때 이곳에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기면서 다시 한 번 성격이 바뀌게 됐다.
스루가만에서 1159개에 이르는 계단을 이용해야만 갈 수 있지만 지금은 산 정상에서 연결된 케이블카(요금 1000엔)를 이용해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입장료(350엔) 별도.
▲세이켄지(淸見寺)
서기 679년 창건된 절이다. 1607년 이후 일본을 찾았던 조선통신사 일행이 묵었던 숙소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곳곳에 통신사의 흔적이 남아 있다. 특히 한시나 현판 등 서체가 주류를 이룬다.
이곳에는 또 일본 문화재로 지정된 정원이 있다. 50평 남짓한 규모인데 정원 뒷편 절벽에서 떨어지는 폭포 소리가 아름다워 한 조선통신사는 '구곡천(九曲泉)'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순푸공원(駿府公園)
태상왕 시대 도쿠가와가 거쳐했던 순푸 성터에 펼쳐진 녹음 가득한 공원이다. 한편에는 일본 전통의 기법에 따른 다쓰미 망루·히가시고몬 대문 등이 재건돼 있다.
동남쪽 모퉁이에는 다쓰미 망루가 있다. 3층식 2층 구조 망루로 현재 공원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기도 하다. 내부에는 도쿠가와 형상의 밀랍 인형과 성 복원 공사 당시 출토된 유물들이 전시된 전시장 등이 있다.
![](http://www.xn--910bm01bhpl.com/gnu/pinayarn/pinayarn-pinayarn.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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